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숨 한번 몰아쉬고 ‘헉’ 셧터문을 들어 올리는데 하마터면 그 무거운 셔터를 놓칠뻔 했다. 어느 새 소리도 없이 케이트 아줌마가 그 큰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옆에 서 있는게 아닌가... 아침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서도 난 부지런히 오픈 준비를 한다. 오늘 따라 종종 걸음으로 날 따라 다니면서 울먹이기 까지하는 그녀는 원래 볼거리도 없고 특별히 입점해 있는 가게가 많은 곳도 아닌 동네 쇼핑몰에서 하루종일 종종 걸음으로 돌아 다니는 나름 유명인사다.

 무슨 바쁜 일이 있는 사람 처럼... 60대 초반의 그녀는 키가 훌쩍 크고깡마른 체구로 언제나 짧은 보폭으로 종종 거리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가게 앞을 오간다. 내가 보기에 이 동네에서 제일 외로워 보이는 그런 아줌마다. 평소에도 늘 말을 건네고 싶어 하지만 난 너무 바쁘다. 손님들이 있으면 서성이다 그냥 소리없이 사라지는 그녀, 그런 케이트가 오늘은 아침부터 찾아와 울먹인다. 집주인이 찾아와서 당장 집을 비우라고 했다고 어떻게 하냐고 햇빛도 잘 들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자기집을 정말 좋아하는데 떠나고 싶지 않단다. 돈도 많은 집주인인 중국여자가 잔디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집을 비우라고 최후 통첩을 했다는얘기였다. 그렇게 자기 말만 한참을 쏟아내더니 또 집을 찾아봐야 한다며 급하게 종종 걸음을 재촉했다.

 수많은 손님들 사이에서도 물건 한번 사는 적 없이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쇼핑하는 걸 가만히 따라다니는 케이트가 나는 항상 마음이 쓰인다. 늘 불안한 눈빛과 구부정한 걸음걸이 원래 이름은 캐이틀린 이지만 남편이 싫어해서 케이트로 불러달라며 또 수줍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나는 웬지 낯설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번도 묻지 않았지만 그녀도 분명 빛나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꿈많은 처녀시절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고 아들을 낳아 키우며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혼자 외로이 쇼핑몰에서 하루를 보내는 신세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아들이라도 만나는 날이면 웃음을 머금고 자랑을 한다.

비치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케이트가 난 왜 그리도 안쓰러운지 모르겠다. 나에게 많은 고민을 가져오는 그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 케이트가 요즘 들떠있다. 헤어졌던 여동생을 만나기로 했다고 자랑을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같이살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새 가정을 꾸리면서 생긴 여동생 가족으로 부터 초대를 받았다고 조만간 남섬 여행을 갈거란다. 그리고는 한껏 들떠서는 옷가게를 기웃 거리기도 하고 가방을 들어보고 선물거리를 골라보기도 하고... 참 매일 매일이 분주한 요즘이다.

인생의 잃어버린 한 조각.....

 케이트는 그 한 조각을 찾아서 진정한 행복을누릴 수 있을까? 부모의 이혼과 결합으로 새로 생긴 가족들, 그리고 헤어졌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면서 외롭고 허전했던 케이트의 삶을 풍족하게 바꿔줄 수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 인생의 동그라미 역시 한 조각 부서져 있다. 케이트처럼....

누구나 완벽한 동그라미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겠지만 조금 찌그러지고 모나있어서 대굴대굴 잘 구르지 못한다. 가끔은 지쳐 쉬어 가기도하고 덜컹거려 도무지 속도가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