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세월호 청문회 지상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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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세월호 청문회 지상중계

일요시사 0 1309 0 0
▲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YWCA 대강강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청장도 몰라요 장관도 몰라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세월호 특조위(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장의 공기는 답답하기만 했다. 여기저기 한숨, 탄식, 야유가 흘러나왔다.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원인의 근원인 정부 측 증인들은 하나 같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하지 않았다”는 등 무성의한 답변으로 유가족은 비분강개했다. 

지난 14일부터 서울 YWCA 회관에서 열린 제1차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사흘간의 청문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참사 발생 600여일 만에 이뤄진 첫 공개 청문회는 증인들의 모르쇠 증언과 여당 추천 위원들의 불참으로 참사의 실체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증인들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 채 이미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안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단체로 기억상실

유가족들은 자신의 아들·딸이 어떻게 숨졌는지 책임 있는 관계자들의 말을 듣기 위해 사흘 동안 청문회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청문회를 지켜보는 내내 탄식, 절망, 야유, 분노를 금치 못했다. 주요 정부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모르쇠로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등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3일 일정 가운데 첫날의 주요 쟁점은 참사 발생 초기 해경 지휘부와 현장 출동 구조 세력의 구조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였다.

목포해경 측 조형곤 상황담당관은 사고 초기, 현장 상황에 대해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경감은 “정확한 상황을 몰라 ‘바다에 뛰어들라’고 할 수도 없어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선내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온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원이 저한테 보고를 안 했다.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또 진도 VTS(해상 교통 관제제도)와의 교신이 원활하지 않았던 데 대해선 “생각이 안 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서해해경 측 유연식 상황담당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진도 VTS가 세월호와 교신 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왜 지시를 내리지 않았느냐”는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의 질문에 “상황이 발생하면 계속 보고가 올라와야 하는데 보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난구호 활동의 감독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가 교신 확인을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물음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유 담당관의 답변을 듣던 유가족들은 야유를 보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YWCA 대강강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증인으로 참석한 박상욱 목포해경 123정 승조원은 “(배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철이 없어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발언해 청문회장을 분노케 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들은 박 경장의 발언에 거세게 항의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가 불거진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 때문이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애들이 철이 없어서”라는 박 경장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유가족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박 경정의 발언은 세월호 의인인 김동수씨를 자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화물차 운전자였던 김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학생과 승객 20여명을 구조해 ‘세월호 의인’으로도 알려졌다.

둘째날 청문회도 증인들은 온통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로 일관했다. 이날은 구조가 지연된 이유가 주요 안건이었다.

특조위 위원은 “‘우리 특공대 출동했는지’ 확인해보신 적 있느냐”라는 질문에 김수현 서해해경 청장은 “당연히 한 것으로 알아 현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구조하려 출동하던 헬기를 돌려세운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느냐”라는 질문에 역시 김 청장은 “기억이 안 납니다”고 답했다.

막말·망언·위증 쏟아진 청문회장
분노·탄식·야유…자해한 유가족도

참사 당시 상당히 부풀려진 잠수사 숫자를 갖고도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사고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가 500명이 맞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특조위 질의에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 앞에 500명이 투입되고 있다고 한 것은 허위보고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전 청장은 “사람을 그만큼 끌어 모았다는 것이지, 다 잠수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인 2014년 4월17일 박근혜 대통령, 이주영 해수부장관 등과 함께 진도체육관을 찾은 바 있다. 당시 김 전 청장은 “제가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현재 저희는 잠수사 500여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조위 청문회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참사현장에서의 피해자 지원조치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청문회에는 당초 참석하지 않는다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리했다. 그런데 해양경찰 지휘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끝내 참사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해경청장을 비롯한 서해지방경찰청·목포해양경찰서 관계자 등 증인으로 나온 해경 핵심 지휘부 대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회피하거나 “경황이 없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 “구조의 가장 큰 책임은 선장”이란 말만 반복했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사 초기 구조를 위해 잠수사 500여명을 투입했다고 발표한 사실에 대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이후 특조위는 “청와대에는 한 시간 단위로 보고하면서 유가족한테는 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전 장관은 “저는 딱히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이번 세월호 청문회는 참사 원인이 인재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진상규명을 위한 힘든 첫발을 뗀 만큼, 새롭게 드러난 의혹 등에 대한 특조위의 철저한 조사를 바랐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우리는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 결과를 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 믿고 지켜보겠다”고 입모아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특조위, 어디로?

청문회 내내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 등으로 ‘맹탕’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아들을 한 유족은 “당초 청문회를 통해 뭔가 새로운 게 나오고 진실이 밝혀질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준비조차 해오지 않은 증인들과 새로운 사실이나 검증 없이 과거 했던 말들을 똑같이 반복한 특조위에 실망이 크다”고 토로했다.

특조위의 첫 공식활동인 청문회가 소득 없이 끝나면서 특조위의 향후 활동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청문회장에 나온 증인들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으로 대답을 일관했다. 수사권이 없는 특조위 청문회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가 수사권을 갖지 않은 이상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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