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과 호텔의 '모호한 경계'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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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과 호텔의 '모호한 경계'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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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호텔 입실 시 추가요금 '대실 때문'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수준 미달 호텔 이용객 및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99년 2월 공중위생법이 개정됨에 따라 관광호텔과 일반호텔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의사소통의 불편함 등 서비스의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수준 미달 호텔의 바가지요금과 대실 운용도 문제다.

1999년 2월, 공중위생법이 개정됨에 따라 여인숙, 여관, 레지던스, 모텔 등의 숙박시설의 호텔 명칭 사용이 완화됐다. 기존까지 일반음식점을 포함한 30객실 이상의 숙박시설에 한해 일반호텔로 규정하는 것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여인숙, 여관 등의 숙박시설이 호텔로 명칭을 정정, 수준 미달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개나 소나 호텔

지난해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신고 접수 888건 가운데 84건(9.5%)이 숙박시설의 불만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1명꼴로 국내 숙박시설 이용에 불만을 겪은 셈이다.

자유여행으로 한국을 찾은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호텔스컴바인, 익스피디아 등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 숙박예약을 한다. 해당 사이트에서 호텔별 숙박비용 비교가 가능하며 객실사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텔의 위치정보가 구글지도로 검색돼 낯선 이국땅에서 길을 헤맬 일도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준 미달 호텔을 관광호텔로 착각해 예약함으로써 불만이 야기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소통의 부재다. 관광호텔은 관광진흥법에 의거, 외국어 능통자 직원이 상시 대기해야 하지만 일반호텔의 경우 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여행을 온 하나(24·영국인)씨는 “예약한 호텔에 갔더니 로비도 없고 직원도 카운터에 한 명뿐이었다”며 “해당 직원이 영어를 할 줄 몰라 입실하기까지 30여분 넘게 걸렸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전 세계 어느 호텔을 가봐도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직원을 상주시키는 호텔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값싼 호텔을 예약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의 호텔규정이 좀 느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호텔은 크게 관광호텔과 일반호텔로 구분된다. 여기서 관광호텔은 음식ㆍ운동ㆍ오락ㆍ향연ㆍ공연ㆍ연수 등 부대시설을 갖춘 30객실 이상의 숙박업소를 말한다. 현행 숙박업법상 숙밥업소 가운데 최상급의 숙박업소로 구분되는 관광호텔은 객실(18.81㎡, 5.7평) 및 욕실(2.97㎡, 0.97평)의 규모도 기준치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일반호텔은 1999년 공중위생관리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일반음식점을 포함한 30객실 이상의 숙박업소를 뜻했으나, 개정 이후 부대시설 및 객실수의 기준이 사라졌다. 이로써 러브호텔로 간주된 모텔과 공동 샤워시설을 갖춘 여인숙까지 숙박업소가 일제히 일반호텔로 분류된 것이다.

호텔 간판 장사하는 수준 미달 호텔 급증
외국 관광객 10명 중 1명 숙박 문제 불만

여인숙 및 여관급의 수준 미달 호텔의 바가지요금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호텔 명칭을 내세워 과다요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장 예약이 아닌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한 사전 예약자의 경우 사이트에 공개된 일부 객실 사진만 보고 수준급 호텔로 오해, 과다 부과 요금을 지불하게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목포의 한 호텔에 숙박했다는 곽진영(32)씨는 “호텔이라는 것만 보고 일단 예약했더니 모텔 보다 못한 여관급의 호텔이었다”며 “주말이라는 이유로 10만원의 숙박료를 받는 건 아무리 관광지라지만 너무한 거 같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성수기에는 두 배 가격을 받는 것으로 아는데, 과다요금을 부과하는 숙박시설을 규제할 법령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또한 수준 미달 호텔의 대실 운영에 의한 입실시간의 지체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18일 부산 여행을 위해 해운대구의 한 프랜차이즈호텔에 숙박한 김나영(34)씨는 “보통 호텔의 입실시간은 정오나 오후 2시라서 오후 1시쯤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며 “직원으로부터 대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저녁 6시 이후에 입실이 가능하며, 당장 입실을 원할 시 추가요금 3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사전 예약사항을 확인해봤더니 입실시간은 오후 4시였다”며 “일주일 전부터 예약해놓은 방을 제시간에 입실하지 못하고, 숙박하기 전 다른 사람에게 대실을 준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나쁘다”고 불만을 토했다.

대부분의 숙박시설은 호텔 간판을 내걸고 대실을 운영한다. 숙박료보다 대실비에 의한 수익이 큰 까닭이다. 이 시설은 대부분 입실시간을 밤 10시, 퇴실시간은 익일 정오로 규정하고 있다. 10시간을 대실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다. 김씨가 묵은 호텔의 경우 김씨가 입실하기 전 2번의 대실을 운영할 수 있어 숙박료 11만원(주말요금, 부과세 포함)과 대실료 6만원(3시간 3만원 기준)으로 한 객실당 17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대실료가 더 짭잘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숙박시간과 숙박료는 숙박업주의 재량으로 공시만 한다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대실 운용도 마찬가지다”며 “보건복지부와 대한숙박업중앙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권장 지침 사항을 단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중위생관리법,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는 숙박시간 및 숙박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에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박일훈 사무관은 “1999년 법 개정 이후 수많은 문제점이 야기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입법 개정 얘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모텔 명칭의 유래

자동차 여행자가 숙박하기에 편하도록 만들어 놓은 숙박시설인 모텔의 이름은 모터(Motor)와 호텔(Hotel)의 합성어다. 1908년 미국 애리조나주 앨러스시에 최초의 모텔이 설립됐으며 이후 미국 내에서 도심권 주변 변두리 및 관광지로 가는 길로에 자리 잡아 여행객들의 쉼터가 됐다.

값싼 숙박료로 여행객들로부터 각광받는 미국의 모텔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연인과의 잠자리를 위한 숙박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모텔은 대부분 도심권의 유흥가 주변에 위치해 있으며, 러브호텔로 불리기도 한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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