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시여! ‘은’은 주격조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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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시사펀치> 대통령이시여! ‘은’은 주격조사가 아닙니다!

일요시사 0 992 0 0

북의 도발이 거세지기 시작한 8월21일 저녁 아내와 함께 자리했다.

“여보, 나 자원입대하려하는데 어떨까?”“왜 갑자기 그런 소리해?”“명색이 문학인으로서 김정은의 장난에 더 이상 놀아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꼴 더 이상 보여주기도 싫고. 또 군에 있는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그래.”

아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그런데 당신 나이가 있는데 군에서 받아주겠어?”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몸을 보여주었다. 젊은 시절 여러 운동에 심취했었고 이후에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을 오르며 꾸준히 몸 관리를 해왔던 터였다. 아내가 미끈한(?) 내 몸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한마디 한다.

“하기야 당신 정도면 지금도 충분히 전쟁에 참여해도 되지. 그리고 어린 아이들보다 전쟁터에서는 당신이 유리할 수 있지.”

“그러면 당신이 허락하는 걸로 알겠어.”

“허락이 뭐야, 지금 내 심정도 그런데 당신이야 오죽하겠어.”

이어 다음날인 22일 평소 존경하는 어르신과 점심을 함께하며 지난밤에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전하며 내 각오를 피력했다. 심각하게 이야기를 듣던 어르신께서 한마디 하신다.

“그런데 자네, 김정은이 정말 전쟁하려할까? 지가 먼저 죽을 텐데.”“그래서 더욱 성질나지요. 이참에 제가 죽든 김정은이가 죽든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합니다.”

결국 어르신께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며 술 한 잔 따라 주셨다. 이후 마음을 다지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과연 이 일이 비단 나만의 객기였을까. 천만에다. 군에 있는 우리 아이들도 전역을 연기하고 또 병역의무를 마친 아이들도 재입대하여 반드시 일의 결말을 보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매번 반복되어 왔던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며 “그러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런데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정부가 발표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6개항 합의 공동보도문 전문’을 보면 너무나 실망스럽다. 사과와 관련한 항목이다.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이 항목을 두고 도하 언론에서는 ‘북측이 주어로 명시된 유감을 표명하였다’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살필 때 상기 합의문은 소위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왜냐, 상기 합의문에 주체 즉 주어가 없고 객체만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우리 대표단은 ‘북측은’에서 ‘은’을 주격조사로 인식한 모양인데 ‘은’과 ‘는’ 등은 주격 조사가 아니라 보조사다. 지면 관계상 보조사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뿐만 아니다. 주체가 없으니 주체가 행한 행위 역시 명확하지 않다. 그러니 누가 무엇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는지 알 수 없다. 하여 상기 조항을 필자가 정정하겠다.

‘북측이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저지른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각설하고, 박근혜정권의 이번 행위를 살피면 초한지에 등장하는 항우와 유방의 협상에서, 유방의 말장난에 놀아난 항우의 최후 장면이 연상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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