손잡은 문재인-박지원 '이면합의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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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문재인-박지원 '이면합의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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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노(친 노무현)계 핵심'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DJ(고 김대중 대통령)계 핵심'인 박지원 의원

불안한 '오월동주' 승리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문재인 대표의 4·29재보선 지원요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박 의원은 지원요청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선당후사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차기 총선 공천권 등을 두고 일종의 이면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오월동주(吳越同舟)’를 선택한 두 사람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난 7일 4·29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를 돕기로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보선과 관련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는 당초 당 지도부의 재보선 지원요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동교동계의 한 전직 의원은 “동교동계가 용병도 아니고 선거 때만 되면 불려나갔다가 선거가 끝나면 찬밥 신세”라며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당후사?
지분 챙기기?

그런 동교동계가 갑자기 문 대표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박 의원은 선당후사 정신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치권에선 이미 문 대표와 박 의원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동교동계의 핵심인사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난데없이 주류와 비주류간 6대4 지분론을 주장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권 고문은 동교동계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한 날 불쑥 “당 운영은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주류 60%, 비주류 40%를 배합했다. 그 정신을 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지원 결정, 선당후사라더니
사실상 6대4 지분 요구?

논란이 커지자 박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권 고문에게 (발언 진위를) 물었더니 권 고문이 전대 과정에서 문 대표에게 한 이야기라고 하더라. 누가 대표가 되든 주류·비주류를 구분하지 말고 협력하자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합의라고 할 게 있느냐. 서로 오해를 푼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결정하기 전인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문 대표와 비공개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오후 6시40분부터 8시20분까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배석자도 없었다. 그야말로 두 사람만의 비밀회동이었다. 이날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회동 이틀 후 박 의원은 재보선 지원을 선언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당후사라고 말하지만 어제까지 강경하게 반대하던 동교동계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수상하다”면서 “박 의원이 문 대표와의 회동에서 동교동계를 설득할 만한 무언가를 분명히 얻어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동교동계가 호남을 볼모로 지분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몸값 높아진 박
또 당한 문?

문 대표와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경선룰 논란 등을 겪으며 사이가 멀어졌다. 오죽 억울했으면 박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미 10년이 지난 대북송금특검까지 들먹이며 문 대표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손을 잡은 것을 단순히 선당후사 정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숨겨진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문 대표의 경우에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취임 후 첫 재보선부터 전패 위기에 내몰렸다. 문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가장 강조했던 것이 ‘이길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문 대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임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7월 재보선 참패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선된다 해도 남은 임기가 채 1년이 안되고, 고작 4석이 걸려 있는 미니 선거지만 문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 대표로서는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 다소 지분을 양보하더라도 그들의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광주 서구을은 물론이고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이 모두 호남 출신 주민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호남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도저히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이 각각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면서 문 대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문 대표는 동교동계가 선거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분합의설이 나돌 정도로 문 대표가 동교동계에 바짝 엎드려 선거 지원을 요청한 것은 결국 그 두 사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4·29재보선 관련 기자회견 갖는 박지원

 문 대표에게 호남은 아킬레스건이다. 호남만 가지고도 선거에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도 승리할 수 없는 것이 새정치연합이다. 하지만 호남에선 친노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따른 민주당의 분당과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 특검 등은 호남인들에겐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은 상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친노 지도부가 이끄는 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번 패배하면서 민심이반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호남 출신의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 모두 이런 호남 민심의 변화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로서는 동교동계에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지분합의설 논란 등으로 큰 상처를 입더라도 당장 재보선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과거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사례를 볼 때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고 나면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또 문 대표로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더라도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노계와 공동책임을 지게 돼 책임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총선 공천은 대부분 전략공천 없이 당내 경선을 통해 뽑기로 했는데 문 대표가 지분을 챙겨주고 말 것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회의 때마다 문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계산하지 말자’라는 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패했지만 요즘 몸값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패한 이후 정치뉴스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서청원 의원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일단 박 의원은 전면에 나서 문 의원을 돕기로 하면서 명실상부 동교동계의 좌장자리를 꿰차게 됐다.

지분 합의설
이면합의 있었나?

지난 1990년 미국에서 귀국해 뒤늦게 동교동계에 합류한 박 의원은 그동안 동교동계 사이에서 정통 동교동계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동교동계는 동교동계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 의원을 통해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와 동교동계 사이에서 이른바 ‘밀당’을 하면서 가장 큰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었다고 해서 호남의 민심이 얼마나 변할지는 미지수인데 문 대표가 동교동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문 대표가 사실상 박 의원의 몸값 높이기 전략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보선 지면 대권도 끝
박지원 몸값만 높아졌다

박 의원으로서는 당초 선거 지원을 끝까지 거부할 명분도 부족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취임 후 탕평인사를 위해 나름 신경을 쓴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호남을 소외시켰다는 억지 주장으로 끝까지 선거지원을 거부했다면 선거가 끝난 후 박 의원과 동교동계는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재보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문 대표를 돕는 편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유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박 의원이 문 대표를 성심성의껏 돕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김희철 전 의원은 박지원계로 분류되는데 당내 경선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후보에게 패한 후 경선과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정 후보를 돕지 않고 있다. 

호남조직을 가지고 있는 김 전 의원이 정 후보를 지원한다면 선거판세는 단숨에 변할 수 있지만 김 전 의원이 움직여주지 않으면서 새정치연합 전체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의원 쪽에 있던 자원봉사자 중 상당수가 관악을에 출마한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캠프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교동계의 이중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필하며 관악지역에서 조직책으로 활동한 정통 동교동계 인사로 꼽힌다.

동교동계 부활?
친노의 갈팡질팡

게다가 박 의원이 문 대표를 도왔는데도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전패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친노 불가론’이 힘을 얻게 된다. 박 의원과 동교동계에게는 오히려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또 권 고문이 이희호 여사의 ‘단결하라’라는 발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박 의원이 불편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의원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은 이 여사의 말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향후 동교동계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며 “사실상 선거과정에서도 친노가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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