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광림교회 주일설교 (325) 마음의 할례 <로마서 2:25~29>

오늘은 감리교회의 시조가 되는 존 웨슬리 회심 287주년 기념주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해마다 이때에 웨슬리목사님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서 존 웨슬리 표준설교집에서 하나를 발췌해서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마음의 할례’도 역시 웨슬리목사님의 설교 중에 하나입니다.
존 웨슬리는 어려서부터 청교도적 신앙을 가진 어머니로부터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였는데, 수잔나 웨슬리는 아주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했습니다. 열일곱살이 되던 해에는 옥스퍼드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크라이스트처치 대학에 입학합니다. 이때 옥스퍼드를 다니고 있던 동생인 찰스 웨슬리는 ‘홀리 클럽’을 조직하여 경건훈련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존 웨슬리는 홀리 클럽 맴버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규칙적인 생활로 저들은 ‘메쏘디스트-규칙쟁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으로 불려졌지만, 웨슬리는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받았습니다.
이러한 철저한 신앙의 삶에도 웨슬리는 늘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영적인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어느날 저녁에 런던시내의 올더스케잇이라는 한 거리를 걷게 되고 그곳에서 모리비안 교도들의 집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루터의 로마서 주석 서문에 담긴 “믿음을 통한 마음의 변화”에 대한 말씀을 듣는 중에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짐을 체험합니다.
이러한 존 웨슬리의 회심은 웨슬리 자신의 삶을 바꿔갈 뿐만 아니라, 영국 성공회를 개혁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감리교 신앙 공동체의 영적인 부흥을 이루는 능력이 되었으며, 나아가 타락한 영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었습니다. 존 웨슬리는 회심의 체험 이후에 더 힘있게 주의 복음을 전합니다. 오늘 설교인 ‘마음의 할례’는 내면의 변화를 전하는 것으로 존 웨슬리의 회심과 닮아 있습니다. 함께 말씀을 통해 은혜를 나눌 때에, 우리에게도 영적 회심의 은혜가 임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첫 번째로, 마음의 할례를 받아야 합니다.
할례는 남성 성기의 포피를 베는 겁니다. 구약의 율법에 따르면 이 할례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언약의 징표로 삼으셨습니다. 그럼 의문이 들죠? 하나님께서는 왜 할례를 행하라 하셨는가? 구약시대에는 열악한 위생상태에서 할례를 행합니다. 그러다보니 할례 자체가 생명을 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내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겠다는 결단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할례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향한 믿음만 가지면, 할례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우리는 지금 세례를 받죠.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가지면, 신앙의 고백과 함께 세례를 받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할례나 세례는 모두 표면적인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표면적 유대인”이 뜻하는 게 이겁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할례는 마음에 행해야 한다.”라는 것이 “이면적 유대인”을 뜻하는 겁니다. 네가 할례를 받았냐? 세례를 받았냐? 그 보여지는 것보다, “하나님을 향한 네 믿음 자체가 중요하다.”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겁니다. 유대인들이 할례라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 징표를 새겼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는 거죠. 유대인들의 가장 큰 단점은 막연한 낙관주의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백성인데, 내 몸에 할례의 흔적이 있는데...” 하지만 그게 구원의 척도는 아니라는거예요. 그러면서 말씀합니다. “할례는 네 마음에 행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 그 이전에 내가 주님 앞에 바로 서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모든 성도님들은 먼저 마음에 할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표면적으로 교회 다니는 것, 신앙생활하는 것이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코람 데오’. 내가 하나님 앞에 바른 신앙의 모습으로 서고자 마음으로 결단하는 것, 그 마음으로 예배하고 주를 섬기며 살아가는 것,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모습으로 서는 것, 마음의 할례 받은 자로서 살아가는 우리 모든 성도님들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두 번째로, 마음의 할례를 받은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웨슬리는 마음의 할례를 받은 자로서의 증거를 네 가지로 정리합니다. “겸손, 믿음, 소망, 사랑”. 우리가 보통 기독교의 핵심 가치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이 “믿음, 소망, 사랑”입니다. 존 웨슬리는 이 세가지는 물론이거니와, 그 앞에 겸손을 더 앞세웁니다.
그럼 여기서 겸손이 무엇인가요? “마음을 낮추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가 겸손이라고 하면, 나를 낮추고 다른 누군가를 높여주는 것을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오늘 웨슬리가 말하는 겸손은 상대성이 아니라, 절대성을 요구합니다. 이는 다른 사람 볼 것 없이, 나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는 겁니다.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할례 받은 마음의 증거는 믿음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겸손이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내면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믿음은 외면적으로 나아가는 영적 담대함의 근거가 됩니다. 마음의 할례를 받은 자에게는 이러한 믿음의 담대함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믿음의 담대함이 있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 할례 받은 마음의 증거는 소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당장의 삶 속에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데에 여러 가지 시험과 위기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히브리서의 말씀과 같이 “소망은 영혼의 닻 같아서 견고함으로 휘장 안에, 즉 주님 앞에 나아가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소망의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할례 받은 마음의 증거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마지막에 언급되지만, 사랑이 없으면 앞선 모든 것들이 충만해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깊은 겸손을 가지고, 확고하고 담대한 신앙의 모습 가운데, 저 앞을 바라보는 소망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완성을 이룰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모든 성도님들의 삶에 마음의 할례를 받은 자로서의 증거, 곧 열매가 맺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겸손과 믿음과 사랑과 소망, 이러한 신앙의 덕목을 훈련하고, 나아가 내 안에 성품으로 자리하고, 내 삶에 열매가 되어, 마음의 할례를 받은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증거를 드러내는 우리 모든 성도님들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끝으로, 마음의 할례 받은 증거가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존 웨슬리의 감리교 신앙에서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받은 바 은혜를 내 삶에 그대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리교회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사회적 성화의 실천”입니다. 내 믿음의 삶 뿐만 아니라, 그 삶이 나를 변화시키고, 또한 세상을 변화시켜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죠.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세상 가운데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언가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게 곧 오늘 말씀하고 있는 마음에 할례 받은 증거가 삶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겉을 꾸며 속을 드러냄이 아니라, 속이 변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삶이 변화되는 것입니다.
많은 신앙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 팀 켈러 목사님은 마음의 할례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의 기쁨과 내가 해야 할 의무가 하나가 되는 것이 마음의 할례다.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하나가 되는 것이 마음의 할례다.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하나가 되는 것이 마음의 할례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요구하시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 내가 알아서 할게요. 나 좀 내버려 두세요. 지금 이정도만 해도 벅차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게 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의무감으로 드리던 예배가 기쁨이 되는 거예요. 마지 못해 하던 봉사가 큰 즐거움이 됩니다. 이게 곧 마음의 할례를 받은 자로서의 증거가 삶으로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변화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모든 성도님들의 삶에도, 내 남편에게도, 내 아내에게도, 내 부모님에게도, 내 자녀들에게도, 내 손주들에게도, 내 일가친척 형제자매 모두에게도, 우리 뉴질랜드 광림에 속한 모든 권속들에게도 이러한 삶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곧 마음의 할례요, 그게 곧 나의 영적인 회심입니다. 1738년 5월 24일, 존 웨슬리의 회심기념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 각자의 회심의 체험입니다. 주의 말씀을 듣는 중에, 또는 기도하는 중에 마음의 할례를 받아 영적인 회심을 경험하고, 그에 합당한 삶의 변화를 이루어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