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고통받는 용접사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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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고통받는 용접사들, 왜?

일요시사 0 913 0 0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유해가스에 무방비 ‘아랫도리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용접사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용접할 때 발생하는 특정 화학물질로 인한 무정자증, 불임, 발기부전 등 생식기관 질환 때문. 유해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용접공들. 그들의 고충을 들여다봤다. 

건설 현장에서 용접일을 하는 김모(56)씨는 최근 발기가 되지 않는 문제로 얼마 전 비뇨기과를 찾았다. 김씨는 발기부전과 함께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지고 기운이 나지 않는 문제를 함께 호소했다.

건강에 비상

또 다른 용접사 최모(28)씨는 “나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상이지만 이쪽 일을 계속 해왔던 분들은 대부분 발기부전이나 불임 증상을 가지고 있다. 심한 경우 걷지 못하는 상태까지 간다”고 말했다.

용접의 종류는 전기용접, 산소용접, 아크용접 등 다양하다. 특히 아크용접 불빛에서 나오는 자외선과 열은 사타구니 쪽 정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상단부 용접 시는 가슴 부분이, 하단부 용접 시는 사타구니 부분이 제일 많이 노출된다. 이에 자외선과 열에 영향을 받은 고환 속 정자들이 제대로 된 활동을 못 한다. 결국 발기부전으로 이어지기 마련.

용접으로 인해 발생하는 먼지를 ‘흄’이라고 하는데, 흄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서 작업자의 폐까지 들어온다. 흄은 각종 유해인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철, 크롬, 니켈, 알루미늄, 카드뮴, 구리, 망간, 납, 아연 그리고 불소, 오존, 질소 산화물, 일산화탄소, 포스겐 등이다.

용접하는 모재에 도장이 돼 있거나 스텐으로 돼 있으면 그 모재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용접봉 및 용접 모재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결국 위와 같은 성분들이 폐까지 침투한다면 노동자의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으며 급기야 각종 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용접 작업 시 제대로 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용접하는 노동자들 또는 그 주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용접으로 인한 각종 위험에 방치된 채 일을 하고 있다.

용접 시 방진 마스크는 필수로 여겨진다. 한 용접사는 “단시간 하는 전기 아크용접 같은 경우 용접시간이 1시간 작업 중 30분도 안 되고 흄 발생이 CO₂에 비해 적어 마스크를 하지 않거나 일회용으로 한다지만 전문적인 중공업, 플랜트에서 방진 마스크를 안 한다는 건 자살행위”라며 “원청 대기업에서 제작해 보급해주는 방진 마스크는 필터의 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과율이 높지도 않고 30분마다 갈아줘야 하는데 그만큼의 수량도 주질 않아,대부분 전문 용접공들은 3m 마스크와 필터를 자체 구매해서 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단 검사관들은 대충 검사한다. 아침에 작업자들한테 소음, 흄 측정기를 몸에 달아주고 오후에 걷어오는 식”이라며 “그럼 현장 소장이나 반장이 측정기를 부착한 사람을 따로 불러 공기 신선하고 조용한 곳에 걸어뒀다가 반납할 때쯤 작업자들한테 다시 돌려준다”고 공단 검사관들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억대 연봉 보장…위험 감수하고 작업
성기능 장애와 불임·유산 등 유발↑

용접 작업을 30년 가까이 하다가 ‘비인두암’에 걸린 A씨는 지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의 경우 어떤 용접봉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할 길이 현재로서는 없다. 그 사업장에 대한 과거 기록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의 개인 건강 검진 기록과 작업환경측정 기록 그리고 용접봉에 대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만이 있다.

용접 작업으로 인한 각종 직업병 문제는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어떤 용접봉 재료를 사용했느냐와 어떤 모재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직업병의 인정도 달라진다. 단순히 용접을 했다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용접봉과 어떤 모재를 사용했는지도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자는 과거에 어떤 용접을 했는지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그런 용접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보다 더 열악한 작업환경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작업환경측정 노출보다 더 많이 흄에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그런데 이는 추정일 뿐 확실한 증거는 아니므로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용접 작업이 무서운 것이 바로 이점이다. 병으로 인한 고통이 개인에게 가장 큰 것이라면 두 번째로는 그것을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과정 자체도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다. 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 과거의 구체적인 일까지 기억하고 자료를 찾아내야 한다. 개인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의 짐을 지우는 것이다.

용접 작업으로 인한 직업병은 용접 작업을 시작한 후 한참이 지나서야 찾아온다. 직업병의 경우 대부분 그렇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용접 작업 시 작업환경 개선을 사업주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넘어간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

현재 발기부전, 불임에 대한 소문은 공단이나 기업 쪽에서 낭설로 치부하기 일쑤다. 하지만 용접사들끼리는 그게 낭설이나 어쭙잖은 소리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용접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돈 때문이다. 용접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작업을 하는 만큼 일에 대한 보수가 높다. 바닷속에서 해양 구조물을 접합하는 수중용접이나 원자로 같은 긴장도 높은 곳에서 일하는 전문 용접사들은 일당 100만원 등 억대 연봉이 보장된다.

고용노동부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명장으로 선정한 용접공들은 대통령 명의의 증서를 받고, 용접업에 종사하는 한 매년 200만∼40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국가 자격인 용접기능사의 연간 응시자 수는 지난 2010년 1만3288명에서 지난해 2만1119명으로 5년 새 59%나 늘었다. 최종합격자 수도 같은 기간 8% 증가했다.

돈 때문에…

용접은 철강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해양플랜트 등 건설 분야는 물론 자동차, 가전 등 철강이 사용되는 곳에는 대부분 용접이 있어야 한다. 청년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지금 시기,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용접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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