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일상톡톡
나, 지금여기서
나보다 두 학년이 위인 형님을 어제 만났다. 형님 인사가 쿨했다.
“프란시스. 나만 주인공!”
하시며 내 손을 덥석 잡았다. 8학년 선배 손이 투박한 머슴 손이었다.
“스테파노 형님. 무슨 말씀이요?”
8학년이 빙그레 웃으며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나가자. 만나자. 주자. 인사하자. 공유하자고.”
6학년 후배가 흠칫 놀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바로 화답했다.
“펀쿨쎅!”
“프란시스. 6학년이 8학년도 모른 말을 다 하냐? 펀쿨쎅이 뭔데?”
“펀(FUN)하게 주고 쿨(COOL)하게 돌아서서 쎅시(SEXY)하게 잊는거죠.”
8학년 선배가 6학년 후배 손에 하이파이 했다.
“장군. 멍군. 졌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네. 펀쿨쎅! 나도 하나 배웠어.”
8학년이 6학년 손을 끌고 오클랜드알바니 한식당에 들렀다.
“여기요. 대파장국 두 그릇 줘요.”
“대파 장국 두 그릇요? 대파 한 개에 875원씩 하는데요. 호호~”
“하하하~그저 얼큰하면 돼요. 헛헛한 속을 달래야 해서요.”
대파 장국. 속이 불타듯이 얼얼했다. 두 사람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인생. 뭐 있겠어? 살아보니 지금 여기로 꽉 채우는 일이 우선이야.”
“그려요. 살아있는 순간. 뭐니 뭐니 해도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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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백동흠
수필 등단: 2015년 에세이문학. 수필집: 아내의 뜰(2021년). Heavens 지금여기(2022년). 수상: 2017년 제 19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 (깬니프!). 2022년 제 40회 현대수필문학상 (Heavens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