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거주 한인, 정신건강 ‘조용한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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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거주 한인, 정신건강 ‘조용한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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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한인 사회, '정신건강 위기' 직면...10명 중 7명 우울 위험군

언어·문화 장벽 해소와 제도적 지원 시급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한인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아시아 가정 서비스가 지난 7월 발간한 ‘정신건강 및 웰빙 보고서’는 한인 커뮤니티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한인 응답자의 69%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어 '정신건강 취약군'으로 분류됐다. 
이는 조사 대상 전체 아시아인 평균인 57%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며, 2021년 조사 당시 57%와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12%포인트나 급증한 결과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언어 장벽, 문화적 낙인, 그리고 전문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많은 한인들이 자신의 감정을 모국어인 한국어로 온전히 표현하길 원하지만, 한국어 상담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정신질환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적 인식 역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많은 한인들이 전문가를 찾기보다 가족이나 지인, 교회 등 공동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러한 비전문적 지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특히 크라이스트처치와 같은 일부 지역은 한국어 가능 전문가가 거의 없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극히 제한적이다.

보고서는 이번 정신건강 위기가 '조용한 위기'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 완화 ▲이중언어 상담 인력 양성 ▲공동체 중심 지원 확대 세 가지를 제시했다.

뉴질랜드 정부와 지역사회, 한인 단체들이 협력하여 한국어 상담사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한인 사회 내 정서적 소외를 완화하며, 정신건강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아시아 가정 서비스는 무료 전화(0800 862 342)와 문자(832)를 통해 한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인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정서적 지지를 위한 모임과 온라인 지원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다.

뉴질랜드 통계청(Stats NZ)은 2043년까지 아시아계 인구 비중이 현재 16%에서 2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뉴질랜드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인 사회의 '마음의 병'은 더 이상 개인의 고통이나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사회적 구조, 제도적 미비, 문화적 장벽이 복합적으로 얽힌 공동체 전체의 숙제다.
 언어와 문화의 벽을 허물고, 전문가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공동체 내부의 연대를 강화할 때 비로소 이 조용한 위기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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