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uka Reserve Track (Fernhill Escarpment Track)
이번에도 이선배님 집 앞에서 이 분을 픽업하는것으로 오늘 행사를 시작한다. 모임 장소로 차를 달려 5분 정도 걸려서 거의 제 시간에 도착했는데 벌써 몇분의 일행들이 와 있었다(우리 모임은 통상 늦어지는 편이다). 오늘 첫만남인 오레와에 사시는 정곤씨가 웃으면서 반겨 주시네. 이 분은 나하고 페이스북 친구인데 산에 다니는 분인지라 오늘 산에 안가시면 나오세요…그랬는데 마침 산행 클럽의 계획이 없었는가 보다.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거의 동네 산행인지라 일반인들이 주로 나오시고 숫자도 미미한데 오늘은 산행클럽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 이렇게 도합 8명이출발한다.
오늘 걷는 곳은 Kanuka Reserve Track 인데 예전에 개울물이 불어서 건너가지 못하고 반쪽만 했던 트랙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의 또다른 이름은 Fernhill Escarpment Track 이다. 지난번에 반쪽만 하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으니 오늘 그때 못다한 곳 까지 합쳐서 한바퀴를 돌면 최소 3시간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오늘 리딩 하는이 선배님께3시간으로 맞춰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그러려면좀 더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거리를 연장해야 한다고…
8명의 단체사진을 찍은 후 출발했다. 일단 지금 이곳과 바로 앞의 산을 가로지르고 있는 개울을 보행자 다리를 통해 건너가서 그곳에서 시작을 한다. 개울을 따라 만들어진 트랙을 걷다가 오르막 계단을 만나면서 산속으로 들어갔다. 산이라고 하기 보다는 숲이라고 하는 게맞을 거 같다. 신기한 게 있는데 일부 나무 밑에는 작은 집모양을 나무판자로 만들어서 색칠까지 해 두었고그 작은 집의 현관문은 열어 두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소인국에 워킹 나온 거인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개미나 개구리 그리고 작은 곤충이나 동물에겐 우리는 너무너무 큰 거인인 것이다. 거기에다가 우리는 도구도 있고 무기도 있고…옛날 스님들이 발 밑의 작은 벌레들을 밟지 않기 위해서 촘촘하게 만든 짚신보다 간격을 더 넓게 한 짚신을 신었다는 마음 씀씀이가 생각났다. 그렇다…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강한 상대를 상대할 생각을 했지, 우리가 너무나도 강하고 거대하게 보이는 작은 개체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들 헉헉거리면서, 걸음이 빨라요, 우리 수준에 맞추어 주세요 그렇게왈가왈부하고 있는데 어느 자그마한 공지에서 뭐라뭐라 적어놓은 팻말을 발견했다.
‘I DIDN’T DO IT. NOBODY SAW ME DO IT!
YOU CAN’T PROVE A THING.’ B.S.
‘내가 한 게 아니야. 아무도 내가 한 걸 본 적 없어!
넌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다들 이게 무슨 말이냐? 그러면서 해석을 하고나서는 마지막 글자인 B. S. 에 꽂혔다. 아마도 유명한 사람이 했던 말인 것이라는 생각에 머리를 짜내어서 B. S. 라는 이니셜의 주인공을 찾고 있는데, 드디어일행 중 한 분이이야기한다. “버나드 쇼 잖아요”그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라고 해서 아! 그래요?...그의 박식함에 다들 놀라며 그 자리를 떠났다. 후에 내가 집에 와서 인터넷 써치를 해보니 이 말은 버나드 쇼가 아니라 우리에게 The Simpsons, 로 유명한 미국의 만화영화에서 심슨 가의 아들로 나오는 바트 심슨이란 아이가극중에서이야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만들어서 해 놓았을까? 라는 의구심이 발동하여 샅샅이 여기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바트, 이 눔이끊임없이 문제에 휘말리면서도 좀처럼 죄를 인정하지 않는 전형적인 반항적이고 장난기 넘치는 아이이고그럴 때마다상투적으로 사용하는 대사였던 것이다.그리고 이 문장이 기억하기 쉽고 반복하기 쉬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리듬감 있는 말투로 계속해서 TV 에 나오기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결국 버나드 쇼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하하…
대중문화적 영향력으로 보면 이 대사는 바트 심슨의 초기 비공식적인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되었으며, 특히 심슨 가족이 TV 만화 연화로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에는 널리 인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대사가 티셔츠, 장난감, 포스터 등에도인용이 되면서 대중문화에 깊이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다.간단히 말해서, 이 대사는 유머, 부정, 그리고 약간의 펑크적 태도가 섞인 전형적인 바트 심슨의 대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이 그의 캐릭터와 심슨 가족의 캐릭터를표현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 펑크적 태도: 반항적이고 비판적인 태도, 혹은 기존 질서나 관습에 도전하는 태도.
