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손바닥소설


 

수선화에게

오문회 0 2198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울려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는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저자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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