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새된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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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새된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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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19대 대선 과정서 소위 ‘줄’을 잘못 서 낭패를 보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이들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박쥐’로 일컬어지며 공세를 받고 있다. 낙인이 결코 지워질 수 없듯, 이들의 행적은 정치를 하는 데 있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당적을 바꾼 사람들이 배신자 프레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몇몇 의원들은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선주자보다 본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 고려한 듯 탈당 러시를 선보였다. 이에 대중의 시선은 싸늘해져만 갔고, 급기야 대선 후에는 비난 세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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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바른정당 소속이던 13명의 의원들은 돌연 탈당을 선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황영철 의원은 철회). “좌파집권을 막기 위한 결단”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친박 세력을 폐족이라 규정하고 탈당을 선언했음에도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는 탈당파의 논리에 유권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장제원·김성태 의원을 향한 강도 높은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이 느낀 배신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장 의원은 앞서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낳은 스타다. 그는 연신 날카로운 질문으로 증인을 곤경에 몰아넣었고 이를 본 유권자들은 큰 호응을 보냈다.

특히 이선우 전 청와대 의무실장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을 처방했다는 답변을 얻어낸 장면은 청문회 백미로 꼽혔다. 국민은 장 의원을 향해 ‘야당 같은 여당 의원’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장 의원은 청문회가 진행되던 중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떠났다. 청문회서 장 의원의 언행을 직접 목격한 국민들은 탈당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단행된 이번 탈당에는 “명분을 찾아볼 수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김성태 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청문회 당시 현역 의원들로 구성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대쪽 같은 모습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문회 당시 의사진행을 잘한다고 해서 ‘MC 성태’라는 별명도 얻었다.

청문회 때 김 의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꾸짖는 장면이 크게 부각됐다. 당시 김 의원은 자세가 불량한 우 전 수석을 향해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호통쳤다. 이어 “(여기가) 민정수석실 부하 직원들하고 회의하는 장소도 아닌데, 왜 그렇게 메모하는 자세를 취하냐”며 “(아까 메모를 허용한 건) 짧은 시간 의원들이 질문할 시, 많은 내용이 담겨 있을 때 잠깐 허용한 것이다. 본인이 하는 답변을 기억하라고 (메모를) 허용한 게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12명 탈당파 ‘뭇매 맞는 신세’ 전락
명분 없는 이동…권력 찾아 삼만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등진 의원들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의당행을 택한 이언주 의원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자 메시지 테러로 곤혹을 치렀다.

이 의원은 지난달 6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서 탈당을 선언하며 “민주당 탈당이 솔직히 두렵지만 안철수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당시 후보) 지지자들의 문자 테러가 탈당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그는 “(문 후보 측 일부 격렬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탈당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심리적으로는 (탈당에) 영향은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문자 테러에는) ‘빨리 꺼져라’부터 시작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얘기들이 많았다. 어떤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방적인 분풀이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선 후에도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9일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 발표 후 “다시 촛불 전으로 돌아갔다”며 “(적대적) 양당·지역구도가 복원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 대선과 우리나라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나라는) 좌우대립이 지역대립하고 겹쳐 있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경우에 따라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에 누리꾼은 “철새의 전형” “이젠 정계 은퇴해야지” 등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에 이어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최명길 의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혁신·조정자 대통령은 안철수뿐”이라며 지난달 27일 국민의당행을 택한 최 의원은 안 후보의 낙선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정치공학

두 사람은 김종인 전 대표의 측근으로 통한다. 이에 김 전 대표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최 의원이 국민의당행을 택한 날 김 전 대표는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안 후보와 심야 회동을 갖고 캠프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자충수가 됐다. 탈당파의 이러한 정치공학적 접근을 유권자들이 외면했고, 안 후보는 대선 3위에 그쳤다.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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