뭐 한국사람들도 위의 사실들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도 드물지 않을까 한다. ‘심슨 가족’ 이란 TV 시리즈가 미국 것이지만 웬만한 영어권에서는 방영이 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심슨 가족의 사회 현상이 이들에겐 많이 알려졌으리라고 예상을 한다. 그러니 오클랜드 동네 뒷산에서도 저런 표지판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2004년에 동남아에서 큰 쓰나미가 있고나서 실종된 가족들을 찾는 찌라시를 뉴질랜드 남섬의 스튜어트 아일랜드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네덜란드 백인 아기였는데 애틋한 그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앞서서 얘들은 어떤 생각으로 여기 지구촌 변방 뉴질랜드에 그리고 그 촌구석 스튜어트 아일랜드에 이런 걸 붙여 놓았을까? 라며 놀란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우리 백인은 하나다’ 라는 그들의 생각을 내가 미루어 짐작했다면 이것은 과장된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옆 나라 호주가 미국과 바짝 붙어서 이 지구상의 리더 국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때 뉴질랜드 사람들은 미국을 좋아하기는 커녕 오히려 싫어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지구상의 패권 국가를, 평화를 넘버원으로 치는 이곳의 정서상 좋아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마도 영국도 프랑스도 대놓고 미국을 따라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피를 흘린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모두가 미국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피해 국가를 도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나는 이것이 그들, 백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서 우리 아시안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물론 체제가 다르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지만 한중일 이 세나라는 틈만 나면 물고 뜯고 서로 싸우는 것으로…거기에 북한까지 가세.
이렇게 저렇게 해서 공단 시설물들이 왼쪽으로 나타나면서 드디어 Tawa Drive 가 눈앞에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차들은 씽씽 달리고 이곳을 건너갈 수도 없고 또 더 이상의 숲도 없어졌다. 이렇게 여기가 반환점이 되면서 우리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다행한 것은 이번엔 능선길로 돌아가게 되니분위기가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이 된다. 아까와 같은 나무 밑에 있는 몇 개의 색칠한 판자집을 지나고 그리고 거의 높은 산의 날 선 Ridge 등반 길 같은 곳도 하나 지나면서(일행 중 한사람은 여기서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드디어 어디까지 몇 킬로라는이정표가 잔뜩 붙어있는 곳에 다다랐다.
이곳이 이 지역의 거의 가장 높은 곳 같은데 그렇다고 이 산의 최고봉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함이 있다. 왜냐면 겨우 해발 47m 이기 때문이다. 이 47m 높이의 최고봉에 있는 말라 비틀어진 나무에 이름하여 Geographic Knowledge Tree 라고 거창하게 이정표를 만들어 두었다. 여기에 표기된 것은 이 숲의 엉뚱한 심슨 캐릭터처럼 여기서 북극 점 14,000km, 남극점 5,900km, 이곳과의정반대 편인 스페인 20,010km, 그리고에베레스트산이 11,600km 떨어져 있다고 해 놓았네... 나는 또다른 Albany 가 미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영국에도 Albany 가 있는 것을 이곳 표지판을 보고 처음 알았다. 여기서 18,000km 떨어져 있다고…물론 미국 Albany 도 나와있다. 근데 표지판이 달려있는 나무 꼭대기에커다란 깡통은 왜 달았누?...여튼 만화 같은 이곳의 상황에 다들 한마디씩 한다. 뉴질랜드다운 발상이다. 이것이 백인 나라의 위트다, 키위스럽다…등등.
드디어 이번 트랙의 절반을 양분하는 낙서가 가득한 Bush Road 의 다리밑을 지나서 예전에 걸었던 Fernhill Escarpment 트랙에 들어섰다. 지난번에 다녀온 곳이어서 많이 익숙한 곳이다. 트랙이 아까와는 다르게 한층 정돈이 된 곳이어서 다들 편안하게 진행을 했다. 계속해서 왼쪽으로는 개천이 나오고 제법 큰 나무들도 있고 발 밑이나무로 잘 짜인트랙도 지나가고 어쩌다가 또 계단이 많은 곳도 나온다. 그러다가 다시 반환점Albany Road 가 보아는 곳의 개천에서 전에없던 Koi Carp 라는 이름의 이곳에 사는 잉어에게 먹이를 주지말라는 안내문을발견했다. 이 어종은 개울 바닥을 파괴하고 토종 물고기한테 필요한 수초를 먹어 치워 그리하여 결국 이곳의 어종들을 죽인다고 나와있다. 최대 10kg, 75cm 까지 자란다고 하니 물 맑은 날이 되면 이곳에 다시 구경하려 와야겠다는 생각. 근데 물 맑은 날이 있을려나…하하.
이렇게 워킹은 끝이 났다. 우리는 2시간 반 전에 출발했던 곳에 돌아와서 근처에 있는 놀이터 식탁에 앉아서 가지고 온 음식을 풀었다. 내가 오늘 준비물에 점심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간식이라고 해서 그렇게 풍성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오늘 처음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다들 이야기 보따리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떠들었다. 이렇게 우리들의 워킹은 다음을 기약하며 끝이 났고 헤어짐이 아쉬웠던 몇몇 사람은 근처의 카페에서 장차 다가올 큰 산행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교민 권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