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부녀의 난’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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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부녀의 난’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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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노한 회장에 부사장 반기 들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형제의 난, 왕자의 난, 시숙의 난, 숙질의 난, 모자의 난…’ 이번엔 ‘부녀의 난’이다. 아워홈에서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회장과 그의 딸 사이가 이상하다. 부녀는 왜….

아워홈 구자학 회장 일가는 ‘은둔형 가족’이었다.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이후에도 그랬다. 공개된 사진이 없을 정도. 전혀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아 ‘베일 속 재벌가’로 불렸다. 오직 실무만 챙겼다. 물론 가족 사이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심상찮은 기류

그러던 중 2010년 들어 처음 아워홈 오너일가의 얘기가 시중에 돌았다. 구 회장과 그의 막내딸 구지은 부사장 간 이상기류가 포착된 것. 발단은 구 부사장의 이혼이었다.

구 부사장은 미국 유학 중 만난 남성과 짧은 연애 끝에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엔 성격 차이가 이혼 사유로 알려졌지만 깊숙한 내막은 베일에 싸여 있다. 어떤 이유로 파경까지 이르게 됐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 없다. 회사 관계자도 “오너일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라며 “전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두 사람의 결혼과 이혼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특히 딸의 결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노심초사 했다는 후문이다. 이때 부녀관계가 틀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도 잠시. 구 부사장의 등판은 소문을 이내 잠재웠다. 세간의 예상을 깨고 경영수업에 들어간 것. 여성의 경영 참여가 없었던 LG 구씨일가라 더욱 시선이 쏠렸다.

올해 48세(1967년생)인 구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보스턴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와이트코리아 수석컨설턴트 등을 거쳐 2004년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 전무로, 지난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04년 5000억원대였던 아워홈 매출은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올랐다.

업계에선 구 부사장에 대한 구 회장의 신임으로 비춰졌다. 더구나 다른 자녀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유력한 후계자란 전망도 쏟아졌다. 아워홈으로 출근하는 건 1남3녀(본성-미현-명진-지은) 가운데 구 부사장이 유일하다. 구 회장의 장남 본성씨는 노스웨스턴대학교를 나와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등을 지내고 현재 의류사업을 한다. 장녀 미현씨와 차녀 명진씨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고 있다. 

아워홈 대주주인 이들 3명은 나이가 이미 50대라 경영수업을 받기엔 늦었다는 게 회사 안팎의 판단. 본성씨는 올해 58세(1957년생), 미현씨와 명진씨는 각각 55세(1960), 51세(1964)다. 업계 관계자는 “아워홈 후계자로 구 부사장을 의심하는 시선은 드물었다”며 “구 회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회사 측은 ‘이르다’고 선을 긋지만, 그룹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구 부사장이 언젠간 대권을 승계할 것이란 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영진 숙청…알고보니 구 회장 지시
토종세력 불만 커지자 직접 ‘교통정리’
권한박탈 딸 “모략” 강력한 불만 표출

그랬던 아워홈에서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구 회장과 구 부사장간 사이가 이상하다. 후계구도에 금가는 소리마저 들린다. 구 회장과 구 부사장이 작심하고 휘두른 인사권이 발단이 됐다.

아워홈은 얼마 전 갑자기 전문경영인(CEO)을 교체해 구설에 올랐다. 김태준 전 대표는 사장 선임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 보기 드문 단명(?) 사례다. 지난 2월 아워홈 대표로 선임된 김 전 대표는 6월 초 사임했다.

 



이를 두고 구 부사장과의 갈등 때문이란 시각이 제기됐다. 사실상 문책성, 경질성 인사로 보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일신상의 사유가 아닌 회사에서 압박해 사직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CEO 교체를 계기로 구 부사장의 경영 승계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어디까지나 추측은 추측일 뿐, 최근 밝혀진 내막은 달랐다. 김 전 대표를 해고한 것은 구 부사장이 아닌 구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은 이랬다.

김 전 대표는 CJ 출신으로, 구 부사장이 직접 영입했다. 앞서 ‘낙하산’으로 떨어진 노희영 전 CJ 고문도 구 부사장의 작품(?)이었다. 아워홈 실세로 등극한 두 사람이 경영 전반을 쥐락펴락하자 내부 불만이 쌓였다. 상대적으로 불안감과 박탈감이 커진 ‘토종’세력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던 것.

이 소식을 들은 구 회장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 우선 구 부사장이 공들여 영입한 김 전 대표와 노 전 고문을 해임했다. 이어 구 부사장까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구매식재사업 본부장에서 회장실로 자리를 옮겨 그동안 주력했던 외식사업에 대한 업무 권한을 상실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부녀의 난’이란 말이 안 나왔을 거다. 수족이 잘린 구 부사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아워홈 구자은 부사장

그는 보직해임이 결정된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부는 인정, 내부는 모략”이라며 “변화의 거부는 회사를 망가뜨리고 썩게 만든다”는 글을 올려 불만을 표출했다. 또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하는 인재들은 일 안하고 하루 종일 정치만 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다”며 “우수한 인재들이여 인내하고 버텨주시기 바란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구 부사장은 지난 6일에도 “그들의 승리. 평소에 일을 모략질 만큼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 것. 또다시 12년 퇴보, 경쟁사와의 갭은 상상하기도 싫다. 11년 만에 안식년 감사하다”는 글을 남겨 부녀 불화설을 부채질했다.

불화설 불거져

아워홈 내부는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임직원들은 적잖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란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 그런데도 회사 측은 시치미를 떼고 있다. 아워홈 측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큰 일 아니다”라고만 말해 소문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갯속' 아워홈 후계구도

구자학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본성-미현-명진-지은)를 두고 있다. 구 부사장은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아워홈 안팎에서 유력한 후계자로 구 부사장이 언급된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 구 부사장이 보직해임되면서 업계에선 장남의 등극을 점치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워홈은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쥐고 있다. 최대주주는 장남 본성씨(39%·880만주). 장녀 미현씨는 19%(440만주), 차녀 명진씨는 20%(447만3448주)를 갖고 있다. 구 부사장은 21%(471만7400주)를 보유 중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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