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데려온 여행, 다시 만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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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데려온 여행, 다시 만난 대한민국

일요시사 0 13 0 0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두고 온 고향이 그리워지듯이 떠나 온 대한민국이 그리워진다. 지난한달간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방문하고 돌아다녔던 휴가가 끝이 나면서 오클랜드로 돌아왔건만 아직도 어리버리 적응을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마도 너, 한국에서 살고 싶지? 라고 내 마음속에서 나를 자꾸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결국 겉과 속이 다른 내가 되면서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인가? 라는 희한한 생각을 해본다.


서울에서의 거처는 경기도 일산 쪽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서울 시내로 나올 때는 주로 전철과 지하철을 이용했다. 내가 이민을 오기전까지 서울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지하철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건만 웬걸, 노선이 많이 생기고 얼마나 복잡해졌는지 나는 말 그대로 외국인이 되어 버렸다. 그런 데다가 일산이 변두리이다 보니 한번 서울로 행차를 할려치면 소요시간이 2-3시간은 되는지라오클랜드에서 편하게 자기 차로 왔다 갔다 하던 생각이 났다. 오클랜드야 어디가도 1시간 이내가 아닌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 중에 하나가 이제는 대한민국 전역을 하나의 교통카드로 다닐 수 있다는 것과 KTX 처럼 GTX 라는 고속지하철이 생겨서 일산-서울역을 14분만에 주파한다는 거…이 눔은일산 쪽에선 플랫폼을 지하 7층까지 내려가서 타게 되던데 이곳뉴질랜드 시골 나라에 있던 나에게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않는, 충격의 현장이었다. 게다가 앞으로 광역 도시철도라는 명목하에경기도 여기저기로 확대한다고 한다. 예전에 내가이민 와서 10여년 만에 한국을 찾았을 때 사람들이 날 보고 중국동포세요? 그랬는데 그후 또 몇 년이었다가 갔더니 이번에는 탈북자세요? 그러더라…그런데 이제는 정말로 외국인이 되어 버렸다.그래, 나는 네팔의 남체 바자르에서 온 셀파족이다.


사람들의 말도 빨라진 거 같다. 내가 나이가 들어 그럴 수도 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방송에 나오는 말이 얼마나 빠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오가는 사람들의 대화도 가끔 저게 한국말이 맞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큰일이네, 뉴질랜드 살면서 영어도 못 알아먹는데고향 땅 한국 와서 한국말도 못 알아먹으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또 달라진 것은 가게 간판이 거의 ‘한글의 유희’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양한 표현을 하고 있었다. 까가보까 - 이건 동네 이발소의 상호, 개가 고양이 밥을 주는 날 – 이건 애완동물 사료 가게, 다 때가 있다 –이건 목욕탕 상호, 등등. 예전엔 만화에서나 등장할 가게이름이 이제는 버젓이 길거리에서 정식 간판으로 달려 있었다.


한국의 길거리에는 횡단보도가 참 많다. 그러다 보니 무단횡단 하는 것이 한국인에게는 교통법규의 하나를 위반하는 것으로 인식이 된다. 그리하여 뉴질랜드에서 일상 생활화된 무단 횡단을 나는 한국에서도 자주 했는데 그럴 때 마다 차들이 빵빵거리고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눈치가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줄기차게 한 이유가 횡단보도 대기 시간도 길고 교통경찰도 예전 내가 살때에 비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차가 안 오는데 뭐 어때? 이런 나름의 뉴질심리가 작동한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내 나란데 누가 뭐라고 할까? 뭐 이란 무식한 논리. 하하.


추석 무렵이어서 고향 간다고 고속버스를 탔는데 우등이어서 그런지 무지 편하다. 와이파이도 그냥 터지고 예전에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꽤나 고생을 했건만 지금은 내려가는 차들이 많지 않다. 어느정도 까지는 버스 전용차선이 있는 데다가 방방곡곡에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져 있고 다들 자가용으로 그리고 고속철로 다니다 보니 귀향 행렬이라는 말이 무색한 듯하다. 또 하나는 명절의 긴 연휴를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많이 하는 것도 원인이 되었을 걸로 보인다. 


