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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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진전

일요시사 0 2421 0 0
“2년 전 슬픔 안고 ‘노짱’ 만나러 왔습니다”

5월 화창한 날씨 속 인사동 거리. 수많은 노란풍선이 바람에 일렁인다. 평일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란 물결 속으로 파고든다. 그곳은 다름 아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사진전. 사진 속에서나마 그를 다시보고 추억하기 위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봄바람을 타고 다시 불어오는 ‘노풍’의 현장을 지난 17일 스케치했다.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의 흔적 묻어나
사진 속 그는 웃지만, 국민들은 울었다

2009년 5월 23일,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라고 외치던 노무현 전 대통령. 그가 갑자기 우리들 사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이에 5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노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가 열리고 국민들은 그를 추모하며 그리움을 전한다.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바보 노무현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추모전시회가 열렸다. ‘길’ ‘꽃’ ‘꿈’ ‘쉼’이라는 4가지 섹션으로 노 전 대통령의 치열했던 생애를 사진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가 남긴 발자취 따라서

“너무나 아깝지” “이 양반 참~” 사진전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한숨을 쉬었다. 흐느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의 눈은 붉게 충혈 되었다. 그리고 전시장 안쪽에서는 간헐적인 흐느낌과 아예 목 놓아 ‘엉엉’ 우는 소리도 들렸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끊임없이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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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주변에 둘러싸인 노란풍선을 따라 입구로 향하면, “5월은 노무현입니다”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이어 안내장을 나눠주는 손길들이 바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전거 타는 대통령’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윽고 그가 87년도에 사용했다는 명함을 받을 수 있다. 그곳에서 청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그리고 다시 시민으로 돌아온 봉하마을 노무현의 모습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먼저 ‘노무현의 인생을 따라 걷는 길’이라는 섹션에서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5개의 영상으로 엮어 보여주었다. 익살스런 청년 노무현의 모습, 유쾌해 보이는 군생활 모습, 권양숙 여사와의 결혼식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노 전 대통령의 익살맞은 표정과 장난스런 모습에 유일하게 웃음소리가 들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민들 앞에 열변을 토하는 젊은 정치인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이어진 ‘꽃처럼 아름다웠던 당신, 노무현’이라는 섹션에는 그의 소박하고, 서민적인 모습과 활짝 웃는 순간이 펼쳐졌다. 그의 함박미소 사진들 앞에서면 이내 훌쩍거리는 소리와 아예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정작 그가 활짝 웃을 때, 관람객들은 눈물을 흘린 것이다.

신발 끈을 매는 사진, 쭈그려 앉아 은박지에 쌓인 김밥을 먹는 장면, 시커먼 얼굴에 땀 뻘뻘 흘리며 쓰레기 줍는 모습 등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이어졌다.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사진들이다. 이어 손녀딸과 자전거 타는 모습, 아이스크림 차가울까 휴지에 말아주고, 녹여주는 모습 등 할아버지 노무현의 자상한 모습에 관람객들은 눈길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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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도전했던 당신의 꿈’에서는 치열했던, 그러나 포기를 몰랐던 정치인으로서의 뚝심있는 그의 삶이 조명되고 있었다. 여기선 13대 국회의원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후보에 오르기까지 그가 사용했던 선거포스터들을 함께 감상할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발길을 한참이나 멈추게 만든 곳이 있다. 그는 92년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사람은 자기 설 자리에 서야 합니다. 남자는 죽을지라도 가야할 때는 가야 합니다”라고 말한 부분이 묘한 여운으로 남는다.

이어 95년 부산시장 낙선 연설에서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도 살아남는 증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당시는 후보시절이었지만,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그의 멘트들이 아직도 관람객의 마음과 발길을 사로잡는 듯하다.

소신있고 뚝심있던 ‘노간지’

이어진 ‘잠시 쉬며 당신을 추억하는 시간’ 섹션에서는 트릭아트를 선보였다. 여기서 노 전 대통령이 이끄는 자전거에 얹혀 탈 수 도 있고, 술을 한 잔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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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상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차를 마시며 그의 생전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 나가는 길목에는 칠판을 준비해 노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아직도 그리운 노짱님 당신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게요” “바보 대통령 보고 계시나요?” “보고 싶어요 참 사람다운” “영원한 마음속의 대통령 보고 싶습니다” 등 빼곡한 글씨로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그의 내면과 외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아련한 모습들에 그리움이 커졌는지 관람객들 모두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학원에서 공부하다 잠시 들렀다는 20대 학생은 “그 분이 누군지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죽어서도 사람들이 슬퍼하는 걸 보니 노 대통령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분위기는 그에 대한 애틋함으로 가득했다.

추모사진전을 찾는 관람객들의 나이와 연령대는 다양했다. 노인들뿐만 아니라 학생들, 점심시간을 이용한 회사원들, 심지어 호기심이 생긴 외국인들까지 모두 가던 발걸음을 잠시 돌려 그곳에 들렀다. 살아생전에 ‘노간지’로 불리며 그가 보여줬던 인간적이고 순수했던 모습들이, 노란 물결을 타고 국민들 마음으로 녹아들어 ‘바보 노무현’을 만나러 왔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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