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반응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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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TF 사태> 각계 반응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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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친 작업을 하기 위해 교육부내 전담팀과 별개로 비공개 TF사무실을 운영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앞에서 야당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불붙은 이념전쟁에 기름 부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달 25일 저녁 8시경 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혜화동에 위치한 한 사무실을 찾았다. 교육부가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설명해야할 관계자는 자취를 감추고, 전경이 출동해 건물을 에워 쌓다. 현장에 있던 의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정화 TF 사태는 도화선이 됐다. 이미 타오르던 여·야간 이념전쟁에 기름을 붙는 격이었다. 여당은 ‘현직 의원들이 공무원이 일하는 곳을 급습해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국민을 속이려 든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맞받아쳤다. 정가에서 첨예한 대립이 계속된 가운데, 국민들도 사분오열 갈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밀 TF 임무는?

팽팽한 여론은 현장에서 나타난다. 광화문 광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7일에는 시민·학생·국회의원·역사학자 등 2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대대적인 촛불집회를 가졌다. 보수단체 회원들도 잇따라 국정화 ‘반대’ 집회 현장을 찾아 국정화 ‘찬성’을 외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난 10월 4주차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이 49%를 기록, 찬성하는 사람 36%를 1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을 유보한 사람은 전체 16%였다(지난 10월27∼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 RDD,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눈여겨 볼 점은 TF 사태가 국민 여론에 미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4주차 결과는 TF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3주차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10월 3주차 결과를 보면, 반대하는 사람이 47%로 나타나 찬성하는 사람 36%를 11%포인트 앞섰다(입장유보 17%). 유보 입장을 보였던 사람들 중 단 2%만이 반대자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지난 10월20∼22일, 전국 성인 남녀 1010명, RDD,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이번 사태가 불러온 ‘파장’에 비해 ‘반향’이 적은 것을 두고 몇몇 정가전문가들은 ‘위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비선으로 TF를 설치한 것은 도의적으론 잘못됐지만, 그렇다고 법을 어겼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TF 사태가 터진지 하루가 지난 26일 “단순 업무 지원팀”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7일 “국정 어느 사안에 대해서도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준비하려면 정부는 당연히 TF를 만들 수 있다”며 “이것은 행정법상·행정절차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TF의 한 직원이 경찰에 신고전화를 한 내용에서도 여당 측은 다급한 내용의 통화지 잘못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직원은 경찰에게 “정부 일 하는 곳이다. 지금 여기 털리면 큰일난다”고 말했다.

해당 주장에 야당 의원들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유은혜 의원은 TF 활동이 위법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2일 고시 발표 후 다음달 2일까지는 예고기간임에도 교육부는 국정화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 여론을 수집하는 작업에 몰두하지 않고 일방적인 찬성 여론을 조성하는데 힘썼다고 봤다.

야당 의원들 현장 찾자 “경찰 불러”
역사교과서 문제 이념전쟁으로 비화

야당에서 제기하는 TF 사태의 핵심 쟁점은 ▲비선 ▲감금 ▲위증 여부다. 비밀 조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민을 우롱했다는 것이고, 전경을 투입해 막아선 것은 과거 ‘국정원 댓글녀’ 사건처럼 진실을 은폐하려는 속셈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시기적으로 봤을 때 지난달 8일 국정감사에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국정화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야당 측은 이를 위증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전에도 중요한 국가적인 이슈나 사건이 발생하면 비공개 TF가 만들어졌다”며 TF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야가 싸우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선 두 쪽 모두 꼬집었다. 최 소장은 여당에 대해 “어떻게든 (국정화를) 관철시키려다 보니 TF를 서둘러 구성하게 되고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반응에 대해선 “현장을 덮친 것은 옛날 방식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전 민주당 대변인은 해당 TF의 대응을 비판했다. 박 전 대변인은 “공무에 정신없는 공무원 격려차 현장을 방문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뭘 훔치러 간 사람 취급하듯 문 걸어 잠그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 부르고 감금이라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시정연설이 있는 자리에서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집필거부·반대집회로 여론이 흔들리자 정부·여당을 향해 국정화 동력 회복을 주문한 것이라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문을 보면, 국정화라는 단어를 역사교육 정상화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국정화 밖에 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에 대한 반박 의견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연설문에 대해 박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전제가 틀렸기 때문에 국민들은 공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 맘대로 소금을 넣다보면 다른 사람에겐 먹지 못하는 짠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국정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곤란해 할 야당의 카운터펀치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소장은 “지금의 검정교과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면서도 “문제가 있다고 국정화가 마치 정답인 것처럼 정당화 될 순 없다”고 내다봤다.

현장 교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한다.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이성권 대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떳떳한 일이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왜 숨어서 일하느냐”며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도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고 전망했다.

역사교육 정상화

결국 찬반론이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11월2일 행정예고 기간이 마무리 됐다. 오는 5일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확정고시로 전환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공으로 밀어붙이면 국정화 작업은 시작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민 여론이 50대 50으로 팽팽히 맞서도, TF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도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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