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밴 여행 맛보기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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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밴 여행 맛보기 1박2일!

일요시사 0 2300



하고 싶은 좋은 일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작은 축복이다.
그것도 ‘지금 여기’에서라면. 그런 ‘지금 여기’의 시간을 1박2일 갖게 되니 마음이 잔잔하다. 바로 캠퍼밴 여행이다. 기회는 우연히 오고 인연은 준비된 상태에서 맞게 된다.
딸아이가 고국에 일을 가져 떠나기 전에 가진 추억 만들어주기 여행이다. 아내, 딸아이와 함께 셋이서 가볍게 한 이틀 타우포나 타우랑아에 바람 좀 쐬러 가려던 차에 아내가 아는 분이 4인승 캠퍼밴을 빌려주신 것이다. 토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저녁에 캠퍼밴을 받으러 가서 보니 차가 의외로 크게 보인다.  4인승 캠퍼밴이 예상보다 크게 중형 버스처럼 보이니 약간 당황이 된다. 아니,이렇게 큰가?.소형차만 몰다가 보니 생소하게 느껴진다.
동네 근처를 천천히 시운전 해보니 웬걸,그런 당황은 기우다.시야가 확트여 새로운 느낌이다.보는 것과 해보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캠퍼밴 사용 설명을 듣고서 차를 끌어다 집앞에 대니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딸아이가 몹시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행 짐들을 미리미리 차에 싣는다.
 새벽 6시에 고고씽!!!



 
일요일 새벽 기운을 느끼며 출발하려니 시동소리부터가 경쾌하다.
오클랜드를 떠나 가볍게 캠퍼밴 여행의 맛보기를 즐기게 된다. 그동안 생각만 해오던 캠퍼밴 여행은 처음이다. 먹을 것과 필요한 것을 싣고서 연료까지 가득 채우니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 발길 닿는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쉬고 싶은 곳에서 쉬면 된다.
날씨까지 전형적인 뉴질랜드의 계절 한 여름이니 하늘은 높푸르고 바다는 새파랗다. 가뭄이라서 목초지가 누렇게 변해서 다소 안타까운 마음은 들었지만 1박 2일을 떠나는 우리들의 마음은 설레임 그자체다.
 
차창바람이 폐부를 시원스레 적셔준다.앞을 보고 운전하는 승용차 시야와는 천지 차이다.위에서 내려다 보는 캠퍼밴 운전 시야는 그동안의 운전 습관을 깡그리 바꿔놓는다.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이리도 다른가.  커피 한잔을 마셔도 창넓은 바닷가 창가에서 마시면 그리도 맛이 색다르듯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운전감각이다. 캠퍼밴 여행차들이 남쪽 모터웨이를 많이도 채운 채 저마다의 목적지로 내달리고 있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같은 학과 선배가 강원도에서 올라온 신입생 동기에게 물어본 질문과 답변이 떠오른다.
’야! 너는 왜 강원도에도 국립대학이 있는데 서울에 있는 비싼 사립대학까지 왔냐?’ ‘예! 서울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많은 것을 다 체험해보며 꿈을 키우고 싶어서요.’
무려 37년전 이야기인데도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 친구 못 만난지 수십 년 됐어도 이름까지도 또렷하다. ‘자아식,철학있는 답변도 하고 대단하네라’고 했던 추억들…
살아보니 그 친구 말이 참 명언이다.어디에나 다 적용된다. 뉴질랜드에 왜 이민왔냐고 뉴질랜드 현지인 키위들이 참 많이 묻기도 한다. ‘뉴질랜드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많은 것을 다 체험해보며 꿈을 키우고 싶어서지.’
 
뉴질랜드만의 특성과 장점을 잘 활용하며 사는 것이 ‘지금 여기’정신이 아닐까.


 
‘Now & Here!’ 지금 여기에 모든 것이 있다. 기쁨도 슬픔도,행복도 불행도 지금 여기에 있다. 현재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를 느끼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겸허히 사는 것이다. 뉴질랜드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것은 최대한 체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골프와 낚시는 이민 초창기에 거의 다들 섭렵을 해 온 일들이다. 초기 이민 자들에겐 이민 생활 20여 년이 흘러가고 있다. 비즈니스도 열심히 해온터고 아이들 학업도 마쳐가고 있다.
 
뉴질랜드 취미생활의 장점인 골프 낚시는 기본 축복이다.
대 자연, 산과 바다를 끼고 걷는 트램핑도 더없이 좋다.그래서 요즘은 건강을 생각하며 트램핑쪽으로 취미생활을 하는 부부들도 많아졌다. 여기에 언제부터인가 캠퍼밴 여행이 서서히 늘고 있다.뉴질랜드를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서 참 바람직해 보인다. 서구 사람들 중에 나이드신 부부가 뉴질랜드에 여행와서 캠퍼밴 여행 한 달씩하고 가는 것을 보면 참 부럽게 느껴진다.
오토바이 여행하는 부부도 우리 옆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우리에게 윙크를 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은 여유있는 마음이 비슷해서인가 정다운 길벗이다.
 
