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폭력조직 ‘범서방파’ 상갓집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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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폭력조직 ‘범서방파’ 상갓집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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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어머니께서…" 전국구 주먹 총출동

또 조폭이 극성이다. 서민을 상대로 한 갈취와 폭력에 화이트칼라 범죄 행각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엔 프로축구 승부 조작에 조폭 연계 의혹이 나오는가 싶더니 ‘양은이파’조양은씨의 청부폭력 사건으로 시끄럽다. 전국 곳곳에서 날뛰는 ‘형님’들을 보다 못한 경찰과 검찰은 잔뜩 벼르고 있다. 조만간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 태세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현직 전국구 주먹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그 현장을 가봤다.

행동대장 출신 모친상…조폭계 전현직 거물들 조문
뉴송도호텔사건으로 이름 날려 “경찰·병원 초긴장”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서울 강남 S병원 장례식장. 아주 특별한 사람의 빈소가 차려졌다는 정보를 접하고 찾아간 장례식장 입구엔 다른 날과 달리 유독 큰 체구의 사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김태촌 직속 아우

검은색 정장은 보통 조문객 복장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발목을 죄는 항아리바지는 이들의 신분을 알게 했다. 조폭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전국 각지의 억센 사투리도 이런 확신을 뒷받침했다.

아직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하 2층 XX호 빈소 주변엔 서성이는 ‘형님’들이 더 많았다. 조문객을 받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 사이로 속속 도착한 건장한 남성들이 줄지어 조문했다.

종종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왕년에 주먹계를 주름잡았던 ‘큰형님’들이었다. 세월이 그린 주름에도 매서운 눈초리는 여전한 ‘야인’들은 아우들로부터 땅에 머리를 꽂는 깍듯한 인사를 받았다.

특히 상가 입구에 놓인 조화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폭력조직 ‘범서방파’두목 출신 김태촌씨가 ‘국제청소년범죄예방교육원 원장’직함으로 보낸 조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1970∼80년대 국내 조직폭력계를 이끈 김씨는 2006년 교육원 산하 중앙연수원장을 맡아 청소년 범죄예방을 위한 선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전국구 주먹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장본인은 김씨의 후배인 A씨다. 1980년대 김씨의 밑에서 ‘범서방파’행동대장급 간부를 지낸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전날 모친상을 당했고, 이를 조문하기 위해 주먹계 선후배들이 운집한 것이다.

A씨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씨는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그들만의 세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었던 만큼 장례식장엔 주먹계 원로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폭력조직 두목 및 간부 등 전현직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A씨는 1986년 김씨가 주도해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을 습격한 이른바 ‘뉴송도호텔사건’에 행동대원으로 참여하면서 조폭계에 이름을 알렸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5년에 보호감호 7년의 중형을, A씨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나는 권력의 희생양이었다. 모 부장검사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A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대형 한우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식당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기업인 등 유명 인사들이 즐겨 찾는 최고급 고깃집으로 유명하다.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 때 한화 측 간부와 조폭 두목이 만난 장소로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평소 A씨와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도 이날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A씨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A씨는 2004년 세금을 포탈하고 식당에서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는데, 당시 유명 연예인 12명이 “A씨는 명절 때마다 갈비세트를 선물해 왔고 예술을 이해할 줄 아는 분”이란 내용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억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수입산을 마치 한우 고기인 것처럼 허위표시했다”며 “식품위생법상 허위표시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 벌금형이 선고된 관례를 깨고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A씨의 변호를 검찰총장을 지낸 인사가 맡아 또 한 번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상을 치르는 내내 장례식장을 예의주시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만약의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다.

병원 관계자는 “전직 조폭의 상가가 차려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른 방문객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 장례식장 주변에 안전요원을 증원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경찰도 곳곳에 배치돼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병원 측이 바짝 긴장한 것은 A씨가 몸담았던 ‘범서방파’의 위력 때문이다. 김씨가 1970년대 조직한 ‘범서방파’는 조양은씨의 ‘양은이파’, 이동재씨의 ‘OB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악명을 떨쳤다. 김씨의 은퇴에 이어 두목급들의 수감생활과 해외도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데다 중간급 간부들이 별도의 조직을 결성하는 등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서 조직의 세력이 급속히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파워와 추종세력은 여전하다는 게 경찰 측의 전언이다.

유명 연예인과 친분

실제 ‘범서방파’가 관련된 사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민을 상대로 한 갈취와 폭력에 화이트칼라 범죄 행각까지 벌이고 있다. 최근 ‘범서방파’조직원들이 대형병원을 불법인수하고 기업체 경매에 개입해 폭력을 휘두른 혐의가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5월 코스닥 업체의 주가를 조작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범서방파’조직원 5명이, 12월엔 호텔을 건설하면서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가로챈 ‘범서방파’간부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이 삼엄한 경계에 나서는 바람에 이날 장례식장 입구에선 후배들이 도열해 선배들을 맞는 ‘진풍경’은 펼쳐지지 않았다. 장례식장 한 관리인은 “그전에도 조폭들이 장례를 치른 적이 있는데, 그나마 그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조용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조폭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경찰과 검찰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소문도 ‘떡대’들을 ‘쫄게’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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