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세월호 특조위 가보니…

한국뉴스


 

<르포> ‘썰렁한’ 세월호 특조위 가보니…

일요시사 0 868 0 0
▲ 텅 빈 세월호특조위 사무실

문만 열었지 사실상 무용지물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조사위원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예산을 한푼도 지급받지 못해 제대로 된 조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서울 중구 나라키움빌딩에 40여명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이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여기에 내홍까지 일면서 조직이 침몰 위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설치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며 피해자 지원대책을 점검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임시사무실에서 서울 중구 나라키움빌딩으로 옮긴 지 3개월째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삐걱

지난 13일 서울 중구 저동 나라키움빌딩을 찾았다. 특조위는 빌딩 7층과 9층,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위원장 등 핵심부처 직원들은 9층에 상주하고 있다. 현재 파견 공무원과 상임위원 비서진 등 10명 안팎의 인원만 출근하고 있다. 4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눈에 띄는 직원은 한두 명뿐이었다. 내부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사무실 곳곳에는 ‘진상규명국’ ‘안정사회국’ ‘기획행정팀’ ‘소위원회지원팀’ 등 각 부서를 안내하는 A4용지가 붙어있지만 업무를 보는 직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청소부 아주머니일 정도로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조사실 등 회의실 공간은 넉넉한 편이지만 사용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책상과 의자, 컴퓨터 대부분 새것이고 아직 포장을 뜯지 않는 물품도 적지 않았다.

특조위 상임위원과 비서진 급여는 몇 달째 지급되지 않고 있다. 건물 입주를 위한 보증금 등 물품 대금도 밀려 있다. 차량은 렌트비가 없어 모두 회수된 상태다. 특조위는 예산이 나오면 모든 비용을 지불할 계획이다. 특조위는 올초 해양수산부에서 8000만원가량 예산을 지원받아 경비로 사용해왔지만 4월14일 이마저 끊겼다.

특조위는 지난달 4일 별정직 공무원 채용을 위한 응시 원서 접수를 시작해 최근 면접을 실시했고 합격자들을 이달 중하순에 채용할 예정이다. 특조위에게 인력 충원은 분명 반길 일이지만 예산문제가 아직 제자리걸음이어서 내부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실에 의사봉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조사의 독립성, 성역없는 조사, 충분한 조사 기간과 인력, 예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특조위는 기획재정부(기재부)에 올해분 16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 7개월이 지나도록 특조위에 동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은 10일 “기획재정부는 세월호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특조위 예산이 단 1원도 지급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기재부 세월호대책 TF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에게 보낸 서면답변서를 통해 “특조위로부터 2015년도 예비비 요구서를 제출받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향후 세월호특별법과 시행령 개정 등 전반적인 논의사항 등을 고려해 특조위의 정상적인 출범과 활동 개시에 지장이 없도록 적정 소요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없고 청소부만…텅 빈 사무실
돈줄 막혀 허송세월 ‘침몰 직전’

앞서 기재부는 4월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아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5월11일 시행령이 공포된 뒤에는 “특조위 인원 구성이 안 돼서”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분과 인원 구성이 안 됐는데도 2015년도 운영비 등을 예산으로 잡아 45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례는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의심에 무게를 실어준다. 장관급 국가기구가 반년이 지나도록 정상적인 예산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마냥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공문 등을 통해 조사 자료를 요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감사원 등 몇몇 기관은 사실상 자료요구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나온 자료를 보내는 등 특조위 업무에 비협조적이라는 것이다.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1년이고 6개월 연장이 가능하지만 정부가 돈줄을 막으면서 반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세월호 참사 ‘골든타임’을 놓친 데 이어 진상조사의 골든타임 마저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특조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인 검사 출신의 조대환 부위원장은 13일 “새로 밝혀내야 할 진상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예산을 쓰는 것은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며 특조위 해체와 이석애 위원장 사퇴를 주장했고 ‘결근투쟁’에 들어갔다.

조 부위원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조사 대상자’라는 주장은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가해자와 병렬적으로 피해자인 유가족들도 명백한 조사 대상자인데, 위원장 등 일부 위원들이 유가족 혹은 배후지원세력인 사회단체와 접촉·유착하는 것은 특조위 독립성을 침해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조 부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결근하며 특조위와의 갈등을 예고했다. 특조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 부위원장은 결근 전까지는 직원들과 별 문제 없이 지냈다.


 


조 부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이석태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특조위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 추천위원의 일탈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 부위원장이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특조위 운영을 전횡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매일 개최된 상임위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고, 중요사항은 합의 방식으로 처리해왔다”고 반박했다. 

역할 못하고 난항

또 조 부위원장이 “세월호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조위는 오랫동안 수많은 국민의 염원이 담겨 만들어진 조직”이라며 “개인의 주장이나 희망에 의해 해체될 수 없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특조위 직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넓찍한 이 위원장실에 모여 회의를 하는 등 바쁜 모습을 보였다.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홍이 빚어지고 있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개정안 보니…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세월호참사의 원인규명 등에 대한 조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소위원회 활동을 강화하며, 사무처 조직편제와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이 아닌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지난 13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조사결과에 국한 되었던 세월호참사의 원인규명 등에 대한 조사범위가 확대되고, 특조위의 업무 분담을 위하여 설치되는 소위원회의 활동이 사무처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차단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며 업무 및 직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보장된다. <광>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