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1893년 세계 최초 여성 참정권 보장

뉴질랜드는 여성이 강한 나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여성이 투표한 나라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여권 운동가 케이트 셰펴드의 노력이 크다.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말 그대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것도 민주주의 본산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이나 미국도 아닌, 남태평양 작은 섬국가인 뉴질랜드에서 가장 먼저 여성 참정권이 이루어졌다. 참고로 영국은 1918년, 미국은 1920년 그리고 한국은 일제식민지 시대가 끝난 1948년에야 여성(남자 포함)들에게 투표권을 줬다.

케이트 세퍼드는 전국 부인회(National Council of Women)의 초대 회장을 역임한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운동가 이다.
뉴질랜드에서는 1878년과 1879년에 집을 소유하고 재산세를 내는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법안이 나왔지만 의회에서 기각되었다. 이후 케이트 셰퍼드(Kate Sheppard)가 주도하여 술 판매를 금지하는 목적의 기독교여성 금주모임(Women's Christian Temperance Movement)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 단체를 중심으로 1891년부터 뉴질랜드 여성의 서명을 받아 여성의 투표권 획득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하기 시작하였다. 1891년 탄원서에는 약 9000 명 이상이 서명하였고 1892년에는 약 2만 명이 서명하여 하원에서 통과되었으나, 남성 의원과 보수적인 상원 의원들의 방해로 법안 통과에 실패하였다.

1893년 서명이 계속되어 전국에서 뉴질랜드 백인 성인 여성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만 명 이상이 서명하였고, 이에 영향을 받아 9월 8일 의회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20 대 18로 통과하였다. 이후 잠시 논란을 빚다가 9월 19일 총리인 글래스고(Glasgow)가 법안에 직접 서명함으로써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고, 전세계 여성이 투표권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탄원서는 당시 뉴질랜드는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탄원서로, 수도 웰링턴에 위치한 뉴질랜드 고문서보관소의 헌법관에 탄원서 원본이 보관되어 있으며, 자료실에서는 탄원서의 마이크로필름과 탄원서에 서명한 사람들의 명단을 볼 수 있다.

케이트 셰퍼드는 1847년 3월 10일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났다. 1869년 스무 살 나이에 언니가 살고 있던 크라이스트처치로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과 오게 된다. 뉴질랜드로 모두 이민을 온 것이다. 이후 케이트 셰퍼드는 기독교 정신을 담은 ‘뉴질랜드 여성절제회’를 조직, 주도적인 멤버로 활동하게 된다. 알콜과 성문제, 이혼 등 각종 사회문제를 여성의 시각으로, 어머니의 시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면서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 기세를 몰아 여성투표권을 정식으로 국회에 요구하게 된다. 1888년 1차 실패, 1891년 2차 실패, 1892년 3차 실패… 실패는 계속됐지만 케이트 셰퍼드의 의욕은 오히려 더욱 더 뜨거워졌다. 처음 해 9천명 동참에서 법안이 통과된 해인 1893년에는 3만 2천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당시 여성인구의 2/3이 같은 마음으로 동참해 준 것이다. 

  1893년 9월 19일 찬성 20 반대 18로, 어쩌면 수 천년 길고 긴 세월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제한되어 온 참정권(투표권)을 자력으로 얻어 내, 결국 전세계에 알림으로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의미 있게 장식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은 어린이, 정신병자, 범죄자 등과 같은 급으로 분류돼, 투표권을 주지 않았었다. 만 21세가 넘은 보통의 남자, 그것도 자기 소유의 집이나 비즈니스가 있는 사람에게만 한정적으로 준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1919년 여성에게 피선거권이 주어졌으며 1933년에 첫 여성 의원이 선출되었다.

1934년 케이트 셰퍼드는 죽음을 맞았다. 케이트 셰퍼드의 노력이 있었기에 전 세계 여성들의 참정권이 보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