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바람아!바람아!

손바닥소설


 

바람아! 바람아!바람아!

오문회 0 1771

 바람 부는 해변에 섰다. 궁형의 아름다운 황금(黃金)의 사장(沙場)엔 개를 산책시키는 늙수그레한 부부가 몇 보일 뿐 호젓하고 쓸쓸하다. 오네로아 해변의 잔잔한 해면 위를 장난치듯 뒹구는 미풍에 잔파도는 소리 없이 밀리다가 그냥 스러지고 만다. 

겨울이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게 안겨오는 것이 연인의 바람이다. 바람에도 마음이 있고 영혼이 있다. 남태평양을 건너온 미풍은 어머니 입김처럼 따뜻하다. 인자하고 사랑이 담긴 온화한 바람이다.

  나는 바람이 좋다. 남태평양의 푸른 파도와 희롱하는 이런 장난스런 바람이 좋다. 타스만 바다를 건너왔거나 동쪽바다를 건너왔거나 남태평양의 바다 위를 스치며 달려와 사람에게 척척 감기는 이런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소년처럼 오마지 않는 이를 속절없이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7순이 코앞이지만 심중에 타고 있는 불꽃은 삭을 줄을 모른다.

  바람은 변덕스럽다. 슬그머니 해변을 거닐다가도 성깔을 부린다. 화가 나서 미쳐 날뛰기도 한다. 바람에 휘둘리면 바다까지 길길이 날뛰고 솟구치고 부서진다. 숲이 울고 대지가 울고 초원이 파도를 만든다. 그러나 누가 바람을 탓하랴. 

바람은 바람인 것을. 지금 스치는 바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 바람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다시 만나지 못하므로 아쉬운 것이다.

  한국은 유난히 바람이 많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샛바람, 남쪽에서 오는 마파람 북쪽에서 된바람, 남서에서 갈바람, 하늬바람, 된바람, 높새바람 등 여러 종류의 바람이 쉬지 않고 분다. 해마다 십 수 차례 한반도를 종횡으로 누비는 태풍은 때로는 엄청난 재난을 준다.

  한국만 바람이 많은 것은 아니다. 쿠바 남부해안의 바야모, 북이탈리아의 푄, 남 캘리포니아에는 산타아나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존다, 로키산맥의 치누크, 사하라의 시로코우, 호주의 브리크횔더 중앙아시아 사막의 수크호베이, 알푸스의 보라, 미스트랄, 팜페로, 블리자드, 부란 등이 세계도처에서 분다. 열대성 저기압으로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는 토네이도, 허리케인, 태풍, 윌리윌리, 사이클론 등이 있다. 

지역마다 해역마다 바람의 종류와 규모와 성질이 제각각이다. 때로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큰 비를 몰고 와서 가뭄의 땅을 적셔주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무서운 바람이 적다. 그래서인가 폭풍이 아닌데도 나무들이 곧잘 잘 쓰러진다. 그만큼 바람에 단련될 기회가 적었던 것일까. 바람이 부드러운 이 나라가 좋다. 이 나라에서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 좋다. 치맛바람도 없고 늦바람도 별로 모르는 나라,  아무도 모를 곳에서 와서 따뜻한 해면을 스치며 어디로 말없이 사라지는 바람이 무가네 좋다.  

2015년 8월 8일 오네로아 해변에서   이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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