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응급차 ‘허술 관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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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사설응급차 ‘허술 관리’ 논란

일요시사 0 1552 0 0

‘삐뽀삐뽀’ 사이렌만 달면 끝?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다요금 징수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허술한 구급차 점검이 도마 위로 떠올랐다. 응급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특수구급차가 응급현장에 출동되고 있어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구급차 신고제 이행 상황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점검한 결과, 법정 기준을 충족한 구급차가 5802대(특수구급차 2339대, 일반구급차 3463대)로 확인됐다고 지난 3월26일 발표했다. 응급환자 이송 안전 강화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5일부터 구급차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 별로 법정 기준 충족 여부를 전수·점검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도록 한 것이다.

일반 환자에 
과다요금 징수

지자체의 법정 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특수구급차에 후두경 등 기도삽관 장치,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 장치, 휴대용 간이인공호흡기,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 쇼크방지용 하의(MASK), 부목 및 기타 고정장치(철부목, 경부·척추보호대), 자동제세동기, 휴대용 산소포화농도 측정기 등의 응급의료장비와 비닐팩에 포장된 수액제제(인공혈액제제 등), 리도카인, 아트로핀, 주사용 비마약성진통제, 주사용 항히스타민제, 소독제(과산화수소, 알콜 및 포비돈액), 니트로글리세린(설하용), 흡입용 기관지확장제 등 구급의약품을 갖춰야 한다. 일반구급차에는 외상처치에 필요한 기본장비와 기도 확보 장치, 산소호흡기 및 흡입기를 구비해놔야 한다. 특수구급차 5대당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각 8명씩 총 16명의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법정 기준 충족 구급차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 및 지자체 운용 구급차가 1634대(특수구급차 1328대, 일반구급차 306대), 의료기관 구급차가 3280대(특수구급차 416대, 일반구급차 2864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구급차가 787대(특수구급차 534대, 일반구급차 253대), 기타 법령에 따른 운용자 운용 구급차가 101대(특수구급차 61대, 일반구급차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관련 법령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보다 특수구급차가 202대 늘었으며 일반구급차가 108대 줄어들어 총 94대가 증가했다. 사설응급차는 의료기관과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이 운용하는 구급차로 특수구급차 950대와 일반구급차 3117대로 총 4067대가 이에 해당된다.

<일요시사>는 1013호 사회면을 통해 ‘환자 울리는 사설응급차 횡포 백태’라는 제목으로 사설응급차의 무분별한 특수구급차 출동에 따른 과잉 요금 징수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다. 기사가 보도된 이후 두 명의 제보자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와 관련된 사실을 <일요시사>에 제보했다.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민간사업자와 응급구조사의 제보에 따르면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의 특수구급차 상당수가 응급의료장치를 갖추지 않았음에도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민간사업자가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민간사업자에게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줌으로써 지자체 점검을 도왔다는 주장이다.

한 제보자는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신고제 도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사설응급차가 신고필증 발부를 위해 임시적으로 타 사설응급차에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지자체 검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보건복지부가 구급차 관련 법안을 개정해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의 만행을 고쳐보려 했으나 허술한 점검에 콧방귀를 낀 민간사업자가 많다”며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설응급차가 많다 보니 응급환자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의료장비 미비
정상영업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법정 기준 미충족 구급차는 행정지도를 통해 미비사항을 개선하도록 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해줬다”며 “점검한 구급차의 응급의료장비에 스티커를 부착했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장비를 대여 받아 신고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덧붙여 “근거 없는 제보임에 틀림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제보자는 “점검을 마친 타 지역 사설응급차 업체로부터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한 후 점검 받은 것”이라며 “응급의료장비의 고유번호를 점검자가 적어가지만 중복 여부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를 악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필증을 발부받았기 때문에 스티커를 제거해도 정상영업이 가능하고 다시 붙이면 된다”며 “깡통차(응급의료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은 구급차)를 운용하는 업체도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와 다를 게…의료장비 없이 운송만
보건부 신고필증 부착만으로 허술 점검

신고필증을 발부 받은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는 의료기관 416대와 민간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534대로 총 950대다. 구급차 관련 법안이 개정되기 전인 2013년 사설응급차의 특수구급차 규모를 살펴보면 의료기관 387대, 민간 사업자 및 비영리법인 413대로 각각 29대, 121대씩 증가한 것이다. 이에 사설응급차 관계자들은 기존 사설응급차를 운영하는 전 업체의 특수구급차가 신고필증을 발부 받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즉 기존 응급의료장비 미비 특수구급차의 상당수가 대여한 응급의료장비로 지난해 6월 실시된 지자체 검수를 통과,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채로 1년 넘게 운용해 왔다는 말이다.

