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사정’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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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레이더> ‘박근혜식 사정’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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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은 게임이 안 된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정국이 혼란해도 재계를 향한 사정 칼날은 여전히 날카롭다. 한 기업, 한 기업씩 베고 있는 ‘검날’이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다음 타깃’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재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박근혜식 사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아서다.

‘박근혜식’기업 사냥이 한창이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국세청과 공정위가 선봉에 서고 검찰이 종지부를 찍는 모양새. 노무현·이명박 때와는 게임이 안 된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게다가 정밀타격식이다. 기업을 털면 비자금이 나오기 마련. 비자금은 로비, 곧 정치권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재계를 덮친 칼바람 방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국 혼란해도 간다

“사회를 어지럽히는 기업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여러 번 재계에 경고를 보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그리고 곧바로 ‘살생부’가 돌았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였다. 진위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전 재계엔 1차 사정폭풍이 덮쳤다. 2013년 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7월 이재현 CJ그룹 회장, 9월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굵직한 총수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수사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바로 마무리 지어 더욱 그랬다. 재계 10위권 그룹 총수들이 거의 동시에 구속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기업들은 바짝 엎드렸다. ‘검풍’이 언제 어디로 휘몰아칠지 몰라서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린 기업들은 더했다. 좌불안석이었다. 예견된 검찰의 움직임이 족집게처럼 맞아떨어져 공포감을 더했다.

돋보기 세무조사…정밀타격 수사 
국세청 선봉에 서고 검찰 종지부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2차 공습이 한창이다. 재계를 향하는 먹구름이 감지된 것은 올초부터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대기업들이 굼뜬 움직임을 보이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집권 3년 차 ‘조기 레임덕’우려가 커지자 국면전환용으로 대대적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신호탄은 포스코. 포스코 수사는 전현직 임원이 속속 구속되고 협력사들이 속속 털리는 등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어 동국제강, 경남기업, 두산그룹, 신안그룹 등으로 검풍이 동시다발로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재계는 “불황에 검찰 수사까지 겹친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검찰의 매서운 칼날은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여기에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소위 ‘대기업 저승사자’들도 가세해 재계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다.

정치권에선 대기업 수사가 정관계 수사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의 최종 표적이 전 정권 또는 전전 정권 인사로 향해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검찰은 기업의 비자금을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정치인을 솎아내는 데 비자금만한 통로가 없다. 비자금이 곧 정관계 로비로 연결돼서다. 검찰이 과거 정권의 특정 인사를 잡기 위해 그들로부터 특혜를 받거나 유착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은 돈 종착지 “끝까지 찾아낸다”
정관계 로비 초점…대형쓰나미 예고

정치권 한 인사는 “검찰이 전 정권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들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안다”며 “재계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결국 정치인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 CJ 수사도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정관계에 뿌렸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은돈’종착지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재현 회장이 MB정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 김진태 검찰총장

포스코를 친 검날도 윗선을 겨누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해 MB정부 실세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비자금이 특정인에게 흘러들어갔는지가 핵심. 나머지 입길에 오르내리는 기업들 역시 배후에 정관계 인사들이 어른거리고 있다. 하나같이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모두 전 정권 핵심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 흔들기를 두고 정치권 특정 인사들의 목줄을 잡기 위한 정부 차원의 ‘일석이조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정치권을 향한 ‘표적 사정설’에 대해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나돈 기업 수사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정치권 사정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한번 들어가면 끝

기업들이 이번 정권의 수사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한번 구속되면 쉽게 나오지 못해서다. 그전만 해도 바로 나왔다. 구속돼도 이런저런 비슷한 과정을 거쳐 결국 풀려났다. 재벌 총수들에겐 ‘3·5법칙’이 있을 정도였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란 정찰제 판결이다. 특별사면도 많았다. 툭하면 했다. 지금은 가당치 않은 얘기다. 하도 여론이 안 좋아 집유는커녕 특사 구경하기도 힘들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풍’ 재계 준비태세

검찰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하면서도 혹시 모를 불똥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마냥 방치했다간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부 기업은 ‘방패막이’로 영입한 법조인 출신의 임원들을 통해 검찰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모 그룹 한 직원은 “혹시 모를 검찰의 수사에 대비해 대관업무 담당 부서를 풀가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그룹 측도 “정보팀도 모자라 법조인 출신 임원들을 동원해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꼭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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