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현수막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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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현수막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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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건물 막으면 장사는 어떻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선거사무소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으로 일부 업주와 선거사무소 간 잡음이 일고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의 현수막은 크기도, 갯수도 제한이 없어 일조권이나 영업권이 침해당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지난 12월21일 안산천혜그레이스빌딩 입주자와 이혜숙 국회의원 예비후보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11월9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천혜그레이스빌딩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입주했다. 이곳은 중앙역, 고잔신도시와의 접근성이 뛰어나 시장과 국회의원 등 당선자를 양성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지역 정계에서는 ‘선거 명당’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런 가운데 이 예비후보는 내년 총선 후보자 등록을 마친 지난 12월16일 이곳 건물 벽면에 대형 현수막 2개를 설치했다.

곳곳서 갈등 폭발

하지만 이 현수막이 이곳 3∼5층에 있는 웨딩홀 외벽을 가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웨딩홀 측은 현수막 때문에 일조권 침해는 물론 웨딩홀이 마치 정치 성향을 띤 것으로 오인받아 예약 취소가 줄을 잇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웨딩홀 측에 따르면 이 예비후보 측이 현수막을 걸기 전부터 수차례 찾아왔으나 3∼5층을 소유한 천모씨가 지난 19대 총선 기간에 현수막 거는 것을 허락했다가 입었던 영업적 피해를 생각해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예비후보 측이 이 거절을 무시하고 직원이 퇴근한 시각에 현수막을 걸었다고 증언했다.

웨딩홀 관계자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비상탈출구와 주방의 환풍구까지 현수막으로 가려지면서 안전사고의 걱정까지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월17일에는 웨딩홀 주방 종업원이 면도칼로 현수막 일부를 훼손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또 웨딩홀 측이 12월19일 밤 크레인을 동원해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면서 이 예비후보 측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 예비후보 측은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예비후보는 “저는 적법하게 입주 점포주 과반이 넘는 분들과 상인회장의 동의를 받았다. 그런데 제 현수막을 다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제가 게시하기 몇 시간 전에 웨딩홀에서 갑자기 제작하여 파란색 현수막을 달아서 방해한 것이다”라며 “설사 잘못된 현수막이라 해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떼어내야 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현행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구분소유자의 과반수로 관리단 집회의 의사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선거관리위원회 측으로부터도 사전 검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모씨는 “3∼5층은 내 소유인데 내가 안 된다고 말을 했고 관리 사무실에도 허락을 안 받고 밤에 몰래 올라와 현수막을 거는 게 어떻게 적법한 절차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사이트에는 갑자기 생겨난 선거사무실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당구장 주인의 글이 올라왔다.

당구장을 운영 중인 B씨는 동의 없이 설치된 예비후보자의 대형 현수막 때문에 자신의 당구장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건물 5층에 선거사무실이 들어오면서 입주자의 동의도 없이 주말 새벽 기습적으로 벽 3면에 현수막이 설치된 것이다. 이에 창문에 붙어있던 당구장 로고와 네온싸인, 창틀에 설치된 환풍기 등 모든 것이 막히고 실내는 햇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암흑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본격 선거운동…건물외벽 사진 두고 잡음
“법적 문제없다” 피해 고스란히 입주민에

B씨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겠다고 나오신 분이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아도 되는것이냐”며 “오직 자신의 당선만을 위해 지역주민의 생존권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이런 무대뽀 같은 인물이 어떻게 지역발전에 기여를 하겠습니까”라며 분노했다. 또 그는 “정치보다는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인성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하며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이에 논란이 된 현수막의 주인공 안성욱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처음에 건물주와 건물에서 영업을 하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했고 합의를 본 후 올렸던 사항 이었다”라며 “현재 상가에 영업하시는 분들께 다른 방안으로 합의점을 찾아 현재는 좋은 분위기에 합의가 마무리 되었다”고 밝혔지만 이 글은 각종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져나가 세간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 현수막 논란은 2014년 총선 때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대형 현수막으로 인한 피해를 당했다는 A씨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때문에 곤란한 경험을 했다. 건물 외벽을 뒤덮은 국회의원 후보의 대형 현수막 때문에 자신의 영업점 일부가 가렸기 때문이다.

가로 30m, 세로 20m의 거대 현수막 때문에 일조권 침해는 물론 영업점을 찾아오는 고객까지 위치를 찾지 못해 혼란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A씨는 해당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이 창문과 간판을 가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서야 현수막을 비껴달았다”며 “아무리 선거기간이라지만 햇빛을 가리고 영업을 방해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거리에 나가보면 곳곳에 후보자들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한개의 현수막이 건물 2~3층을 뒤덮는 것도 있고 한 건물에 여러개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곳도 많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지역에는 어김없이 대형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내걸려있다. 이러한 대형 현수막은 건물주와의 협의 하에 내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건물주는 “선거사무소가 입점하면서 현수막 문제로 관계자가 찾아와 양해를 구했다”며 “나라의 일꾼을 뽑는데 협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선거사무소 아래층에서 영업점을 운영하는 세입자는 “관계자가 선거기간만 현수막을 달겠다며 조금만 불편해도 이해해달라며 찾아왔는데 거절하기도 곤란했다”고 말했다.

훼손시 오히려 처벌

실제로 건물을 가리는 대형 현수막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해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의 선거운동 사항 중 현수막에 대해선 크기나 갯수 등에 제한이 없으며 선거사무소와 해당 업주간의 협의사항일 뿐 일조권 침해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실정이다”라며 “오히려 임의로 현수막을 옮기거나 훼손하는 등 허용된 선거운동을 정당한 사유없이 방해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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