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디딤돌, 잠심(潛心)

천주교


 

내 삶의 디딤돌, 잠심(潛心)

일요시사 0 3134
어떻게 하면 신앙생활을 좀 더 잘할 수 있나? 우리는 늘 외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과 만남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

어떤 일이나 만남이 우리 뜻대로 이루어지면 기쁘고 행복하지만, 그렇지 않게 되면, 우리 마음은 소란스러워진다. 자유와 평화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참된 자유와 깊은 평화 없이는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과 일치할 수가 없다. 자유와 평화는 신앙생활의 열매인 동시에 신앙생활의 바탕이며 조건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마음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을까? 문제는 그 방법이다. 스테디셀러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를 쓴 정규한 신부가 이번에 새로이 펴낸 책, 《내 삶의 디딤돌, 잠심》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바로 ‘잠심’이다.

저자는 ‘잠심’(潛心)을 ‘알되 그 앎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잠심’을 통해 우리는 참된 자유와 평화에 이를 수 있고, 마침내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은, 무엇보다도 저자가 자신의 영적 여정에서 실천해오며 터득한 방법이고, 또 오랜 세월, 신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고 영성지도를 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에, 더욱 신뢰할만한 신앙생활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자 특유의 문체로 쉽고 자세하게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 글을 좇다 보면, 나도 ‘잠심’을 익힐 수 있고, 또 익히고 싶다는 원의를 품게 된다. 다시, 문제는 연습이다.

“저 역시 세상 한복판에서 복음의 삶을 사는 사제로서, 다양한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잠심은 제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잠심은 영적 여정을 함께해 온 오랜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늘 잠심 상태에 머물지도 못하고 잠심을 잘한다고 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잠심 상태에 자주 머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게 애쓰다 보니, 잠심이 하느님과 일치하는 데 아주 좋은 도구라는 것을 점점 더 알게 되고 실제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잠심은 제가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도와줍니다. 또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해 주며, 제 욕심을 알아차리고 버릴 수 있는 힘도 줍니다”

“우리의 영적 성숙은 얼마나 많은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 봅니다. 이렇게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잠심을 하게 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주변을 향해 마음이 열립니다”(18쪽).

“잠심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에서, 잠심은 ‘어떤 일에 마음을 두어 깊이 생각함’이라고 나오고, 침묵은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또는 그런 상태’라고 나옵니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을 포괄하여 잠심을 ‘알되 그 앎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하고 싶습니다”(21쪽).

“‘알되 그 앎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내 안에 일어나는 어떠한 것도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내 안팎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하느님 외에는 그 어떠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태에 있을 때 하느님 이외에는 어느 것도 우리의 주인이 되지 못합니다”(35쪽).

“결국 재물을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는 삶’이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재물이 있는 것을 알되 그 재물이 내게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랑하게 되는 것’(수동적)이 목표여야 합니다. 이것은 내가 사랑하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면서 사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89쪽). “우리가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는 모든 것이 현실 그대로가 아닙니다. 현실을 카메라 앞에서 조작하고 연출할 수 있듯이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 방식, 틀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잠심을 통해 그것들을 내려놓고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생각으로 세상을 보면 진실을 알 수 없지만 생각을 내려놓고 잠심을 하는 순간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126쪽).

  “행복은 바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직업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은 욕망을 채우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참 행복’은 원인이 없습니다. 누구도, 무엇도, 어떤 일도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할 때, 사물에 대한 집착이 사라질 때, 그때가 잠심의 때이고, 그때 비로소 당신에게 행복은 찾아올 것입니다”(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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