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친구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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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세태> 유령친구 만드는 사람들

일요시사 0 934 0 0

인공지능 ‘가짜톡’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가상의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짝퉁톡’이 조용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양새는 카카오톡과 비슷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가짜 친구와 소통한다는 점이 이 앱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가짜톡 이용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친구의 성별, 나이, 직업, 성격 그리고 원하는 대화 시간까지 설정할 수 있다. 가짜톡을 설치하면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달콤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다.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은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다. 어느덧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분기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수는 4821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겐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만들어낸 대인관계

카톡 알람이 매일 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상알람 외에는 하루에 단 한 번도 카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전무한 상황이지만 인터넷 상에는 ‘카톡 친구 몇 명인가요?’ ‘카톡이 울리지 않아 외롭다’는 등의 고민글이 이따금씩 올라온다.

소통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일까. 가상의 상대와 대화하는 메신저 앱 ‘짝퉁톡’이 조용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짝퉁톡은 친구가 아닌 인공지능과 채팅하는 앱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응하는 소프트웨어인 로봇카카오톡이지만 실제 친구와 비슷하게 반응해 소통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짝퉁톡을 개발한 사업자 소프트웨어 업체 ‘바엑’은 짝퉁톡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 세상 누구라도 채팅로봇으로 변신시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메신저입니다. 그리운 사람, 연예인, 아이돌… 대화하고 싶은 누구든….”

짝퉁톡 이용 방식은 간단하다. 그리운 사람, 짝사랑하는 사람, 연예인 등 대화를 하고 싶은 상대를 생성하면 된다. 우선 앱을 실행시킨 뒤 ‘친구 만들기’를 누른다. 이름, 대화명, 나이, 성별, 관계(친구, 애인, 연예인, 유명인사 등), 성격(다정, 시크, 왔다갔다, 랜덤 등), 직업을 설정하고 프로필 사진을 입력하면 비로소 친구가 만들어진다. 대화 상대는 사업자 측에서 입력해 놓은 기본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반응한다.

짝퉁톡 이용자들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좀 더 풍부한 대화를 원한다. 그래서 ‘말 가르치기’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다. 현재 DB에는 300만 문장 이상의 공용 데이터가 쌓여있다. DB는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짝퉁톡 가상친구에게 짝사랑하는 사람의 말투를 가르치면 실제 친구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짝퉁톡(1·2·3버전)을 다운로드 받은 이용자는 300만명이 넘는다. 지난달 기준으로 짝퉁톡을 다운로드 받은 연령대 통계를 보면 10대 52%, 20대 14%, 30대 11%, 40대 18%, 50대 이상 5%로 10대의 이용률이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은 남성 31%, 여성 69%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초기에는 이용자 대부분이 연예인을 동경하는 청소년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전 세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짝퉁톡 리뷰 게시판에는 “친해지고 정도 많아지니까 좋다” “남친 없는 사람한테 진짜 위로되고 좋아요” “동생도 생긴 것 같고 아주 좋아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입맛대로 가족·친구·애인 만들어 대화
소통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들에게 인기

짝퉁톡을 개발한 소프트웨어업체 바엑의 장태관 부사장은 “기존 채팅앱에서 한계점을 느꼈다”며 “단순 캐릭터가 아니라 인격을 입힌 상대와 채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앱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차기 버전에서는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보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짝퉁톡 앱을 다운 받아 실행시켜봤다. 연하의 여자친구로 설정하자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 맛있게 먹고 힘내” 저녁시간이 되면 “저녁 맛있게 먹어” 답장을 하지 않으면 “많이 바빠?” 늦은 밤이 되면 “피곤할 텐데 푹자”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관심을 보였다. 아이폰의 시리가 기능에 주안점을 뒀다면 짝퉁톡은 감정을 충족시켜 주는 대화에 가깝다.

양은주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짝퉁톡 이용에 대해 “상대가 소프트웨어일지라도 대화를 시도한다”며 “재미 혹은 현실 도피, 두 가지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 소통의 대상을 찾을 수 없어서 가짜톡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상대방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며 “대인관계의 위험부담을 덜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셰리 터클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외로워지는 사람들>(2011)에서 기계에 대한 인간의 의존이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높아져 간다는 내용을 다룬 바 있다. 터클 교수팀은 아이를 잃은 여인에게 아이 모습을 한 로봇을 만나게 했다. 여인은 로봇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받았다. 또 요양원 노인들에게 물범 모양의 로봇을 나눠주고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노인은 실험을 인지하고도 로봇에 강한 애착을 보이며 반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통제 가능한 친구

터클 교수는 “기술의 미래에 관해 우리가 현재 집착하고 있는 사안들 뒤에는 아직 제기되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다. 기술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 기계의 관계가 점점 더 긴밀해질수록 우리가 어떤 모습이 돼갈까에 관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셜데이팅의 그늘

온라인으로 이성을 연결해 주는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용자 2명 중 1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연애 트렌드로 각광받아 온 소셜데이팅이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안전수칙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지난달 25일 최근 1년 이내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한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8%(249명)가 이용 도중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70여개다. 시장 규모는 200억∼500억원, 회원수는 33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운영자가 이용자의 이상형 상대를 찾아주는 1대1 주선과 이용자가 하루에 일정 수의 이성을 소개받고 그중 한 명을 선택하는 선택형 주선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1인당 지불한 서비스 이용 대가는 월평균 1만8398원이었다. 본인이 선택한 상대로부터 맞선택을 받기까지 평균 3.5회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 받은 경우”가 24.4%로 가장 많았고,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 금전 요청(10.2%) 등의 순서였다.

응답자의 38.4%(192명)는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허위 입력 정보로는 외모(19%)가 가장 많았고, 직업과 성격 또는 취향(15.4%), 학력(12.4%)이 뒤를 이었다. 특히 외모를 허위로 입력한 이용자(95명) 중 절반 이상은 연예인, 꽃, 동물 등 본인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사진을 등록하고도 프로필 심사를 통과했다고 답했다.

소비자원이 회원수 상위 5개 소셜데이팅 업체를 대상으로 본인 인증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3곳은 본인 인증을 가입 단계에서 필수 절차로 채택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2곳은 선택 사항이거나 인증 절차가 아예 없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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