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 '거부권 정국'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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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잠룡 '거부권 정국'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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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소신파 'Y·J' 상종가 - 눈치파 'K·K' 하한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가의 핵폭탄으로 떠오른 가운데 여의도에서는 여권 잠룡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소위 ‘거부권 정국’ 속에서 ‘몸 사리기’에 들어간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이도 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여의도로 돌려보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금처럼 거센 후폭풍을 예상한 곳은 많지 않다. ‘거부권 정국’의 직격탄을 맞은 새누리당의 상황은 계파 간 갈등양상으로 전이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부권 정국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누가 뭐래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다. 정가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5월29일부터 지금까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여러 설들이 떠돌았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달 25일 이후에는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처한 진퇴양난의 상황과는 다르게 국민여론은 우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일련의 갈등양상으로 인해 대권주자로서 오히려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이 수치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유승민의 사퇴를 반대하는 사람이 45.8%로 나타나 찬성하는 31.5%보다 14.3%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차기대선주자지지도’ 조사에서 두 계단 상승한 4위에 올라섰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 동안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2%포인트 상승한 5.4%를 기록, 여권 내 대권주자들 중 4위를 차지했다. 유 원내대표 위로는 김무성 대표가 20.2%로 1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6.2%로 2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5.7%로 3위에 있을 뿐이다. 상승 추세로 봤을 때 7월 첫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선 김 대표에 이은 2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기존 보수층의 지지를 잃었다는 측면에서는 손해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보수층의 집결지라 할 수 있는 영남권에서는 오히려 사퇴를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산·경남·울산 등의 지역에서 사퇴를 찬성하는 의견이 46.7%로 반대인 30.7%보다 1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사퇴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42.2%, 반대는 의견은 35.6%로 6.6%포인트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를 잘 나타내듯 여의도에서는 연일 ‘어버이연합’ ‘자유청년연합’과 같은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유승민 사퇴’ ‘무능 새누리’ 등의 피켓을 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민 4위 껑충, 정의화 '다크호스' 등극
김무성 수성 실패, 김문수 총선효과 불발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한 정가의 반응도 유 원내대표와 유사하다. 즉 이번 일을 통해 대선 주자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국회법 개정안이 끝내 국회로 다시 돌아오자 정 의장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의장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국민들에게 한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반대함에도 기존 1일로 예정돼있던 국회 본회의 날짜를 6일로 미룰 정도로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강한 ‘재의’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각 언론사들은 ‘거부권 정국… 돋보이는 정의화 행보’ ‘마이웨이 정의화… 마비된 국회 살리는 명의 될까’ 등의 제하의 기사를 통해 그의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도 제하의 글을 통해 정 의장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나섰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7일 개인SNS를 통해 “정의화, 점잖으면서도 강한 근골과 뚝심이 있는 분이다”라며 “여당 대권주자로 김무성이 독주하고 있지만, 정의화 ‘다크호스’다”라고 호평했다.


 


▲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반면 김무성·김문수 등 여권 내 핵심 잠룡들은 애매한 스탠스로 오히려 대권가도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사과할 일은 해야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새누리당 의총 직후 의원 다수가 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지 않자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주장하는 다수) 의원들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며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당·청 간의 관계에서도 김 대표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대표임에도 입장 표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종속적인 모습을 봤을 때 대선주자 1위가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나왔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한 팟캐스트에서 "김무성 대표가 제일 큰 데미지를 입었고 존재감이 사라졌다"면서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순위를 박근혜의 난으로 날려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지율에서도 잘 드러난다. ‘리얼미터’에서 지난달 30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대선주자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김 대표가 지난달 대비 4%포인트 급락한 18.8%를 기록하면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뒤진 2위로 추락했다. 18.8%라는 수치는 4·29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이전인 지난 4월의 19.3%보다도 낮은 수치로, 이번 정국을 통해 ‘선거의 남왕’이라고 불리기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유ㆍ정↑ 무ㆍ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한껏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지만 어정쩡한 반응으로 대선주자지지도에서 급락하고 말았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6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MBC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한다”고 입장을 밝히면서도 유 원내대표 책임론에 대해서는 “물러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두둔했다. 지난 2월경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블랙박스에 갇힌 인사 때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김 전 지사를 두고 선거를 앞둔 범정치적 행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지난달 2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6월 4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3.2%포인트 하락한 5.7%로 지난주 2위 자리에서 한 계단 내려앉았으며, 5.4%로 4위를 기록한 유 원내대표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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