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나라, 뉴질랜드에서 겨울나기

손바닥소설


 

<뉴질랜드에서 작은 행복찾기>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나라, 뉴질랜드에서 겨울나기

일요시사 0 2337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나라, 뉴질랜드에서 겨울나기

아침에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차에 시동을 거니 차 유리가 꽁꽁 얼어있다. 서리가 하얗게 차 앞뒤 유리에 덮혀 있다. 오월달인데 벌써 서리가 내리며 추워지고 있다.

한국과 반대인 남반부 뉴질랜드는 지금부터 겨울이 시작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좀 더 일찍 추워지는 것같다.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고 있다. 겨울이라 하기에는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서 오히려 한국의 가을 날씨 같다고 느꼈는데 이제 그 말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언제부터 인지 여름은 점점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져서 그 좋았던 뉴질랜드 날씨가 이제 걱정거리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는 뜨뜻한 아랫목이면 그 추웠던 한파도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곳의 난방이라야 벽난로와 히터가 전부이지 않은가?

카펫 바닥에 벽은 앏아서 바깥의 온도가 느껴질 정도이니 겨울만 되면 한국의 아랫목이 더욱 그리워진다. 정부 차원에서 주택의 단열 문제를 보조하고 나서 노약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Warm Up New Zealand 계획이 발표 되어 향후 3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주택을 단열처리 하는데 3억 2천 7백만 달러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로인해 20만채의 주택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고 하다. 이처럼 뉴질랜드도 이제 주택 단열과 난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신축되는 주택은 바닥 난방이 필수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몇 백 년을 내려오는 온돌 문화를 이제 시작하려 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따뜻한 아랫목의 위력을 이제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겨울 햇볕이 눈이 부시게 따갑고 따뜻하지만 햇볕을 벗어나면 바로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오늘 같은 날이면 이곳 사람들은 제일 먼저 ‘HOT WATER BOTTLE’을 찾는다.

난방을 위해서는 오로지 전기제품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겨울 마다 전기 요금 폭탄을 맞게 되면 절로 난방비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HOT WATER BOTTLE’ 인 것이다.

 고무로 만든 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고 그걸 끌어 안고 겨울 밤을 지내는 것인데 이 소박한 보온 도구가 꽤 신통한 능력을 갖고 있어서 이불 속을 꽤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침대에 깔았던 찌릿찌릿한 전기 장판을 끄고 이곳 사람들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소박한 난방용품의 매력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HOT WATER BOTTLE’ 이 준비되었다면 포근한 무릎 담요와 수면 양말 즉, ROOM SOCKS가 필요하다. TV를 볼 때나 책을 볼 때도 무릎담요는 필수 아이템이다. 비싼 모직 제품이 아니어도 아크릴이나 폴라 폴리스 담요면 충분히 따뜻하다. 물론 실내에서도 입을 수 있는 폴라 폴리스 자켓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내복이 없는 이곳에서 보풀이 많이 일어나기로 유명한 폴라 폴리스 제품은 교복에서부터 각종 겨울 옷에 폭넓게 쓰이는 재질이기도 하다. 무릎과 발을 따뜻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머그잔에 가득 컵스프를 담아 마시면 그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이 겨울도 살만해 진다. 추워도 한국의 겨울처럼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는 아니고 아무리 추워도 오클랜드에 함박눈이 내릴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여유를 부려본다.

해마다 겨울이 다가오면 김장 걱정부터 하셨던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겨울내 먹을 김장을 할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추운 날씨에 덩달아 김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찬바람이 불면 여기저기서 풍겨나던 배추 냄새와 비릿한 젓갈 냄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남아있기 때문일는지도 모르겠다.

엄마 옆에 앉아서 시중을 들다가 손으로 배춧잎에 속을 싸서 한 잎 넣어주시는 그 맛에 입안이 얼얼해지도록 먹었던 그 맛이 겨울의 맛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김장한 날은 돼지고기 수육을 빼놓을 수가 없다. 두툼한 고기에 노란 배춧잎을 싸서 굴이 들어간 김치속을 입이 미어지도록 먹었던 그 겨울 날의 기억들이 입안에 침이 고이면서 자연스레 떠오르곤 한다.

비록 한국에서 먹었던 어머니의 김장김치와 돼지고기 수육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만소박한 김치에 수육 정도는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것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한국에서의 김장 분위기를 한번 내보아야겠다.

장작이 타고 있는 벽난로에 컵 스프를 마시고 있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우리는 무늬는 키위처럼, 머리 속은 한국인의 지혜로 뉴질랜드의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밤은 ‘HOT WATER BOTTLE’ 의 따뜻한 기운이 참 기분 좋은 밤이다.

0 Comments
제목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