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발' 공포에 묻힌 이슈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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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발' 공포에 묻힌 이슈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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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속고 권력은 웃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남·북 간 대치 국면이 진정세에 접어든 가운데 수면 아래로 감춰졌던 현안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보름간 국정원 해킹 파문, 롯데그룹 국적 논란, 선거제도 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은 뉴스 머리꼭지에서 자취를 감췄다. 북한발 공포에 묻힌 이슈들을 조명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군사 도발 행위에 대해 "응징하겠다"라는 뜻을 밝혔지만 처음부터 선제 타격의 가능성은 없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는 남한은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 '북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미연합사가 설정한 '데프콘' 단계별 대응을 살펴보면 우리 군은 3단계 '긴장상태'부터 미군의 지휘를 받는다. 독자적인 군사행동은 할 수 없다. 실제 확전은 1단계이며, 우리 군은 정전협정 이후 줄곧 4단계(경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은 전쟁을 벌일 실력과 명분이 부족했다. 북한의 남침은 사실상 남한의 군권을 틀어쥐고 있는 미군을 상대로 한 전쟁을 의미했다. 미국을 상대로 싸워 이기겠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무모한 도박이었다.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 역시 공개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그 어떤 행동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성명을 냈다. 북한이 미군에 의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상황을 제외하고 중국이 전쟁에 개입할 확률은 없었다.

결국 '전쟁 공포'는 언론이 과장한 '안보몰이'의 결과물이다. 남·북간 대치 국면이 최고조에 이르자 각 언론은 경쟁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부추겼다. 그 사이 심도 있게 다뤄지던 각종 현안은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정부·재벌과 관련된 이슈 역시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의혹이 꼬리를 물었던 '국정원 해킹 파문'도 마찬가지다.

[하나, 국정원 해킹]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은 "국정원이 해킹을 시도한 컴퓨터 아이피(IP) 3개를 추가로 파악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안 위원장은 "2013년 7~8월 국정원이 국내 인터넷 KT망을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대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거나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정원이 국내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해킹했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정원이 해킹 사실을 시인하지 않으면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국정원 해킹 파문'은 진실 규명에 필요한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검찰은 관련 사건을 접수받은 지 한 달이 넘도록 일손을 놓고 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해킹 프로그램 중개업체 관계자를 잇달아 검찰에 고발했다.

여당은 '안보'를 앞세워 야당의 의혹 제기를 묵살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지난 21일 "북한이 도발 중이니 (국정원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지 말아 달라"라며 "(향후) 북한이 사이버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이버사령부가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둘, 롯데일가 사태]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앞서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자신의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해임했다. 이후 부자 간 폭로전 양상으로 '반롯데' 여론이 확산되자 신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 나타난 신 회장은 서툰 한국말로 사과문을 읽었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난 26일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경영투명성 제고 등 4대 중점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남북대치 두고 무리한 안보몰이 지적
굵직굵직한 국내 뉴스들 수면 아래로

또 과제를 추진할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 이날 신 회장은 "겸허한 마음으로 착실히 준비해 롯데를 사랑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기대를 회복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관련한 논란이 완전히 불식됐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파급력은 크지 않지만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도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의 '왜색'은 잠재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그룹 총수 일가가 일본어로 대화하고, 일본롯데에서 한국롯데의 이윤을 챙겨가는 구조는 "롯데가 한국기업"이란 신 회장의 해명과 배치된다. 더욱이 롯데그룹은 계열사 롯데푸드, 대홍기획, 롯데리아 등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셋, 선거제도 개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남북이 대치 중인 틈을 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합의했다. 양당은 국회의원 정수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지역구와 비례의원 수는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위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당이 합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비례대표 수는 자동적으로 감소한다.

이 경우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양당 체제는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 득표보다는 지역 후보자 득표에 더 유리한 선거제도이기 때문이다. 원내 3당인 정의당은 지난 25일 "두 정당의 합의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반발했다. 정의당 심장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혁을 당론으로 정한 만큼 책임 있게 임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불리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총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이 투표에서 10%의 지지율을 획득했다면 해당 정당에는 30석이 배분된다.

그러나 한국은 관련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다수 정당에 불리한 제도라는 평가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넷, 못다한 친일청산]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은 지난 27일 1179만5544명의 관객(누적)을 동원해 역대 극장 흥행 순위 9위에 랭크됐다. <암살>은 1933년 경성을 무대로 친일파 암살 작전에 나선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그렸다.

<암살>은 상업적인 흥행과 더불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신드롬'으로까지 번졌다. 약산 김원봉이 재조명 받기 시작했고, 친일파 청산에 대한 여론이 새롭게 조성됐다.

광복절을 전후로 친일파의 후손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이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부친의 친일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와 관련한 논란도 계속됐다.

하지만 북한발 이슈는 친일파에 대한 관심을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에게로 돌렸다. 지난 27일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쓰는 과정에서 김 비서를 우호적으로 묘사했다가 지탄을 받고 사퇴했다. 북한이란 '요술봉'에 당해 낼 장사는 없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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