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넌 연기해라’
이후 그녀는 2008년 ‘삼성화재’ 광고를 통해서 연기자의 꿈을 꿨다고 한다.
“지금까지 찍은 광고는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제가 성격이 내성적이거든요. 작업환경이 낯설고 감독님 마음에 들어야 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얼굴을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나 자신의 역량보다는 남에게 잘 보이기 일쑤였죠. 하지만 삼성화재 광고는 달랐어요. 처음 콘티를 받아보고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죠. 그리고 감독님에게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콘티 수정을 요구했고, 감독님도 흡족 하셨는지 ‘마음껏 해보라’고 힘을 북돋아 주셨어요. 촬영을 마친 후 감독님이 연기자를 해보라고 권유하는 거예요.”
결국 그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잘나가던 광고모델을 그만두고 극단 ‘광끼’에 들어갔다. 하지만 모델계에서는 국내 톱20 안에 들었던 그녀가 한 달에 30만원 받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기는 버거웠을 터였다. 연극계에서는 막내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많이 혼났어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고 혼나고 명품 옷을 입고 치장하고 왔다고 혼났어요. 3개월간은 바닥청소 의상정리 등 뒤치다꺼리만 했었어요. 하지만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는 후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고마운 걸요. 매주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나를 찾는 것 같아 아직은 재밌어요.”
이채영은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을 연기에 집중했고 현재는 연기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난 시간동안 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간을 내서 틈틈이 광고촬영도 병행했다. 2009년 롯데백화점 광고를 필두로 KT 휴대폰 CF 등을 촬영한 것이다. 그때마다 광고계 관계자들이 "왜 힘들게 연극을 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껍질 깨고 나온 병아리
“주연‧조연 그런 걸 구분한다는 건 의미 없는 것 같아요. 한 씬을 찍더라도 그 배역에 충실하고자 애쓰는 것이 진정한 연기자 같아요. 시트콤이건 멜로건 상관없어요. 오히려 고맙죠. 연기 역량을 넓힐 수 있으니까. 뭐든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녀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연기자가 되기 위한 필수코스라고 꼽았다. 그래서 그녀는 일산에 자신만의 작은 미술작업실을 열었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면 저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아요. 연기를 하다 보니 제 안에는 다양한 ‘나’가 있나 봐요. 여러 성격과 색깔을 그림으로 표출했으니까요. 앞으로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여러분께 다가갈게요. 지켜봐 주시고 아낌없는 사랑 보내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