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왜 심각한가 ④음모론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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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메르스, 왜 심각한가 ④음모론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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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쉬쉬’ 비밀주의로 불신 자초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메르스 감염자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국민적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에 대해 정부는 철저한 비밀주의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정부가 메르스 유행을 조장했다는 등의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특히 미군기지가 있는 경기도 오산을 배경으로 여러 추측이 나도는 상황이다. 

‘국내 메르스 확산은 미군과 관련이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른바 메르스와 관련한 음모론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음모론을 비롯한 각종 괴담과 관련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 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군과 관련?

객관적 사실이 아닌 음모론이 전파되는 이유는 국민 개개인이 접근 가능한 정보가 언론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메르스 유입 초기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인 낙관론을 펼쳤던 것과 달리 감염자는 날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공기 중 감염 가능성 등 외부 학계가 정부 발표와 일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언론은 메르스와 관련한 보도의 빈도를 높이는 한편 진단이란 명목 하에 각종 ‘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 브리핑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도를 의심받고 있다. 아울러 일부 매체는 다른 사안에 대해 음모론식 접근을 한 것도 모자라 메르스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선 메르스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음모론은 여러 정보가 충돌하는 과정에 싹을 틔운다. 불확실한 사실과 일부 거짓이 적절히 조합돼 폭발력을 지닌다. 한국에서 첫 번째 메르스 감염자가 확인된 건 지난달 20일이다. 감염자는 중동지역 4개 국가를 여행한 68세의 남성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성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농업 관련 회사 직원이며,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했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발표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은 68세의 남성이 첫 감염자가 아니며 메르스 바이러스를 반입한 집단이 미국이라는 ‘소설’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미 군사당국이 실험을 위해 메르스를 고의로 퍼뜨렸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해진다. 불확실한 사실과 일부 거짓이 조합된 전형적인 음모론이다.

정부-학계 상반된 입장
“다 못믿어” 목소리 높아

현재까지 나온 사실을 종합하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미군에 의해 반입됐을 가능성은 없다. 첫 감염자는 지난달 4일 카타르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했다. 회사 업무차 중동을 찾은 것은 지난 4월이고 5월 초에는 혼자 여행했다.

귀국 후에는 발열 증세로 세 곳의 병원을 찾았다가 각 병원의 의사 및 간호사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정부가 첫 감염자를 포섭함은 물론 세 병원의 의료진 역시 속여야 한다. 보건당국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입도 막아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 영화 <감기> 포스터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메르스의 유입은 우리 검역당국과 감염자 개인의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부실 대응은 사태를 확산시킨 원인일 뿐이다. 그럼에도 음모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배경은 미군의 ‘탄저균 배달사고’가 뒤늦게 밝혀져서다.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미군의 탄저균 반입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미 정부는 지난달 22일 주한미군 오산기지로 “활성화된 탄저균이 배달됐다”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미군은 5일이 지난 27일에야 탄저균 국내 반입 사실을 시인했다. 더불어 미군은 ‘실험훈련용’이라고만 용도를 밝혔을 뿐 배달된 탄저균의 양과 훈련 횟수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미군에 가로막혀 정확한 현장 검증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저균은 치사율이 무려 80%에 달하는 병원균으로 메르스보다 사망 가능성이 최소 2배 이상 높다. 생화학무기로 사용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군이 탄저균을 어떻게 폐기하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미군은 ‘실수’라는 입장이다. 비활성화된 탄저균을 받으려 했는데 현지 연구소에서 잘못된 샘플을 보냈다는 것이다. 또 국내 탄저균 실험은 실행되지 않았고,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이 같은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은 2013년 6월부터 이른바 ‘주피터(JUPITR)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피터 프로젝트는 북한에 대응할 목적으로 한국 내 미군기지 연구실에서 생화학무기를 실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독소를 지닌 병원균이 외부로 반출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가루 형태의 탄저균 포자가 편지로 배달되면서 우편물을 받은 22명 가운데 5명이 숨지기도 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최근 있었던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에볼라바이러스는 유입 가능성에 그쳤고, 메르스는 실제 유입됐다는 점이 다르다. 두 바이러스 모두 비교적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는 공통점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메르스는 백신이 없어 완치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연 ‘미군 관련설’ 등장 왜?
황교안·성완종 의혹들 잠잠

지난 2012년 메르스가 첫 발견된 이후 전 세계에서 431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37%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우 지난 4일 기준 치사율은 5.7%다. 추가 사망자가 나오거나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치사율은 변동될 수 있다. 당초 알려진 37% 수준보다 치사율이 낮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나친 경계는 필요 없다’라는 태도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무엇보다 메르스와 관련한 정보를 통제하면서 비밀주의로 일관해 또 다른 음모론을 낳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오산 공군기지 소속 A 원사의 메르스 양성 반응 사실이 알려졌다. 군은 A 원사와 접촉한 60여명의 인원을 감염 의심자로 분류해 격리했다. 공교롭게도 오산 공군기지는 다수의 미군이 우리 군과 함께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탄저균에 이어 메르스까지 노출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도는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군과 한국군이 서로 다른 구역의 막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군 당국은 미군으로의 감염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미군 역시 메르스에 대한 예방수칙만 하달했을 뿐 별도의 추가조치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묻히는 이슈들

하루에도 수천건씩 메르스와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같은 이슈들은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물타기’를 목적으로 한 청와대의 보도지침을 의심하지만 억측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받고 있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고려하면 메르스 사태를 확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되레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곤란을 겪고 있는 박근혜정부다. 일부 음모론자가 추측하는 것처럼 청와대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엔 능력이 없어 보인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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