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릿지릿한 손, 원인 찾고싶다
대부분 말초신경질환인 경우가 많아
우리는 흔히 손, 발이 저리면 이곳저곳 주물러보곤 한다. 하지만 저린 느낌과 더불어 시리다, 화끈거린다,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 등 뭐라고 표현은 못 하지만 매우 불편하다는 느낌은 여전한 듯 보인다.
임정근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과 교수에 따르면 손이나 발에 저린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순환장애가 있거나 뇌졸중(중풍)의 전조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린 증상이 혈액순환장애 또는 뇌졸중에 의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므로 며칠씩 또는 몇 달씩 손이나 발이 저리다가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몇 달씩 손발이 저리다?
손목굴 증후군이란
손이나 발이 저린 원인은 혈액순환장애가 아니라 대부분 ‘말초신경질환’인 경우가 많다.
‘손목굴 증후군’은 손 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팔로부터 손으로 신경이 내려가면서 통과하는 손목에 있는 좁은 통로를 손목굴이라 한다. 손목굴은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통로이며 이 통로를 통해서 힘줄과 신경이 손바닥으로 내려간다.
이 통로가 좁아지면 손으로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아서 손바닥과 손가락이 저려지는데 손으로 잔일을 많이 하는 중년의 주부에게 흔히 발생한다. 임신 중 몸에 부종이 심하면 발생하기도 하고 손목 관절 질환이 있으면 발생할 수 있다.
손목굴 증후군이 있으면 손가락에 먼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밤이나 아침에 주로 저리고 활동이 많은 낮에는 사라진다. 심해지면 낮에도 나타나고 더욱 심해지면 엄지손가락 아래 있는 손바닥 근육이 마르며 엄지손가락의 힘이 약해진다.
손저림이 있으면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목뼈 6번 또는 7번 주위에 병을 일으키는 경추 디스크 질환은 손목굴 증후군과 동반될 수 있다. 목과 어깨부위의 통증 및 어깨에서 팔을 따라서 아래쪽으로 전파되는 통증이 있으면 경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손목굴 증후군은 심한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임신 중에 발생했다면 손목보조대 착용과 약물 치료를 한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으면 손목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한다.
주사 효과는 2~3개월 동안 지속되며 이러한 치료로 만족스런 효과를 얻지 못하면 손목의 인대를 절제하는 간단한 수술치료를 시행한다. 엄지손가락 아랫부분의 근육이 마르고 손가락 힘이 약화된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수술 치료를 한다. 이러한 치료로써 손목굴 증후군은 완치될 수 있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에 의한 저린 증상은 다리와 팔의 양측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나는데 발에서 시작돼 차츰 위로 올라간다. 저림 외에 바늘로 찌르는 느낌, 화끈거림, 시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 만성 신부전, 술 중독 등이다. 진찰과 신경전도검사로 진단한다.
당뇨가 있으면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만성 신부전에서는 복막투석이 혈액투석보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에 더 효과적이고 신장이식을 하면 증상은 현저히 개선된다. 다발성 말초신경병이 있으면 간질환, 갑상선기능저하증, 약물복용(항암제) 및 중금속 중독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가 진단은 NO
간단한 진료로 확인
말초 혈액순환장애로 나타나는 감각증상 중 팔이나 다리의 감각 이상이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쉬고 있을 때는 증상이 없으나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 다리, 특히 종아리 부위에 통증이 나타났다가 잠시 쉬고 나면 증상이 사라지고 걸으면 다시 재발하는 질환이 있다.
이런 경우는 다리로 내려가는 동맥이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져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허리 척추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다리로 내려가는 혈류가 약해지거나 허리 척추 부위에서 신경이 눌려도 다리가 저리고 아플 수 있다.
임 교수는 “손이나 발의 저림은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말초신경에 있으며 일반적으로 염려하는 혈액순환장애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손발이 저리다고 미리 염려할 필요는 없으며 간단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