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청소년 소셜미디어 전면 금지 추진… '디지털 시대, 국가가 나선다'

뉴질랜드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강경한 법안을 발의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총리가 주도한 이번 조치는 청소년 정신 건강 악화, 사이버 괴롭힘, 인터넷 중독 등의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배경이 됐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청소년 SNS 사용을 국가 차원에서 금지하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 법안 핵심 내용 공개
이번 법안은 다음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담고 있다:
SNS 플랫폼 연령 인증 의무화: 모든 소셜미디어 기업은 사용자의 나이를 철저히 확인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신분증 인증, 생체 인식 등 구체적인 기술적 기준은 향후 하위법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16세 미만 계정 생성 차단: 어떤 형태로든 16세 미만 청소년이 계정을 만들 수 없으며, 우회 접근에 대해서도 엄격히 대응한다.
위반 시 최고 200만 뉴질랜드 달러(약 16억 원) 벌금 부과: 법안 미이행 기업 또는 규제를 회피하는 플랫폼에는 막대한 벌금이 부과된다.
총리는 "우리는 아이들이 온라인 세계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의 통제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국민 10명 중 7명 ‘찬성’… 교육계·보건계는 적극 지지
여론조사 기관 CivicData에 따르면 국민의 약 68%가 이번 법안에 찬성 의사를 밝혔으며, 특히 학부모(74%)와 교사(81%) 계층에서 강한 지지를 보였다.
오클랜드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사라 윌킨슨 씨는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은 이미 교실 밖의 문제를 넘어서 교실 안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정신건강재단은 청소년 SNS 사용과 우울증, 수면장애, 자기비하 사이의 상관관계를 지적하며 이번 조치를 "시의적절한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 반대 여론도 존재… 표현의 자유·기술 실행 현실성 논란
반면, 일부 인권 단체와 디지털 자유 단체는 법안의 실효성과 윤리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디지털권리단체 FreeNet NZ는 “연령 확인 시스템은 개인정보 침해의 우려가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완전한 차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제 인권 NGO인 Human Digital Watch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은 UN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단순 금지가 아닌 균형 잡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확대가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 국제적 파장 예고… ‘뉴질랜드 모델’로 떠오를까
이번 법안은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SNS 사용 연령 상향 조정 논의가 진행 중이며, 뉴질랜드의 결정은 이들 국가의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는 “디지털 시대의 청소년 보호라는 전 세계적 과제에 대해 뉴질랜드가 선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 법안이 국제적 기준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질랜드 국회는 이르면 오는 7월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법안 통과 여부와 함께, 실제 기술적 집행 방안 및 SNS 플랫폼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