 봄베이 하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봄베이 타이번 수도원이다. 이민와서 숱하게도 많이 오가며 들르다 보니 우리나라 강원도쯤에 있는 수도원 같다. 고국에서 아는분 오면 지나는 길에 함께 들르기도 한곳이다. 마음도 털어놓고 새 기운도 받고 정말 영혼의 쉼터다.셋이서 손을 모아 예쁘게 기도를 드리고 밖으로 나오니 캠퍼밴도 수도원을 향해 목례를 하듯 착하게 서있다.
 
1번 모터웨이를 따라 남으로 계속 달리다 발길 멈추는 곳 있으니 해밀턴 가든이다. 너무 넓어서 예전에 둘러본 여러나라 정원은 뒤로하고 주변 다른 곳들을 둘러본다. 드넓은 가든을 걷다가 가든 옆쪽으로 도도히 휘돌아 흐르는 넓은 와이카토 강물앞에 발길이 선다. 응시하는 시선이 흐르는 강물따라 흐른다.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 보니 강물이 된다.
내 인생의 강물도 반 이상은 흘러간 것 같은데 저 푸른 강물은 어디로들 흘러들 가나. 학창시절에 감동깊게 봤던 ’흐르는 강물처럼’영화 장면과 감동을 안겨준 대사가 자꾸 겹쳐진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히 사랑할 수는 있어." “인생의 강물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어. 인생의 강물이 말라 버리면 강물이 다시 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그래,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호수를 가로 지르는 반달모양의 다리에서 보니 가을이 저만치서 나뭇잎에 샛노랗게 다가오고있다.
한번 쉬면 또 한참을 악셀을 밟는다. 도착하는 곳은 유황온천 냄새 진하게 풍기는 로투루아다.점심때다. 레드우드 삼림지역으로 가니 캠퍼밴들이 여러대 와서 휴식중이다. 삼림 그늘에 정차시키고 점심을 준비하면서 보니 그대로 달팽이 집을 옮겨놓은 것 같다. 취사도구를 꺼내 준비해 뜨끈뜨끈한 음식을 해서 먹게 되니 참 이채롭고 밥맛도 별미다.
 
레드우드 삼림지역을 걸으니 세상이 모두 나무 그늘아래 쉬고 있다. 삼림욕중에 도란 도란 이얘기 저 얘기 하며 걷는다. 썬그라스낀 아내와 딸아이가 자매처럼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장난도 친다. 그늘을 드리우는 수 백년된 거대목 삼나무들이 지긋이 웃으며 듣기만 한다.

 

그늘을 드리우는 수 백년된 거대목 삼나무들
 
 
 


이어지는 발길은 푸른 옥 색깔의 푸카폭포 수 앞에서 멈춘다. 타우포다. 언제 와 봐도 푸른 옥비취 색깔의 물 폭포수와 푸른 우유빛깔 거품이 어우러지는 장관은 가슴을 확 뚫어 놓는다. 자연은 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최대로 빛내고 있다. 세상사에 지치고 힘든 가슴을 풀어주는 치유력을 무한정 발산한다.
 
 
 
타우포 호수가에 이르니 크기가 같다고 해서인지 싱가포르가 생각난다.서울도떠오른다.뉴질랜드 최대 호수,타우포가 싱가포르와 서울시 면적과 같다니 정말일까.싱가포르를 호수에 그대로 담글 수 있다구? 서울시도? 그렇게나 크나? 서울시가 얼마나 큰데?? 도대체 면적이 어느정도 인데?`타우포 호수 크기(619제곱키로미터)가 서울시크기(604제곱키로미터)보다 더 크단다.

늦은 오후에 바라다보는 타우포는 잔잔한 물 세계다. 호수가에선 수영도하고 가운데에선 보트를 탄다.캠퍼밴에서 끓여온 커피 한잔씩을 호수가 벤치에 앉아 마시니 석양 노을이 불그스레 얼굴을 붉힌다.어디가나 시간나는 대로 가만히 멈춰서서 있는 자연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다가 때되면 훌훌털고 일어나 또 달려가는 캠퍼밴 여행, 작은 집을 싣고 달리니 먹을 것 쉴곳이 걱정이 없다.
 
하늘과 물 색깔이 똑같다. 이 폭포물은 매번 아무리 봐도 봐도 신기.
 물 바닥에 옥이 무진장 깔려있을까?
 
 
 
그래도 잘곳은 근사한 곳에서 자야지 싶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 타우랑아로 향한다. (마운트 망가누이를 GPS에 입력하니 방향이 선명하게 갈곳을 안내해 준다.) 언덕을 넘고 가파른 재를 넘어가자니 어둠이 몰려온다. (오가는 불빛을 헤치며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는 힘껏 악셀을 밟는다.) 구비구비고개를 끝도 없이 오랜시간 달리니 타우랑아 시내 불빛이 산아래 멀리서 반짝인다. 발이 뻐근할 정도가 되니 목적지 마운트 망가누이에 있는 홀리데이파크 지역에 도착한다. 피곤한 몸을 먼저 온천물에 담그고저 소금 온천에 들어가니 딱 한시간 뒤가 온천 마감시간이란다.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그나마도 다행이다.
 
