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77) -단순한 길
지구에는 수없이 많은 강들이 있지만, 모든 강은 한 곳으로 흘러간다. 바다라는 큰 물로 흘러 들어간다. 모든 강들은 바다에서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물을 이루게 된다. 종교도 마찬 가지다.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지만, 결국 모든 종교는 마지막에는 하나님이라는 큰 물에서 만나게 된다. 기독교에만 진리가 있고,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교에 진리가 있고, 생명이 있다. 기독교만이 하나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다 하나님께 이르는 길이다. 이런 사상을 종교다원주의라고 한다.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 가지만이 옳다는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고, 서로 상대를 인정하자는 사상이다. 오늘날 이런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세상의 사조가 교회에도 밀려들어오고 있다. 천주교는 이미 1962년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이런 종교다원주의를 교리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결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다른 종교와의 공존을 천명하는 새로운 모습을 본다” 기독교도 이제 자신들만이 옳다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님께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모든 종교는 다 하나님이라는 큰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강과 같다.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의 길이지만, 그렇다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매력적인 것은 합리적이라는 데 있다. 자기만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편협하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인다. 구원이 왜 기독교에만 있어야 하는가? 모든 종교에는 다 구원의 길이 있다! 모든 종교는 다 하나님께서 각 시대와 상황에 따라 주신 것이다. 힌두교도, 불교도, 이슬람교도 모두 하나님께서 인간세상에 주신 구원의 방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종교에 충실한 자는 모두 구원의 길을 걷는 자다. 종교간에 자신만이 옳다고 서로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종교는 하나님의 크신 뜻을 이해하고, 공존하며 평화를 누려야 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서로 사랑하며 화평을 누리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고 위해주고 아름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그러면 좋겠다.
테레사 수녀는 자신이 쓴 ‘단순한 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그분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서 지으셨으니 우리는 그분의 자녀들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따르고,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을 믿고
그분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기도하면 우리는 필요한 답을 전부 얻게 될 것입니다.”
수녀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믿고 따르고 기도하며 그분을 위해 일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했다. 자신의 표현처럼 ‘하나님 손 안에 들려진 작은 몽당연필’이 되어 살고자 했다. 사랑 없는 이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사랑을 써나가는 작은 몽당연필이고자 했다. “우리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그분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라는 그녀의 표현처럼, 수녀는 종교를 초월해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려고 애썼던 사람이다.
수녀에게 있어서 아버지께로 가는 길은 자신의 책 제목대로 ‘단순한 길’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종교는 다 아버지께로 가는 다양한 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도가 믿는 하나님이나 기독교인들이 믿는 하나님이나 다 같은 하나님이다. 힌두교도나 불교도는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그들조차도 아버지께로 간다. 모든 종교가 아버지께로 이르는 길이다.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생각이다.
그러나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죄의 문제다. 성경은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고 선언한다. 스스로는 결단코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성육신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분, 아버지의 독생자이신 성자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인간을 죄에서 구원할 다른 길은 없다. 다른 어느 종교나 사상이나 철학도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인간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다. 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누구도 아버지께로 갈 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도 베드로는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행 4:12)
예수가 없는 구원, 십자가가 없는 구원은 없다. 흠도 없고 죄도 없는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의 피밖에는 인간을 죄와 사망에서 구원할 수 없다.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 그분만이 구원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길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로 가는 길은 하늘에서 인간세상으로 찾아오신 하나님의 독생자, 오직 예수라는 한 가지 길 밖에 없다.
예수님께서는 이 진리를 분명하게 선언하신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이것도 진리, 저것도 진리가 아니다. 여기에도 생명이 있고, 저기에도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구원을 주는 진리, 구원을 주는 생명은 오직 예수밖에 없다.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아버지께로 인도하시기 위해서 가신 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십자가의 길밖에는 아버지께로 가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와 같은 죄인들을 아버지께로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하나님, 그분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길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한 길이신 그 분께서 말씀하신다.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26)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지만, 아버지께로 가는 길은 한 길밖에 없다. 그 길은 예수 안에 있는 십자가의 길이다. 오늘날 이 길을 걷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