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향기를 나누며 46> 햇살의 그림자
오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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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
2015.01.07 11:11
햇살의 그림자 / 지운
토요일도 늦게 눈뜬 아침
구름들이 밀려간 하늘은
바다를 쏟아 부은 듯 새파랗다
구름도 불어 버리고
담배 연기도 흩어버리는
바람이,
아직 차다
거실 유리문을 닫고
햇살 드리운 창가에 앉았다
12살 소년,
겨울이 유난히 길던 어느 날
햇살을 찾아 마루 구석 유리창에
등을 대고 앉아, 느꼈던
그 아련한 원초의 따사로움
바닥에 생긴 자기 그림자와
나눈 옛 얘기는
어린 소년이 짊어지기엔
너무 버거웠던 인생에 관하여
어디 갈 곳도 없고
전화조차 할 곳 없고
그냥 포기하고 돌아설 곳도 없고
달아나 숨어버릴 곳도 없었던 나날들
어린 소년의 끝도 없는 막막함이
쭈그려 앉아 그림자와 얘기하던 그날이
고스란히 지금 이곳이다
키 커진 그림자만 남기고 달아난 세월아
아직도 나 밖엔 정 둘 곳 없는
내 그림자야,?그리고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차가운 바깥 세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