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합의와 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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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우의 시사펀치> 이면합의와 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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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령씨의 일본 동영상 사이트와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피면 크게 두 가지로 축약된다.

하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이제 잘 살게 됐으니 한국의 힘으로 피해자를 모셔야 한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관해 한국 외교부 등이 문제 삼는 것은 내정간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혈손이 어떻게 부모를, 자신의 선조를 참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 과정에 일왕을 지칭할 때 ‘천황폐하’라는 일본어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역시 정치권에서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흡사 하이에나처럼 반응을 보였는데 야당의 모 의원이 이를 두고 “우리나라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서 오늘날 친일파 후손들이 정치를 비롯한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 사회를 친일파가 장악하는 현실”이라며 “천황폐하, 황국시민, 멸사봉공, 혈서로 충성을 맹세한 일제 강점기 만주군관학교 출신인 박정희의 친일행각과 박근령의 ‘천황폐하 일본만 타박해 죄송하다’ ‘야스쿠니 간섭 내정간섭이다’ 등의 발언은 대를 이은 친일이다”고 맹비난했다.

두 사람의 발언을 살피면, 박씨의 발언에서 묘한 의심이, 그리고 모 의원에 대해서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먼저 박씨의 발언을 살펴보자. 박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이제는 우리가 모셔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주장을 했다.

박씨는 지난 시절 상당한 고급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판단되는데, 혹여 일반인이 모르는 사실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 즉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이면합의라는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말이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일본 외상 오히라 사이에 있었던 메모처럼 문서에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구두로 합의한 게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박씨가 서슴없이 그런 발언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음은 한숨을 자아내는 모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다. 그에 앞서 시정해야할 부분이 있다. 여러 매체에 실린 내용을 살피면 그는 황국시민이라 언급한 게 분명한 듯한데, 황국시민이 아니라 황국신민임을,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뿐만 아니라 일본 육사도 거쳤음을 밝힌다.

여하튼 그가 힘주어 강조한 친일파에 접근해보자. 우리 한국인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으로부터 유무형의 혜택을 받은 모든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친일파라 칭한다. 아울러 생계수단으로 혹은 자연스런 삶의 과정을 이어왔던 사람까지 이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여 차제에 이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일본이 강점하고 있던 당시 두 부류의 위해세력들이 있었다. 첫째는 매국이다. 우리가 일컫는 을사오적 등 우리나라가 일본에 합병되도록 힘썼던 부류로 그들은 매국노로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동포를 괴롭혔던 세력들이다. 그런 그들을 우리는 ‘주구’ 즉 일본의 앞잡이로 규정 내릴 수 있다. 하여 긍정의 개념을 지니고 있는 ‘친(親)일’이란 용어를 버리고 ‘매국노’와 ‘주구’의 두 단어로 정립하여야 한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 그 둘 중 어디에 속하는가도 살펴보아야할 일이다.

상기에서 간략하게 이면합의와 친일파를 지적했으나 결론은 지금이고 미래다. 사실 일본과 관련한 과거사 이야기만 나오면 주로 역사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일본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이 창피하다.

이미 우리는 임진란 그리고 병자호란을 통해 전쟁에서의 패배와 그로 인한 망국의 서러움에 대해 뼈저리게 경험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게 다시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으니…. 그저 유구무언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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