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한국 TV 보기 - 아빠는 어디로 갔나?

손바닥소설


 

뉴질랜드에서 한국 TV 보기 - 아빠는 어디로 갔나?

일요시사 0 2460

잃었던 일요 예능의 왕좌를 다시 차지하고 주말이면 소파에 달라 붙어 있던 아빠들을 일으켜 가족들과 캠핑을 떠나게 했다는 전설의 아빠와 아이들이 있었다. 먹방 지존 후, 성선비 준, 똑똑한 리더 민국이와 4차원 소년 준수 그리고 후의 사랑 지아까지 살아있는 캐릭터와 순수함으로 중무장한 다섯 아이들에게 한국의 시청자들은 무장 해제 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브라운관 속 꾸며진 얼굴에 익숙했던 배우와 가수, 방송인 아빠들의 오히려 허당스러운 모습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보통 아빠들이라는 공감대가 커져 갔다. 인기의 척도가 되는 CF 스타로 등극하고, 연말 연예 대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상의 저주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야심차게 시작한 시즌 2는 캐스팅에서 부터 난항을 겪었다. 화제를 모으며 물망에 올랐던 연예인들이 출연을 고사하면서 성동일과 김성주 그리고 윤민수 가족은 잔류하고 김진표, 안정환, 류진의 가족이 합류하게 된다. 김진표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마자 시청자들의 분노는 불같이 일어났고, 부인의 과거 언행이 네티즌 사이에 퍼지면서 김진표의 하차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출연은 계속되었고 김진표 부녀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지도, 그렇다고 캐릭터 창출을 통한 그 어떠한 보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가족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성동일과 김성주는 무리한 스케줄로 언제나 피곤한 상태이고 예능 초보인 안정환과 류진은 적응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대장으로 등극한 유일한 시즌 1의 출연자인 윤 후 혼자 짊어지기에는 짐이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닐까?  리더는 민국이에게 맡겨 놓고 먹방 귀요미 역할을 즐겼던 후에게 지운 짐에 눌려 제 모습을 잃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니 말이다. 처음 출연만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민율이의 귀여운 매력은 그대로 다. 하지만 시즌 1에서 형들 사이에서 발산했던 그만큼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이젠 볼 수가 없다. 그 매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탓은 누구에게 돌려야 할까? 캐릭터가 살아있던 시즌 1과 다르게 캐릭터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보다 제작진 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고안해 낸 방법이란게 고작 시즌 1의 출연자를 합류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나 보다. 준수의 입학과 튼튼캠프에 지아를 등장 시키므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미 시들해진 시청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시즌 1에 이미 식상해져 버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몰래 카메라를 계속 고집하는 제작진들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너무 뻔한 스토리를 서너번 반복하는 동안 리모콘을 돌리지 않을 인내심을 가진 시청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어른들을 믿고있는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는 커녕 어른들을 향한 오히려 불신감을 안겨 주는 역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슈퍼맨이 간다’는 제작 발표 당시에는  ‘아빠 어디가’의 아류작이 아닌가 하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슈퍼맨이 간다’는 시작부터 달랐다. 완벽한 관찰 예능으로 출발한 ‘슈퍼맨이 간다’는 제작진의 개입이 거의 없다. 텐트 안에서 숨어서 촬영에 임할 뿐 상황을 애써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는 출연하는 아빠와 아이들이 예능을 해야 한다. 매회 미션이 주어지고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제작진이 미리 예상한대로 재미의 포인트를 놓치지 말고 수행해야 비로소 웃음을 줄 수 있는 미리 계산된 재미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의 조급함으로 기획된 이상화를 비롯한 스케이트 선수들과의 만남도 지루하기만 했다. 그들을 데려다 놓고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할 정도로 급조된 제작진의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일요일 8시가 지나면 난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 일을 끝내고 사랑이를 보러 가야 하니까 말이다. 이제 뉴질랜드에서도 MBC의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 프리뷰를 통해서 볼 수도 있고 인터넷으로도 실시간으로 재미있는 한국 방송과 무료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난 월 사용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사랑이와의 실시간 만남을 포기 하지 못한다. 떼를 쓰는 모습도 예쁘고 오물오물 먹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서 예쁘고 고집스런 모습도 자연스러운 아기 그대로여서 더 사랑스럽다.

‘아빠 어디가’를 통해서 시청자가 본 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 잠시 잊고 있었던 동심을 찾아보고 그리워 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니 었을까? 

더 재미있게 더 감동적으로 꾸미기 위한 어른들의 손길이 더해질 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은 더이상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조수현gordonnz.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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