한 사설응급차 관계자는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려면 1대당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에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 사장들이 인맥을 활용해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점검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특장차전문업체에 특수구급차 응급의료장비 구매비용을 조사해본 결과, 1대당 최소 4500만원에서 최대 2억2000만원이 소요되며 일반적으로 1억원가량 응급의료장비를 구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설응급차 등록 허가를 받으려면 특수구급차 5대 이상을 운용해야 하므로 한 업체당 특수구급차에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 비용만 2억25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제보자는 “점검기간 동안만 응급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1년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시 방편으로 응급의료장비를 대여하는 것”이라며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에 응급의료장비가 미비한 특수구급차가 출동될 경우 큰 위험이 초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요시사>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에 특수구급차의 미발부 신고필증 건수 및 점검 결과 자료를 의뢰했으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매년 6월 실시하는 사설응급차 점검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조차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장비 대여
점검 임시 대응

지난달 17일, 메르스 확진자 133번 환자와 145번 환자가 사설응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인 것으로 밝혀져 사설응급차 응급의료장비 미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정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응급의료장비 미비로 인한 응급처치 부실 대응이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주 1회 이상 구급차 소독이 이뤄져야 하나 이를 시행하지 않아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특수구급차의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특수구급차가 갖춰야 할 장비 기준에 통신 장비가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운전자와 응급구조사간 핸드폰 통화로 인한 의사소통 불편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운전기사 및 동반탑승자, 응급구조사가 전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신고필증 부착과 관련한 지자체 점검에서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이 점검 리스트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26일 보도한 구급차 신고필증 관련 자료에 따르면 법정 설비 및 장비 기준 충족 여부를 관할 지자체에서 직접 확인한 후 신고필증을 발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 법정 설비에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가 부착돼 있어야 하나, 실제로는 칸막이 부착 여부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급차 운전자 및 응급구조사의 전염병 예방을 위해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사설응급차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의료기관 구급차 3280대 가운데 장례식장에서 운용하는 구급차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로부터 사망통보를 받지 않은 실제 사망자의 경우 응급환자로 간주하지 않아 119구급차 이송이 불가하며 사설응급차를 통한 장례식장 이송만 가능하다. 특히 사설응급차에는 냉동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사망자 이송간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운전석과 환자석 간 칸막이 미부착 사설응급차 출동 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칸막이 미부착…감염병에 노출
다른 지역서 장비 빌려 눈가림

한 사설응급차 운영 업체 관계자는 “사망통보를 받지 않았으나 사망한 지 오래된 사망자나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이송해야 하는 사망자를 종종 태운다”며 “구급차에 냉동장비가 구비되지 않아 동반 유가족도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냉동장비를 갖춘 구급차를 운용해야 시신의 훼손 및 부패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구급차 장비 미비사항과 관련한 행정처분 기준도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응급의료장비 및 구급의약품 위반 시 행정처분 기준을 살펴보면 1차 위반 시 업무정지 1개월에 처하며 2차, 3차 위반 시 업무정지가 각 1개월씩 늘어난다. 환자에 대한 과다요금 징수 처분도 장비 미비 행정처분 기준과 같으며, 응급구조사 미탑승 적발 시 1차 위반 업무정지 7일, 2차 위반 업무정지 1개월, 3차 위반 업무정지 2개월에 처한다. 위반 시 영구 면허 및 자격 정지 처분은 행정처분 기준에 명시돼 있지 않다.

수당 줄이려
구조사 출동 자제

구급차 관련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사설응급차 운용 업체는 응급구조사 및 운전기사를 특수구급차 5대당 각 8명씩 배치해 운용하고 있으나, 실제 응급출동 시 응급구조사가 동반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북 지역의 응급구조사 미동반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전북 지역에서 사설응급차를 운용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응급구조사에게 건당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응급구조사의 동반 출동을 꺼리는 것”이라며 “출동 문의 시 위급하지 않았다가 이송간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응급구조사가 없으면 환자는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속 기사> 119 구급활동 현황

19초당 한명씩 실려간다

<일요시사>가 통계청 e나라지표에 공시된 지난해 119구급활동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119구급차의 이송건수는 163만1724건, 이송환자는 167만838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 31명 중 1명이 구급차를 이용했으며 하루 평균 4598명, 18.8초당 한 명씩 이송된 셈이다. 2005년 대비 이송건수는 54.1%(57만2728건), 이송인원은 52.5%(57만7645명)이 증가했으며 10년간 평균 이송건수는 134만7940건, 이송인원은 139만5237명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이송인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22.3%), 서울(19.6%), 부산(6.2%), 경북(5.7%), 인천(5.4%), 충남(4.8%) 순이다.

국민 31명 중 1명꼴 구급차 이용
하루 4598명 이송…8월 가장 많아

월별 평균 이송건수는 13만5977건으로 8월이 14만7345건, 15만2167명으로 가장 많았고, 2월이 11만6791건, 11만9566명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119구급차의 출동장소별 이송인원을 살펴보면 가정이 52.2%(87만5394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반도로(14.4%, 24만2124명), 주택가(6.6%, 11만78명), 공공장소(5.3%, 8만9540명) 순이며, 전년대비 증가율은 지하철(18.3%, 1만393명)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 이송인원은 50대가 30만1534명으로 전체 18%를 차지했으며, 70대가 15.2%(25만5665명), 80세 이상이 10.7%(18만232명)였다.

한편 119구급차의 총 출동건수는 238만9211건으로 정상출동이 88.1%(210만3968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취소(9.1%, 21만6768건), 오인(2.2%, 5만1779건), 기타(0.6%, 1만5139건), 허위(0.1%, 1557건) 순으로 조사됐다. 119구급대가 미이송한 75만8237건 가운데 25.7%가 사설응급차 및 자가차량을 이용했다. 이송 평균 소요시간은 현장에서 병원간 17.6분이며 출동에서 병원 도착까지 평균 34.41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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