내 고향은 포항인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이제는 들어갈 집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호텔을 잡았는데 조식이 포함되는 저렴한 곳으로 2박을 했는데 예전과는 다르게 한국에도 중저가 작은 호텔이 많이 생겨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좋았다고 할까? 호텔에는 놀러 온 외지인들도 있고 관광으로 한국 들어온 외국인들도 있고 그랬다. 이제는 명절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고향에 머무는 동안 돌아가신 분들의 공원묘원을 찾았는데 거기는 여전히 성묘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차들이 얼마나 많은지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체증을 겪게 되었다.


자기 차가 없이는 고향도 불편했다. 시가지도 넓어지고 버스 노선도 복잡해지고 결국 친구나 친척들의 도움 없이는 어디를 가던지 우리는 이방인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여기가 내 고향이었는데 라는 생각은 나의 자존심일 뿐 같이 내려온 집사람에게는 그 무엇도 유창하게 소개할 것이 없어져 버렸다. 포항에서는그 유명한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란 곳에 갔는데 추석 명절이 되다가 보니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여기만큼은 꼭 올라가 볼려고 했는데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보는 것으로 만족. 대신 산을 내려와서 근처의 스카이워크(Sky Walk)란 또다른 곳으로 갔다. 여긴 동해안 해변을 걸을 수 있도록 그리고 발 밑으로는 바다물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산책 코스이다.


서울에서는 별마당 도서관을 우연찮게 가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곳이었는데 우리가 건강검진 후 도로 건너에 있던 하나은행에서 일을 보고 나와서 우연히 코엑스 몰에 밥 먹을려고 들어갔다가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게 서점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책 빌려주는 도서관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쌓여 있는 책을 보면서 저걸 어떻게 빼내어서 주나? 전시행정이 아닐까? 했는데 거기 계신 직원의 말에 의하면 모두가 빌려주는데 이상이 없게 되어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아무대서나 앉기도 서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마도 하루 종일 여기 있어도 아무런 제지는 없어 보였다.  도서관에는 카페도 여러 개가 만들어져 있다가 보니 그곳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보니까 어디를 가도 교복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죄다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게 아닌가! 이상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요새 교복을 안 입는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체육복입고 다니는 것을 허용한다고,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 교복을 돋보이게 하려고 학교마다 특이하고 비싸고 부티나는 것으로 바꿀 때가 언제였던가! 게다가 애들이 멋 낸다고 줄이고 늘리고 어른 옷들처럼 보이게 할려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말이다. 그걸 이제는 그냥 편하게 입고 싶어서 체육복을 애용한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복 장사들 방했네…한때는 교복 시장 규모가 4,000억대에서이제는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입지도 않으니 누가 관심을 가지겠으며 오히려 비싼 교복보다는 활동성이 좋은 학교 단체복, 체육복 쪽으로 관심을 보인다고 그러네. 하기야 교복이 비싸기도 했지, 통상 20-30만원 대였으니.


이야기를 마쳐야겠다. 갈 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조국, 이 세상보다 한참이나 앞서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의 조국, 뉴질랜드는 어디나 비슷비슷한 푸른 초원 아래 양들이, 소들이 오늘도 내일도 풀만 뜯고 있겠지만 반쯤 누워서 고향 가는 고속버스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시골은 역동적이었다. 산을 만나면 터널을 만들어버리고 돌아가기 힘들면 고가도로를 만들어 버리는안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에선 어느 곳이든지 온갖 공장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더라. 여기 뉴질랜드는 100년이 지나도 따라가지 못할 대한민국, 하기야 뉴질랜드가 따라갈 이유가 없지, 여긴 여기대로의 삶이 있고 한국은 한국대로의 삶이 있으니 누가 누구를 낫다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교민 권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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