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에게 용기와 희망을!] (2)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산다는 것은
삼중고로 고통받는 미혼모 가정, 사회가 손 내밀어야
▲ 미혼모가 양육을 결심하는 순간 양육ㆍ생계ㆍ가사의 삼중고를 혼자 떠안는다. 사진은 미혼모 시설의 한 신생아 발을 보듬고 있는 미혼모의 손.
"미혼모의 아이들, 단어만 들어도 안타깝지 않은가. 그들이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를…!"
최근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부모 가족복지시설 지원 사업'의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11월 25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가 '시설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 사업 예산으로 61억 3800만 원을 올렸고, 송 의원은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곤란하다"며 전액 삭감을 제기한 것. 이 뉴스를 접한 미혼모 시설 '생명의 집' 원장 김소영 수녀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 자녀가 미혼모라면 그런 말이 나오겠느냐는 댓글을 봤는데 공감이 가더라고요. 이런 뉴스를 보면 화가 나죠."
미혼모가 양육을 결심하고 자립을 노력해보지만 양육ㆍ생계ㆍ가사의 삼중고를 혼자 떠안아야 한다. 출산 직후 1년까지는 기본 생활을 지원해주는 1차 한부모 시설에서 의료비와 분유, 기저귀 등 출산용품을 지원받는다. 2차 시설인 공동생활가정으로 옮겨 본격적인 자립을 준비하지만 결국 양육을 포기하고, 아이를 입양 보내거나 시설로 보내는 미혼모들이 적지 않다. 취업 준비를 하려면 자격증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데 그 시간에 정부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그런데 그 비용을 미혼모가 개인적으로 부담하거나 시설이 운영비에서 써온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올린 61억 3800만 원이 정부의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 예산이다.
미혼모들은 자립하고도 본인이 생활했던 시설에 분유와 기저귀, 후원자들이 보내온 옷을 보내달라고 손을 내민다. 현재 정부가 미혼모에게 지원하는 한 달 양육비 13만 원은 '아이를 끝까지 키워보겠다'고 결심한 미혼모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그나마 내년부터 한부모 양육비가 20만 원으로 올라 아동수당까지 합하면 30만 원이다.
3주 전 출산해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주영(가명, 28)씨는 "잠도 못 자고 아기만 바라봐도 이렇게 행복한데 아이를 양육할 경제적 여건을 생각하면 두렵고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육아 선진국의 미혼모 복지
미혼모 지원 정책은 각 나라의 가족문화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문화권의 시각이 복지의 범위를 결정한다. 육아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어떤 형태의 가정에서 태어났든 '아이는 동등하게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프랑스… 2014년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1.93명, 한 여자가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을 기록한 프랑스는 차별 없는 가족정책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는 임신과 출산, 육아에 드는 비용의 많은 부분을 국가가 지원한다. 미혼모, 외국인 가정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지원한다. 7개월 이상 된 모든 임산부에게 매달 923유로(약 120만 원)를, 출산 후에도 3살까지 한 자녀 당 184유로(약 24만 원)를 지급한다. 연평균 소득이 약 8700만 원 이하에 3살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면 한 달에 172유로(약 30만 원)를 준다.
◇덴마크… 지난 17대 국회에서 논의되었던 제도가 덴마크의 '히트 앤드 런(Hit and Run)' 방지법이다. 이는 정부가 양육 책임을 나 몰라라 하는 한쪽 부모를 추적해 양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양육비를 원천징수한다.
◇독일…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한 나라였다. 그러나 1919년 사생아 보호와 양육에 관한 사회의 보호와 배려를 명시함으로써 모든 아이에게 동등한 양육 조건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10대 미혼모의 교육권을 보장하는데, 임신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 혹은 휴학으로 처리해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아기를 낳으면 마음이 달라져요. 처음에는 아기를 입양시키겠다고 결심하고 들어옵니다. 출산 후 입양 숙려기간(7일) 동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기를 품에 안고 자면서 마음이 바뀌는 거죠."
경기도 용인에 있는 미혼모 시설 '생명의 집' 원장 김소영(금주 페르페투아) 수녀는 "처음 70%는 입양을 선택하고 들어오지만 실제로 입양을 가는 아이들은 30%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생명의 집은 미혼모를 보호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출산하도록 돕기 위해 1991년 문을 열었다. 현재 7명의 미혼모가 살고 있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머물다가 자립하거나 공동생활 가정으로 옮긴다.
"초기 상담을 해보면, 80%는 낙태 시기를 놓쳐서 출산합니다. 생명을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오는 미혼모는 10~20%에요. 입양을 생각했다가 아기를 낳고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은 다행스럽죠."
김 수녀는 "사실 아기와 살아가기에 너무 막막한 친구들이 많다"면서 "어디 취직을 하려면 고졸은 돼야 하는데 중졸도 안 되는 미혼모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 수녀는 미혼모들의 불우한 가정환경을 언급하며, "'우리 엄마도 미혼모였다'고 고백하는 친구도 더러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미혼모가 많습니다. 가정폭력과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됐거나, 조손가정에서 자란 미혼모가 많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라도 저런 가정환경이라면 비뚤어졌겠다 싶어요."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해 장애아를 출산하고도 홀로 양육하는 미혼모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혼모가 책임져야 하는 몫은 100%에요. 남자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한번은 미혼부와 통화를 했는데, '그 아기가 내 딸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 그 아이 엄마가 어디서 누구랑 놀았는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하더군요. 책임지겠다는 아빠는 5%도 안 돼요."
그는 "미혼부 양육비 청구권 이야기가 나오지만, 변호사를 선임하고 친자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고…. 미혼모로서 감당할 게 못 된다"고 했다. "정부에서 미혼모에게 지원하는 13만 원으로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가 없어요. 아이한테 쓰라고 주는 돈인데, 엄마가 당장 먹고살 돈이 없는 거예요. 부모와는 등을 져서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데 부모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지도 못하는 상황도 있어요."
김 수녀는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비용은 후원금으로 해결할 테니 불법 체류 미혼모들을 시설에서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들 중에는 아빠가 한국인인 경우도 많은데, 법의 테두리 안에 없다는 이유로 내치는 것은 전인적인 복지가 아닌 한정적인 복지라고 지적했다.
교회에는 미혼모들을 따뜻하게 봐 달라고 요청했다. "주일 미사에 엄마들을 데리고 가면 어린 엄마들이 배가 불러 있으니까 쳐다봅니다. 가톨릭교회의 문턱이 높아요. 따뜻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녜요."
출처 : 카톨릭 뉴스 Good News <http://news.catholic.or.kr/WZ_NP/section/view.asp?tbcode=SEC06&cseq=8&seq=151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