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 국회 ‘폭로의 전당’ 전락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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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전당’ 국회 ‘폭로의 전당’ 전락 사연

일요시사 0 2313 0 0

“아니면 말고?” 면책특권 믿어도 너무 믿네

여야는 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로비의혹에 대한 무차별 폭로전을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형인 이상득 의원, 청와대 관계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의혹 대상에 올랐지만 뚜렷한 근거 없는 루머가 많았다. ‘아니면 말고’  ‘일단 질러놓고 보자’ 식의 폭로와 맞불 대응으로 고소·고발이 난무해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지금 ‘진흙탕 폭로전당’이 됐다.

고소·고발 난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흠집내기
안상수 헛방 ‘폭로 리’ 이석현, 또 신빙성 논란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여야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고, 청와대, 국회 등 정관계와 측근들까지 누가 어디 저축은행과 어떤 관계더라는 식의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나아가 의원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고소·고발이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무죄를 해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치고 빠지기 식’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같은 당 박선숙 의원과 함께 지난 1일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을 고소했다. 배 대변인이 저축은행은 감사원 감사대상이 아니라고 한 박 전 대표의 과거 상임위 발언을 되살리며 “도둑을 감싸면서 도둑을 잡겠다는 경찰을 비판한 격”이라고 논평한 것이 중상모략과 허위사실 유포라는 주장에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부산저축은행사건에 자신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지난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저축은행이 퇴출 저지 로비를 위해 청와대에 탄원서 두 통을 작성해 제출키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 부산지역의 한나라당 의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맞불 대응에 부산지역 의원들은 “부산 한나라당 의원들을 흠집 내면서 민주당에 쏟아지는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정치공작”이라며 지난 8일 박 전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또 “더 이상 이런 ‘치고 빠지기식’의 정치술수로 국민들을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고소라는 칼을 꺼내들자 박 전 원내대표는 “탄원서가 청와대의 한 인사에게 전달된 것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되는데 나머지 한 통이 어떻게 됐느냐는 당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파악하겠다”며 “민주당은 쏟아지는 제보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해 정확하지 않으면 (언론에) 말하지 않는다”고 꼬리를 내렸다.

한편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막후에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면책특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신 의원은 최근 “부산저축은행그룹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특수목적법인(SPC) 9개 회사를 통해 캄보디아에 투자했는데 여기에 김 원내대표가 깊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신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자신의 무관함을 해명하기 위한 고소·고발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언론을 향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이 삼화저축은행 임원들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한 모 중앙일간지 기자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후원 당사자가 문제의 저축은행에서 퇴사 이후 이뤄진 행위임에도 이 은행과 관련된 것처럼 보도했다는 이유다.

고소·고발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확인 없이 무차별적인 폭로전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안상수 헛방’ 폭로로 이른바 ‘이(李) 폭로’라고 불리는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지난 1월 서울 청담동의 K 퓨전 한식집에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이 만났다”며 삼화저축은행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또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이 기업인이 이상득 의원에게 삼화저축은행 구명로비를 했다는데 파악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곽 위원장은 “이 회장과의 식사자리에 옆 테이블의 신씨가 잠깐 합석해 인사를 한 것일 뿐”이라 했고, 이상득 의원은 “저축은행 관련자는 한 명도 모른다. 무책임하고 야비한 정치공세”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체 제작한 좌석배치도 등을 제시했지만 신 명예회장을 포함한 이들 3명이 회동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못해 이 의원의 폭로를 두고 신빙성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강원저축은행의 부행장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며 이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을 받았고,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과 민주당 임종석 의원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동생 지만씨가 신 명예회장과 절친한 사이이며 서울 모처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에 이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청탁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여야 의원들의 잇단 폭로를 계기로 현행 면책특권 제도가 과연 합리적이냐는 등의 논의가 확산되는 등 정치권 내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여야 원내 사령탑은 ‘폭로자제 신사협정’을 맺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국민이 부여한 소중한 시간이 정쟁과 폭로전으로 얼룩진다면 국민 앞에 송구스러울 것”이라며 김진표 원내대표와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폭로자제 신사협정’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본인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버리고 스스로 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 한 면책특권 제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국회의원들의 고소·고발 경쟁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비리나 각종 의혹 주체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두고두고 약점이 되는 국회의원들에게 고소·고발은 하나의 해명 방법”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수없이 이뤄진 고소나 고발이 선거가 끝나면 모두 흐지부지 철회됐던 것처럼 이번 건들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잘잘못을 명확히 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카더라’는 식의 무차별적인 폭로와 고소·고발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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