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한국 TV 보기--상처받은 영혼들이 하모니
SBS ‘송포유’ 무엇이 문제인가?
추석을 맞이하여 한국 방송은 엄청난 물량 공세로 안방 극장을 사로 잡았다. 한국 영화 부흥기를 맞이했던 최근 화제작 중의 하나인 ‘베를린’과 ‘도둑들’이 안방극장을 찾았고,명절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MBC의 ‘아이돌 육상 대회’도 주목을 받았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대세 아이돌이 총 출동한 이번 추석 특집은 새로운 경기인 ‘풋살’을도입하면서 예년에 비해 더욱 박진감있는 경기를 펼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그리고 ‘일밤’의 ‘아빠 어디가’를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고 출발했던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어디가’와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우리를 찾아왔고, 원조를 뛰어넘어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를 포함한 3대를 아우르는 보기 힘든 가족 예능으로 자리잡을 기세를 보이고 있다.
부모에 대한 감사와 사랑스런 아이들이 있어 행복했던 추석 특집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풍성한 추석 특집이 있었지만 화제의 중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SBS 의 ‘송포유’가 바로 문제의 프로그램이다. 기획 의도는 좋았다. 사회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이 노래를 통해 마음을 모으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 때로 합창은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깊은 감동을 준다.
최근에 합창단 내부의 문제로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그 하모니의 감동은 그대로 남아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희망의 불씨를 피운 ‘지라니 합창단’ 과 ‘남자의 자격 합창단’ 그리고 영화속에서 만나는 감동의 멜로디도 있다. ‘시스터 액터’, ‘하모니’ 가 합창단으로 인해 감동을 주는 대표적인 영화들이다.
처음 ‘송포유’를 접했을 때 어쩌면 우리는 영화같은 감동을 기대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사회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뉘우치고 상처를 치유하는 아름다운 감동의 프로그램, 바로 그런걸 기대했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온몸에 문신이 가들한 아이들, 입만 열면 욕설이 튀어 나오는 여자 아이들, 학교에 분만실이 있다는 루머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아이들의 문란함이 두렵기 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충격적인 장면으로 결말에 느껴지는 감동을 극대화 시키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방송 직후 불어닥친 후폭풍이 너무 거세여서 과연 마지막 감동적인 결말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출연했던 학생들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이 속속 들어나고 폴란드 대회에서 클럽을 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소주 40여병을 구입한 영수증 까지 공개 되면서 출연 학생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에 나온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들의 이야기는 분명 자극적이고 제작진으로 하여금 전의를 불태울 만큼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성공했을 경우 보장되는 시청률이 눈에 보일 만큼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3부작은 너무 짧았다. 자극적인 소재만 나열했을 뿐 그들의 사연이나 마음을 담지 못했다는 데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때로는 이들로 인해 상대방이 자살을 하는등 일진 학생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종종 있어온 만큼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면 단순히 예능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 했다.
한 눈에 들어오는 몇몇의 학생들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난 것은 물론이려니와 학창 시절의마지만 보루로 선택한 학교인 성지고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현실을 이제와서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1995년 개봉한 영화 ‘위험한 아이들’은 당시만 해도 미녀스타라는 수식어로 대변되는 여주인공 ‘미셸 파이퍼’ 를 단숨에 연기파 배우로 변신시키며 학원 드라마의 고전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뒷골목을 방황하는 문제아들이 모여있는 이 학급은 학교에서도 골치거리 였다.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 문제 학급을 바꾸려는 여교사와 그로인해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 ‘위험한 아이들’……
‘송포유’의 제작진들은 바로 이런 감동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는 음악의 힘 그리고 인간 깊숙한 곳에서 끌어내는 진한 감동을 프로그램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감동을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프로그램은 화제만 있었지 감동과 치유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