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치아를 잃는다면

건강/병원


 

40,50대치아를 잃는다면

이병문 0 2157
 

general_image

"치과의사인 내가 치아를 잃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우선 의치(틀니)를 하고 의치가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브리지, 그다음으로 임플란트를 생각할 것이다. 임플란트를 하기 전 치아가 없는 상태로 지낼 수 있는지도 따져보겠다. 임플란트를 한 후 실패했다면 다른 치료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임플란트는 마지막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겠다." 무작정 이를 뽑자고 하면 당장 치과를 바꾸라는 '양심 진료선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본 치과의사 이와타 아리히로 박사가 자신의 저서(치아를 남겨라ㆍ한문화 출간)에서 밝힌 내용이다.

정상적인 성인의 치아 수는 28~32개다. 100세까지 장수하려면 보통 80세가 됐을 때 20개 이상 치아가 남아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8020'이라는 숫자도 이런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치아는 만 12~13세가 되면 28개(사랑니 포함하면 32개)의 영구치아가 완성된다.

치아는 주성분이 칼슘과 인으로 구성된 수산화인회석 결정으로 이뤄져 있다. 입 안은 타액(침)의 완충작용에 의해 거의 중성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산성을 띠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구강 내 세균증식으로 구강 내 산도가 높아지면 치아의 칼슘과 인 이온이 많이 빠져나가게 된다.

치아의 대표적인 질환은 충치(우식증)와 풍치(잇몸병)다. 충치는 젖니가 나기 시작하는 만 2~3세 때부터 생기고 풍치는 흡연, 음주,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돼 있는 3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2010년 충치로 533만명, 풍치(치은염 및 치주질환)로 794만명이 진료를 받았다.

충치는 입안 세균이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산(酸)을 만들면서 이 산에 의해 치아가 녹아 생긴다. 충치를 막으려면 가급적 불소치약을 사용해 산에 강한 치아를 만들어야 한다. 치은염은 연조직에만 염증이 있는 것으로 비교적 치료가 쉽다. 치주염은 염증이 잇몸과 잇몸뼈 주변까지 진행된 심각한 잇몸질환이다.

◆ 어른 5명 중 1명꼴로 잇몸병 앓아 초겨울 기온이 뚝 떨어지면 추위를 치아로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해서 생긴 치아손상(치경부 마모증)이나 치주질환 때문이다.

뜨거운 국물을 많이 찾는 겨울에는 음식에 포함된 염분이나 지방이 치아에 달라붙어 충치를 잘 일으킨다.

또 뜨거운 음식을 먹고 찬물을 바로 마시게 될 경우 온도 차이를 견디지 못한 치아가 미세한 균열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연말연시 잦은 모임이나 회식 때 마시는 술과 안주에는 당분과 염분이 많아 치주염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성복 강동경희대 치과병원 교수는 "겨울철은 면역력 저하와 함께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으로 치아와 잇몸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라며 "생활 속에서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고 이가 시린 증상이 있으면 치과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잇몸병(치주질환)은 19세 이상 성인 중 22.9%가 앓고 있다. 주범은 세균이 만드는 염증이다. 염증은 잇몸 조직과 치조골, 치주인대까지 손상을 일으킨다.

염증은 입속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 세균 덩어리인 끈적끈적한 치태, 치태가 딱딱하게 굳은 치석 등에 의해 생긴다. 따라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지 않고는 염증이 완벽하게 치료되지 않는다. 즉 잇몸약을 열심히 먹어도 칫솔질과 스케일링을 통해 음식물 찌꺼기와 치태, 치석을 제거하지 않으면 잇몸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다. 잇몸병이 악화되면 치아가 소실되고 임플란트 시술도 불가능하게 된다. 임플란트는 치조골이 단단하고 잇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변욱 목동중앙치과 병원장은 "한국인의 하루 칫솔질은 2.7회로 선진국 수준이고 치약 소비 역시 미국 다음으로 많지만 잇몸병이 많은 이유는 칫솔질을 잘못하고 치과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임플란트 잘못하면 큰 고통

general_image

임플란트의 가장 큰 강점은 내 치아처럼 자연스럽게 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익숙해지면 의식하지 않는 한 자신의 치아와 다름없이 씹을 수 있다. 외관상 보기가 좋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임플란트는 끼웠다 뺐다 하는 틀니와 달리 고정돼 있어 편하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의사들이 임플란트를 쉽게 권하고 환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임플란트가 실패하면 뼈를 잘못 다룬 것 이상으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이 크다. 임플란트는 잘 관리하면 진정한 제3 치아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신체를 갉아먹는 흉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임플란트는 골융합, 즉 뼈에 산화티탄막이 결합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잇몸 일부는 산화티탄막과 결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라크 관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입 속에 있는 세균 때문에 뼈가 감염될 수 있다. 대학병원, 전문병원의 임플란트 치료팀은 구강외과, 마취과, 보철과, 방사선과로 구성돼 있지만 일반 개업의원은 한 명의 의사가 1~2명의 보조를 두고 모든 시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임플란트 시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 치근단 절제술 치아보존율 80% 넘어 최근 들어 과잉시술과 함께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임플란트보다 교정치료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교정치료는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 및 젊은 층이 했다. 하지만 중장년층들도 잇몸질환이 악화되지 않도록 치열을 가지런하게 배열해주기 위해 교정치료를 하고 있다.

백형선 연세대 치과병원 교정과 교수는 "임플란트가 좋다고 해도 자신의 치아만 못하다"며 "40ㆍ50대는 앞으로 80~90세까지 살기 때문에 기왕이면 임플란트나 틀니보다는 자신의 치아를 잘 보존해서 오래 쓰는 것이 좋으므로 치열 교정치료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이어 "치열이 고르지 않으면 칫솔질을 잘해도 치태나 치석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잇몸 및 치주질환이 생기기 쉽고 치아의 부분 마모도 쉽게 진행될 수 있어 치열교정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심한 당뇨병 환자, 골다공증 약을 먹는 사람, 치조골 소실이 너무 심한 사람은 치열 교정치료를 하기 힘들다. 또한 치아를 뽑는 대신 수술을 통해 치아를 살리는 보존치료(치근단 절제술)를 원하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치근단 수술'은 잇몸 절제 후, 현미경을 통해 미세한 치아 뿌리의 염증을 없애 치아를 살리는 치료법이다. 그동안 환자 본인은 물론 일부 치과 의료진도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의성 때문에 치근단 수술로 치아를 살리려는 노력 대신 발치 후 보철치료(틀니)나 임플란트를 선호해왔다.

신수정 강남세브란스 치과전문병원 교수는 "아직까지 자연 치아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보철물은 없다"며 "오복 중 하나인 건치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아 보존치료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기법 발달로 치근단 절제술을 통한 치아 보존율이 80%를 넘고 있다. 또 예민한 신경이나 혈관이 있고 수술로 접근이 어려운 입 안쪽의 어금니 등은 '치아를 뽑아서 치료를 한 뒤 다시 제자리에 심는 수술(치아 재식술)'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0 Comments
포토 제목