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권력기관 딜레마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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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권력기관 딜레마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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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권력기관들에 대한 개혁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에 검찰, 경찰, 국정원은 정부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수술대에 오른 권력기관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개혁을 천명한 곳은 검찰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앉히면서 검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조 수석은 교수 시절부터 역대 정권 대대로 정치 권력에 예속돼 편향적으로 수사 및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행태를 지적해왔다. 개혁의 핵심 내용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다. 

칼끝 어디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를 위한 법안도 마련된 만큼 입법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 소속 국정기획위 박범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6%가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이번 정부 들어 가장 시급히 다뤄야 할 일이 경제·정치·언론 개혁보다도 검찰·경찰 개혁이라는 의견이 더 높았다”고 지적해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검찰 내부서도 공수처 설치는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검찰의 고유 권한 중 하나인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내주는 것에 대한 반발은 높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이를 검토해 검찰이 최종적으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현행 시스템은 유지돼야 한다”며 “이는 이중점검장치이자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도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검찰 수사권 조정은 대선 단골 공약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때까지 검찰 수장이 직을 걸고 싸우면서 번번이 수사권 조정은 실패로 돌아갔다.

 
검찰은 현재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으로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검찰 개혁과 관련해 검찰의 신뢰 회복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봉 대행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검찰 개혁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바로 경찰 개혁이다. 경찰 개혁의 핵심은 ‘인권경찰’이다. 문재인정부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전제 조건으로 인권경찰을 내걸었다. 지난달 25일 조 수석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식화하면서 경찰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주문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찰 개혁은 국민 인권 보호와 수사 공정성 확보라는 투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동안 경찰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 폐해를 비판하며 수사권 조정을 요구해왔다. 정작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개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서 인권을 강조하다 보니 경찰 조직 내부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찰청은 전국 지방경찰청·경찰서 관리자급 화상회의를 열고 “앞으로 수사 절차의 모든 과정서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신희웅 청주청원경찰서장도 최근 “새 정부의 주문에 맞춰 앞으로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거듭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기조에 발맞춰 경찰청은 인권 경찰로 변모하기 위해 여러 개선방안을 내놨다.

지난 1일 경찰청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직무 집행 과정서의 인권 보호 등에 중점을 둔 개선안을 공개했다. 살수차 동원 시 최소한의 범위서 사용, 직사살수 제한, 국가 중요 시설 부근 집회 허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한 번에 많은 대책을 쏟아내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이 내놓는 개정안은 전형적인 재탕, 삼탕, 사탕”이라며 “경찰의 본질이 바뀐 게 아니라 정권의 코드를 맞추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진정성이나 실효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혁인사 단행…검·경·국 초긴장 모드
검 “수사권은 NO”…국, 정보파트 폐지 

문재인정부서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권력기관은 국가정보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해 국정원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후보 시절 ▲국정원 명칭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 ▲국내 정보수집 업무 전면폐지 ▲불법 민간인 사찰, 선거개입, 간첩조작 근절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국정원의 국내 수사기능을 폐지하고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을 신설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 공약의 골자였다. 
 


문 대통령은 서 원장에게 “국정원의 궁극적인 완전한 개혁 방안은 앞으로 좀 더 논의해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그때까지 우선적으로라도 국내정치 정도만큼은 철저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서 원장은 지난 1일 취임 첫 활동으로 국내정보 담당관 폐지를 지시했다. 국정원 3차장 출신으로 조직 내부 속성을 가장 잘 아는 서 원장이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국내정보 수집업무 전면 폐지를 통해 ‘셀프 개혁’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이날 국정원 1∼3차장에 모두 국정원 출신을 발탁한 것도 국정원을 정치와 완전히 분리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북한·해외파트를 관장하는 1차장에 서동구 주파키스탄 대사관 대사가 선임됐다.

대공·국내 파트 업무를 맡는 2차장에는 김준환 전 국정원 지부장이 선임됐다. 사이버·통신 등 안보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3차장에는 김상균 전 국정원 대북전략부서 처장이 선임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원 출신자 발탁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정원과 정치권의 관계를 단절하고 국정원이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서 서 원장은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이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고, 규정과 질서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응분의 조치를 받게 될 것이다.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과거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해 국정원이 자체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서 ‘국정원 댓글 사건’ ‘박원순 제압 문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관련해 사실관계를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국정원이 대대적인 개혁에 돌입한 만큼 극심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내홍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은 무력으로 상대방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지만 개혁은 법과 절차에 따라 때로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저항을 눌러가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을 추진하는 주체가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한다”며 “상대방, 즉 개혁을 당하는 쪽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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