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한국 TV 보기 - 보고싶다 … 유재하, 김현식

손바닥소설


 

뉴질랜드에서 한국 TV 보기 - 보고싶다 … 유재하, 김현식

일요시사 0 2473

11월이 시작됐다. 뉴질랜드는 봄을 지나 여름향기를 내기 시작하고 태양의 기운에 절로 눈이 찌푸려지는 계절이 왔다. 겨울내내 웅크렸던 몸을 햇볕에 말리느라 벌써부터 민소매를 입고 나선 뉴질랜드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내 기억 속에 자리한 11월은 그리 즐겁지 않았음을 금새 깨닫게 된다. 한국의 11월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초겨울 날씨지만 여행 시즌이 지난 뒤라 인적이 드문 낙엽이 수북히 쌓인 가까운 여행지를 찾아 나서곤 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그들의 노래……

유재하, 김현식

서로 다른 음악 세계를 가졌던 두 사람이 사후에 같이 언급되는 것은 11월 1일이 두 사람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유재하는 1987년 11월 1일 교통사고로, 김현식은 지병인 간경화로 1990년 11월 1일 우리 곁을 떠났다. 유재하는 방송 출연도 거의 없고,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작곡가 였을 뿐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유작으로 남은 한장의 앨범은 그를 천재로 기억하기 충분한 명반으로 남았다.

조용필의 목소리로 알려지기 시작한 ‘사랑하기 때문에’ 를 비롯해 ‘우울한 편지’, ‘지난 날’, ‘그내 내 품에’, ‘가리원진 길’,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등 앨범의 전곡이 사랑을 받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각고의 노력끝에 탄생한 앨범의 성공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26살의 천재 작곡가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2년 뒤 시작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통해 매년 유재하의 음악세계를 이어나갈 훌륭한 뮤지션들이 탄생되는 기쁨을 얻게 된다.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루시드 폴, 스윗 소로우 가 대표적인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출신으로 유재하의 음악은 사라지지 않고 매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유재하가 단 한장의 유작 앨범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음악인이라면 김현식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많은 히트곡을 낸 인기 스타였다. 물론 긴 무명의 시간을 보냈고  ‘신촌 블루스’와  ‘김현식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해 보여 준 음악들이 결코 쉬운 음악이 아니어서 쉽사리 친해질 수 없는 가수 이기는 했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가수, 자유로운 영혼 김현식은 ‘골목길’, ‘어둠 그 별빛’, ’사랑사랑사랑’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힘 있는  록 스타일의 곡 들로 공연장을 채웠다면 , ‘사랑했어요’, ‘추억 만들기’, ‘비처럼 음악처럼’, 그리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중의 하나인 ‘내 사랑 내 곁에’로 우리의 감성을 채웠다. 병세가 심해지면서 특유의 탁성과 울부짖는 듯한 외침이 가슴을 후벼파듯 그의 고통 까지도 전해지면서 ‘내사랑 내 곁에’는 ‘가객 김현식’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노래로 우리 가슴에 남았다.

그렇게 두 천재 음악인을 가슴에 묻은지도 20년을 훌쩍 넘은 지금 아직도 우리는 그들의 노래가 그립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지금 새로운 김현식과 다시 만났다. 동아기획은 여전히 김현식으로 기억되는 기획사의 이름이다. 요즘의 YG, SM, JYP 가 있었다면 80년에서 90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실력파 뮤지션들로 꽉 찬 동아기획은  앨범 판매량으로 볼 때 적수가 없을 정도였다.

동아기획의 김영 대표가 타계 23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김현식의 새 앨범 ‘김현식 2013년 10월’은 내게는 어쩌면 반가움 보다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병상에서 이제는 유물로 남은 카세트 테이프에 남긴 그의 탁한 목소리는 당시의 그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더구나 ‘나루터에 비 내리면’이 표절로 누리꾼의 질책을 받으면서 이번 앨범은 고인을 욕되게 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 동안 리메이크 되었던 김장훈, JK 김동욱, 임재범, 싸이, 린, 알리 등 수많은 후배 가수들의 목소리로 재 탄생된 주옥같은 명곡들로 채워진 기념앨범 정도여도 좋았을 것을 ‘김현식 2013년 10월’은 기획사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해프닝으로 빛을 발했지만 이번 앨범으로 그렇다고 김현식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그의 음악은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Almaz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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