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그림자

손바닥소설


 

<글향기를 나누며 46> 햇살의 그림자

오문회 0 1890

햇살의 그림자   / 지운



토요일도 늦게 눈뜬 아침

구름들이 밀려간 하늘은 

바다를 쏟아 부은 듯 새파랗다



구름도 불어 버리고 

담배 연기도 흩어버리는 

바람이,

아직 차다 



거실 유리문을 닫고 

햇살 드리운 창가에 앉았다



12살 소년,

겨울이 유난히 길던 어느 날 

햇살을 찾아 마루 구석 유리창에 

등을 대고 앉아, 느꼈던

그 아련한 원초의 따사로움



바닥에 생긴 자기 그림자와 

나눈 옛 얘기는

어린 소년이 짊어지기엔

너무 버거웠던 인생에 관하여



어디 갈 곳도 없고

전화조차 할 곳 없고

그냥 포기하고 돌아설 곳도 없고

달아나 숨어버릴 곳도 없었던 나날들



어린 소년의 끝도 없는 막막함이

쭈그려 앉아 그림자와 얘기하던 그날이

고스란히 지금 이곳이다



키 커진 그림자만 남기고 달아난 세월아

아직도 나 밖엔 정 둘 곳 없는 

내 그림자야,?그리고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차가운 바깥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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