1박 2일이니 좀 강행군이다. 캠퍼밴 맛보기 여행이니 감수해야지 싶다.뜨거운 온천물속에 몸을 담그니 세상이 다 내 세상이다. 아내도 딸아이도 휴식의 편안함에 푸욱 잠겨있다. 아내가 한마디 한다. ’진즉 이런 캠퍼밴 여행을 여유있게 여러날 했으면 좋았을텐데…’ ’글쎄 내말이…’
 
이틀간 캠퍼밴 맛보기 여행인데도 이 정도 좋으니 다음이 기대가 된다.
 
 
 
홀리데이 캠퍼밴 파크에 가보니 문이 잠겨있다. 우리가 워낙 늦게 도착해 온천풀에 들어갈 때 부터 잠겨 있더니만 자리가 없다. 별수없이 해변가 도로로 가니 캠퍼밴이 여러대 경치 좋은 곳에 머물러 쉬고 있다. 그 옆에 가로등 불빛도 밝고 마침 빈 자리가 있어 캠퍼밴을 대니 오늘 밤 쉬어갈 곳이다. 밤 바다도 보이고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시원한 바다 바람이 불어온다. 밤하늘에 별들이 눈을 뜨기 시작한다. 바닷가 벤치에 앉아 저녁 바다를 보며 저녁을 보내니 이 또한 색다른 세상이다.
 
 
 
(학창시절 강원도 동해바다 캠핑가서 밤하늘을 보며 캠프파이어하던 추억이 떠오른다.머무르고 떠나는 캠퍼밴 여행은 시시때때로 지난 추억을 떠올려준다.) 캠퍼밴 안쪽으로 들어오니 바깥 가로등불빛이 차안으로 비춰져 침대에 함께 앉아 이야기 하는데는 딱좋은 조명이다. 방충망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고 파도 소리까지도 들려온다. 누워도 좋고 앉아도 좋다.

옮겨온 작은 집,누구하나 간섭없고 거칠 것 없어 편안하다. 달빛이 들어오다 기울면서 우리들의 끝이 없는 이야기도 모닥불처럼 사위어간다.

 
 
이른 새벽부터 볼곳 많아 강행군을 한터라 고단했나,온천을 하고 나니 편안해서 그런가. 캠퍼밴 침대에 편안하게 눕게 된다. 자고 싶으면 자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고… 이불을 내려 덮으니 아늑한 단칸방이다. 이내 나 먼저 스르르 잠세계로 빠져든다. 바닷가 별장이 따로 없다.
 


달팽이처럼 하루종일 집을 이고 다니다 도착한 타우랑아 바닷가!
 
우리의 멋진바닷가 별장!
 
 
 


캠퍼밴 창으로 내다본 밤바다.
 
 
 
바다 갈매기 소리에 눈을 뜨니 이른 아침이다. 참 개운한 숙면이다. 솜털처럼 몸이 가뿐하다. 새 하루가 붉은 쟁반 해를 바다속에서 밀어 올린다. 낯선 곳에서의 동트는 희망의 새 아침이다. 침묵의 해면위로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힘찬 날개짓을 한다. 멀리서 지나는 커다란 여객선도 움직이는 한폭의 풍경화다. 평상시 같았으면 월요일 아침이라 출근 길로 바쁠텐데 오랜만에 한가롭게 시간을 가지니 이 또한 낯설다. 감자에 얼큰한 고추장을 넣어 찌개를 끓이니 따뜻한 밥만 있어도 근사한 아침식사다. 출근 시간을 지나 서서히 다시 오클랜드로 향하니 발길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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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파도소리에 잠을깨다. 아! 여기가 어디인가.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로망이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이 아닐까. 여행을 하다가 좋은 풍경을 만나서 거기서 머물며 자보고 싶은데 숙소가 없을 때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캠퍼밴 여행은 그런 걱정은 아예 하지 말라고 손짓을 한다.침대,냉장고,씽크대,서랍장,샤워시설,소파에 조리기구까지 있어 먹고, 자고, 씻는 것을 한번에 해결해 준다. 물론 화장실도 있다. 정말이지 달리는 소형 이동식 가옥이다.

 
 
오면서 가면서 쉬면서 바람따라 훌쩍 떠나는 휴식 여행이다.자연 에너지를 듬뿍 충전해오는 신바람이다.대학 신입생 때 친구 얼굴이 보고 싶다 보니 ‘지금 여기’뉴질랜드를 다시 생각해 본다. ‘뉴질랜드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많은 것을 다 체험해보고 싶다. 그 중 하나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간간히 하면서 뉴질랜드 곳곳을 보며 느끼며 자연을 닮고 싶다.’
 
 
 
딸아이 한국간다는 이야길 듣고서 좋은 추억 담아보라고 내 집같은 캠퍼밴을 선뜻 내어준
 
현지네 엄마 아빠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뉴질랜드를 느끼며 뉴질랜드현지 사람처럼 살아가는 그 가족들의 자연 사랑을 보면 코리언 키위답다. 마음이 참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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